순수애純粹愛_2011.06.26.
순수[純粹] [명사]
1.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음.
2.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
세월은 연륜을 만들어준다. 연륜은 사람을 더 지혜롭게 해준다. 어려움을 많이 겪어본 사람일수록 실제로 더 지혜롭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만들어준 연륜이라는 자리에는 사라져가는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순수!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아름답다. 통통한 볼 살에 티 없고 부드러운 아기 피부. 쉽게 글썽거리는 눈망울까지. 어른들에게는 능숙함과 숙련된 능력과 지혜가 있다. 그러나 아이의 그 순수함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나 보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그 순수에 대한 추억과 동경을 아이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앙도 연륜이 있다. 아무리 나이 많은 어른일지라도 신앙에는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부터 시작한다. 작은 것에서 하나님을 느끼고, 하루 한 장 성경을 읽지 못한 것에서도 크게 상심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구원을 의심하기도 하는 모습들. 그러나 그 모든 모습들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인다. 나를 추억하게 해준다.
대학시절 종종 침체에 빠지곤 했다. 몇 달간 성경도 제대로 안 읽고 낙심해 있었다. 그리고 동계수련회가 다가오자 그래도 1독은 하겠다고 성경을 읽어 내려갔다. 눈은 읽으나 마음에는 담겨지지 않는 허무함. 동계수련회 가는 버스 안에서까지 읽고 읽어 광주교회 도착 직전 1독을 했다. 그리고 생활상담을 했다. 성경을 잘 안 읽었노라고. 여기 오면서 차에서까지 읽어서 겨우 1독을 했노라고. 정말 내가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인지 의심이 간다고 말이다. 그것이 나에게는 문제였고, 근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순수했고, 해맑았다. 구원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가신 지금 오히려 나는 더 무성의하다.
힘든 여건과 고난 속에서도 영혼을 향한 순수한 갈망과 복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명에 대해 감각되고, 깨어있는 순수한 형제, 자매님들의 간증을 듣는다. 다른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복음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책임감을 느끼는 참된 분들. 그 순수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광야 같은 마음에 시원한 바람처럼 느껴진다. 내가 정말 사랑해야 될 사람들은 바로 당신!
주님을 위해 울었던 기억들.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영혼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워 고뇌했던 시간들. 그러나 세월이 어린 아이를 어른으로 바꾸어 놓았다. 관심사가 새로워졌고, 이제 순진하지만은 않은. 여리지만은 않은. 견고해진 영혼, 단단해진 맷집, 깊어진 묵상, 더 다양해진 경험, 넓어진 말씀의 지식.
그리고 함께 늘어났던 변명들. 친숙함이 만들어 준 경멸들... 인간적인 연민과 아쉬움들. 세상의 바다에 나가 세파와 싸우는 동안 어느새 욕망의 산을 오르는 자신의 뒷모습.
그러므로 누군가에게는 순수함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신앙의 원리가 육적인 원리 위에 변화무쌍하게 서야 할 지금이다. 때때로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순수함 이상으로 너무나 육적인 원리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모습을 볼 때라면 서글퍼진다.
그리스도의 영을 소유한 형제, 자매란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존귀한 우리들인데 우리는 얼마나 육적인 조건으로 인해 형제, 자매를 존중해주지 못하고, 사랑해주지 못했는지. 신앙은 육적인 조건 뒤에 서서 너무 뒤쳐진 것만 아니면 되는 것처럼 비춰질 때라면 내가 배운 그리스도에 대해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렇게 말씀을 사모하고, 자주 영적교훈을 받고, 성실히 봉사하고, 그토록 지식과 묵상은 깊어져가면서도 실상은 위선에 더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라면 두려워진다. 그러나 형제, 자매는 육적인 조건이 있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 그들이 귀히 여겨져야 할 이유는 그리스도의 영을 소유했기 때문이란 사실. 그들은 단지 그리스도인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그리스도의 원리이길 기도한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나의 방법이 순수함이길 소망한다. 그러므로 오늘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순수애純粹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