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 형편을 보고 일어나 그 생명을 위하여 도망하여… 스스로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행하고 한 로뎀 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구하여’ (왕상19:3-4)

북이스라엘 7대 왕 아합은, 지독한 바알숭배자 아내 이세벨의 치마폭에 휘둘린 무능력한 왕이었습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선지자 450인과 대결을 벌입니다. 이 유명한 갈멜산 대결에서 엘리야의 하나님은 물에 젖은 제단을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450인의 바알선지자를 기손 시내에서 모두 죽입니다.

의기양양해진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아합왕을 배웅하고는 오히려 아합왕보다 먼저 이스르엘 궁궐 어귀까지 달려갔습니다.(왕상18:46) 왜요? 그는 이제 이세벨이 항복할 것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분노한 이세벨은 오히려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왕상19:2) 결과 엘리야는 도망하여 로뎀 나무 아래서 하나님께 죽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않은 위협적 반응에 당황했던 것입니다. 이후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기름을 붓고 역사의 뒤로 사라집니다. 엘리야의 의기양양함과 역습에 당황해 지나치게 낙심했던 것이 그의 사역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 교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을 것입니다. ‘승리 뒤에는 참혹한 패배의 위험이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을 노린 우리나라는 1차 그리스전 승리가 간절히 필요했습니다.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는 화려한 조직력과 인상적인 플레이로 완벽히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2차 아르헨전에서 4-1 참혹한 패배를 했습니다. 물론, 전술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패전의 이유는 감독과 선수들의 지나친 흥분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르헨전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은 ‘결코 수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잘 하면 아르헨도 이길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했을 것입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참혹한 패배 후 어떤 선수는 ‘더 이상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엘리야를 연상시킵니다. 승리할 때는 지나치게 흥분하고 패배할 때는 지나치게 낙심하는 것. 그것은 성숙한 감정이 아닙니다. 그 점이 한국 축구가 세계 최강팀들의 이면적인 차이일 것입니다. 

선 줄로 생각할 때 넘어집니다. 흥분에 도취될 때 허를 찔립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푯대를 바라보는 차분함이 필요합니다. 영광은 하나님만 받으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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