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멸시키는 꿈.
솔로몬 왕의 재산과 지혜가 천하 열왕보다 큰지라 (왕상10:23)
열왕기상을 읽다보면 솔로몬이 누린 세상 최고의 영화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무엇보다 그는 전방위적 성공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도로써 신앙과 물질 양대산맥 모두 최고봉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최고의 성전과 왕궁을 건설했고, 최대의 성전 낙성식을 거행했고, 잠언 3000천을 쓰고, 만물을 논했습니다. 해상무역의 강자 두로왕이 건설을 지원해줬고, 해마다 금, 은, 보석, 동물, 향료등을 실어왔습니다. 그는 명성도 얻었습니다. 그의 지혜를 듣고자 왕들이 모여왔습니다. 그의 보좌에는 12사자형상으로 꾸몄는데 세상 어느 왕도 그런 것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솔로몬은 지나치게 축복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왠지 쓸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솔로몬의 그 모든 영육간의 부귀영화가 사실 고난 가운데 주를 섬긴 부왕 다윗으로 말미암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무엘에서 보는 다윗과 열왕기에서 만나는 솔로몬은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다윗은 정말 외로웠습니다. 그는 목동의 말째로 태어나 사무엘이 기름부음을 위해 집에 왔을 때혼자 양을 치고 있었습니다. 뜻밖의 기름부음을 받았을 때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왕위임식 까지 두 번째 기름부음을 받기까지 10여 년을 방랑했습니다. 그는 사울이 던지 단창을 2번 피했습니다. 아내 미갈을 잃었고, 사울을 피해 가드왕에게 갔다가 침을 흘리며 미친 척해야 했습니다. 내 생명과 사망은 한걸음 뿐이라며 서럽게 울었습니다. 왕이 된 이후에도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신발도 못 신고 도망쳤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고집불통 요압으로 고민하고, 그의 창에 압살롬이 죽었을 때는 성문루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습니다. 많은 환난, 징계와 가슴을 저미는 슬픔과 고통을 감당한 그에게 주어진 호칭은 ‘내 마음에 합한 자’였습니다. 또, 충성한 결과 약속 받기를 그의 아들의 왕위를 패하지 않고, 성전도 지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 했습니다.
솔로몬 사실 그의 출생은 불명예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다윗에게는 좋은 부인들이 많았지만 솔로몬의 어머니는 원래 우리아란 장군의 아내였습니다. 또한, 그는 장남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부왕의 은덕을 힘입고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다윗이 그토록 소망한 성전을 지었습니다. 그는 부왕의 감수성을 이어 받아 아가서를 썼습니다. 그는 아쉬움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의 길은 너무나 순탄했습니다. 그는 명예와 명성, 지혜와 지식, 부귀영화를 모두 소유했습니다. 그는 환난과 고난, 가슴 저미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만큼 영화를 누리는 가운데서도 은근히 율법을 범했습니다. 정략결혼으로 수많은 이방왕비를 맞아 밀로성을 건축해주었습니다. 왕은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했거늘 병거와 마병이 13,400승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은 우상숭배였습니다. 하나님이 두 번 직접 경고하였음에도 불순종했습니다. 어쩌면 솔로몬의 이러한 배은망덕하고 비극적인 결말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다윗도 많은 실수와 죄를 범했지만 그가 영화로운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많은 고난을 통해 하나님 앞에서 깨지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조금도 하나님 앞에서는 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단의 한 마디에도 완전히 꺾여 부러졌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왕자였습니다. 가난해 본 적이 없고, 아쉬운 적이 없고, 다급할 일이 없고, 굴복할 일이 없었습니다. 자기의 자리가 아닌 왕위까지 굴러왔습니다. 부왕의 은덕으로 그의 위는 견고했고, 성전도 짓고, 똑똑하고, 명성과 명예를 얻고, 보석이 넘치고, 화려한 궁전에 살았습니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은은 귀하지도 않았다.’
은이 정말 귀하지 않은 것인가요? 이 모든 환경은 사실 솔로몬으로 하여금 교만해지지 않을 수 없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는 지나치게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부러져보지 않았던 그가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깨질 수 있었겠습니까? 다윗은 나단의 말 한 마디에 깨졌지만, 솔로몬은 하나님이 직접 두 번을 나타나서 책망하였음에도 깨질 수가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정황을 생각할 때 다윗의 일대기를 읽다가 솔로몬의 일대기로 넘어오면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리고 돌아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난 중에 주를 섬기는 다윗보다 평안과 영육간의 명예영광을 누리는 솔로몬 같은 신앙생활을 동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나를 소멸시키는 꿈에 불과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