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부스러기_2010.7.
귀신들린 딸의 치료를 위해 가나안 여자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은 이 이방인 여인의 믿음을 드러내시고자 개에 빗대셨습니다. 그리고 자존심 굽힌 여인의 한 마디가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마 15:27) 『여자가 가로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하니』
군대에서 후임병을 전도할 때 이 말씀을 놓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기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 군대 와서 신앙의 바닥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서원을 꼭 갚고 싶습니다.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주님! 바닥에 있는 저에게 은혜의 부스러기라도 주셔야 제가 여기서 살아나가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항상 하나님 은혜에 목말라합니다. 늘 우리 형편에 어려움과 고난, 징계와 시련이 머문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바위 같은 문제를 해결해줄 은혜를 구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종종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없어!’ ‘은혜가 내게서 떠났나봐!’라며 탄식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는 큰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사람이 죽을 가능성은 3000가지 정도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 시간까지 매일 3000번의 고비를 피해 살아왔습니다. 세상에 수만 종의 질병이 있습니다. 오늘도 안전하게 버스를 타고 학교와 교제를 다닙니다. 여전히 주일과 수요일은 말씀을 공급해주십니다. 좁고 불편한 상가임대가 아닌 넓은 교제장소를 이용합니다. 교제를 마치고 돌아갈 때 늘 한결같이 차량봉사를 해주시는 형제자매님이 계십니다. 편히 잠잘 방이 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식탁이 있습니다. 성경을 갖고 다니며 읽을 수 있습니다. 기도할 수 있습니다. 교사모임에 참석합니다. 봉사를 합니다. 찬양을 듣습니다. 구원생일 축하문자를 받습니다. 휴대폰을 갖고 언제든 연락합니다.
이 모든 것! 은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은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입니다. 생활의 사소함 속에도, 어려운 고난의 과정에도 늘 한결같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의 부스러기가 있습니다. 이방 여자가 구했던 그 작은 부스러기가 우리에게는 만나처럼 매일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 내 앞에 놓인 바위 같은 고민을 보지 말고, 소복히 내려앉은 하나님의 은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