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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비록 경상학부시절 경제학원론이란 전공수업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 이후로 MIS를 전공한 나에게 경제학이란 거의 이질적인 분야이다. 이 책이 호평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읽기로 맘먹고 결국 읽긴 했지만, 솔직히 읽는 순간까지도 이 책이 철저한 경제학 서적인지도 잘 몰랐다.ㅠ.ㅠ
역시 읽으면서 꽤 애를 먹었다. 절반정도는 외국어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차근히 읽어갔다. 경제학적 지식이 전무한터라 저자가 상세히 파헤치는 선진국의 위선적 경제정책행보와 발언을 정확한 자료로 검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보다 깊이 있는 이해는 못했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오늘날 소위 선진국들 미국과 영국 및 주요 유럽. 이들 나라는 자유방임주의, 신자유주의 등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유시장논리에 경제논리를 맡기는 것이 훨씬 발전적이란 이론과 논리를 전개한다. 자기들도 그렇게해서 오늘날의 선진국이 되었다고. 그래서 현재의 개도국에게도 민주주의의 확립 및 자유주의 무역, 경제정책을 펼치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교수님은 선진국들의 이러한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미국과 영국이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수준에 머무를 때 그들은 유치산업보호라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무역장벽(관세), 각종 제도적 보호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과거 선진국들의 민주주의 실체와 복지, 사회제도의 실체가 현 개도국의 상황에 견줄 때 오히려 더 뒤떨어진 것이었음을 까발린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자랑삼는 선진국들의 과거는 오히려 개입과 보호, 근로와 복지의 제한 및 열악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다만, 오랜시간의 실패와 경험으로 오늘의 선진국형 산업과 자유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과거는 숨기고 현재의 개도국에게는 단시간에 민주주의와 선진국형 자본주의 및 사회복지와 제도를 완성해야 발전한다며 가르친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보호주의로 경제발전했으면서 개도국에게는 관세장벽을 허물고, 시장을 개방하고, 사회제도를 확충하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진국의 위선적 가르침을 따른 대부분의 개도국은 오히려 보호주의를 취한 개도국보다 경제성장이 더뎠음을 정확히 지적해준다.
이러한 선진국의 위선적 행태는 곧, 자기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놓고 다음 주자는 못올라오게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편, 선진국의 이런 행태는 마치, 학창시절 공부 안하고 놀고, 말썽부린 아버지가 아들에게는 딴거 신경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며, 커서 뭐가 될거냐며 다그치는 것과 같은 꼴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