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뜻을 잘 모르게 되는 단어들이 있지요.게다가
한글의 경우 이웃 중국에서 들어온 한자어들이 상당수여서 한자로 표기하지 않으면 그 뜻을 잘 모를수 있는 동음이의어가 상당히 많지요.
동음이의어는 예를들면 같은 밤이라도 어두운 밤과 먹는 밤을 가리키지요.
한자어 병행대신 한글만을 사용하자는 분들은 전후 맥락만으로도 충분히 그 뜻을 유추할수 있기에 굳이 한자어 병행이 필요없다고
하시는데 사실 책을 읽다보면 긴가민가하는 단어들이 있는것도 많은 편인데다 과거에는 누구나 알수 있던 단어가 현재는 무슨 뜻인지 모르는 단어들도
서서히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문 혹은 사회과학서적처럼 어려운 단어가 다수 있는 책일 경우나
50~60년대 소설일 경우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자주 읽는 추리 소설의 경우에도 이게 뭔뜻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단어가 있네요.얼마전에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화요일클럽의 살인을 읽다보니 발견한 것이지요.
미스 마플이 해결하는 미스터리한 13개의 사건이 나오는 단편집인데 그중 하나의
제목이 바로 피묻은 포도입니다.
근데 제목이 피묻은 포도인데 단편을 끝까지 읽어도 포도라는 과일은 당최 나오질 않습니다.책
내용은 포도위에 핏 자국이 있으며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인데 나머지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근데 알라디너 여러분들은 단편소설의 제목 피묻은 포도에서 과연 포도란 무엇을 의미하시는 것인지 알 분이 계신가요????
참고로 해문에서 나온 이 책은 80년대 중반에 나온 문고본입니다.햇수로 따지면 대략 30년전에 간행된 책이네요.
답은 잘 생각해 보시고 아래를 클릭해 주세요.
접힌 부분 펼치기 ▼
80년대 중반 당시 출판사에서도 포도란 단어가 독자들이 알기에 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포도란 단어 옆에 한자를 병기합니다.
피묻은 포도(鋪道)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 포도의 한자는 [葡萄]입니다.ㅎㅎ 근데 이 한자 읽을분이 과연 몊이나 계실지???? 鋪道란 한자역시 한자만 쓰면
읽을 분들이 얼마 안계실 것 같군요.읽기도 힘든데 뜻까지 아는 분은 더욱 드물 듯….
포도(鋪道)는 돌, 시멘트, 아스팔트
따위를 깔아 단단하게 다져 꾸민 도로를 가리키는 단어인데 포장도로 (鋪裝道路)의 줄임말입니다.
포장도로하면 지금도 누구나 그 뜻을 알수 있을텐데 포도라고 하니 당최 무슨뜻인지
알수없지요.다만 30년전에는 포도란 말이 누구나 그뜻을 알수
있는 단어였거나 아님 책 번역 당시 원제 Pavement가 영어사전에 포도라고 나왔기에 당시 번역자가 그냥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현재 다음 사전에는 Pavement의 뜻이 포장도로로 나오네요.제 생각에는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이 책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포장도로 즉 아스필트 도로가 나오질 않습니다.피 묻은 포도의 살인 현장은 영국의 시골마을로 살인 현장은 대략
17세기 정도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집이지요.아마 유럽의 오래된 마을 사진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흙길에 돌을 단단히 박은 돌길을 자주 볼수 있는데 이것을 포석[鋪石]이라고 부릅니다.

<사선형으로 돌이 놓여있는것이 보이지요.저게 포석입니다.요즘 국내에서 쓰이는 말로 하면 바로 보도 블록이죠>
책 내용의 원뜻을 살렸다면 차라리 제목을 피 묻은 포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펼친 부분 접기 ▲
ㅎㅎ 포도의 뜻을 아셨는지요?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