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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ㅣ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보통 mp3로 음악을 듣는 것을 의미한다.스마트 폰이 대세인 요즘에는 mp3기기가 아닌 스마트 폰에 음원을 깔고 음악을 듣는 것이 보통이어서 우리 주변에서 CD플레이어를 몰아냈던 mp3 기기들도 이제는 서서히 퇴출되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이제 각 가정에서도 예전에는 집에 한 두개씩 있었던 미니 콤퍼넌트 같은 것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은데 어렸을 적에만 해도 좀 사는 친구집에 놀러가면 이른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웅장하게 거실 한 복판에 놓여 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 기억을 되돌아 보며 아마 인켈이나 태광 같은 회사에서 나온 이른바 시스템 오디오 세트였을 테지만(물론 당시에도 비싼 가격이었을 테지만,예를 들면 턴테이블,앰프,스피커를 각 회사별로 음악에 맞추어 조합하는 시스템보다 싼 가격이다),그래도 친구가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내려놓으면 커다란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어린 마음에도 상당히 멋있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집에서 오디오 시스템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에 어디서 얻어오셨는지 몰랐지만 턴테이블과 앰프,스피커로 매칭된 아주 낡은 오디오가 있었고 LP음악을 틀면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나서 친구집에서 들었던 멋진 선율은 전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차츰 커 가면서 느낀 것인데 차츰 가요을 듣게되니 클래식 음악은 좀 어렵단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그건 아마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본질을 느끼기 보다는 아마도 시험으로써의 클래식만 알았기에,무슨 말인가 하면 베토벤-운명, 음악의 어머니-헨델처럼 수 없이 이름과 곡만 외웠기에 클래식 음악에 대해 정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디오 기기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아 당시에는 서점에서 오디오 관련 잡지를 자주 보면서 잡지속에 있던 고가의 외제 오디오 기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언제 저런 기기들을 가져 볼수 있을까하는 상상을 자주 하고 했던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고 어느덧 클래식과 오디오 기기에 대한 관심이 싸악 사라졌는데 몇 년전 헌책방에 갔을적에 먼지속에 잠겨있던 책을 한권 보게 되는데 박종호의 내가 사랑한 클래식이란 책으로 요즘의 현란한 표지와는 달리 한 중년의 신사가 자신의 오디오기기앞에서 찍은 흑백 사진의 표지는 마치 나는 다른 책들과 다른다는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오디오 잡지에 나온는 멋진 음반과 하이파이 오디오를 갖고 있는 분들이 너무 멋지다고 생각한적 이 한두번이 아니다.나도 미래에 저런 기기를 갖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한때 클래식 음악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더 공부를 해볼려고 클래식 음악관련 책들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전문가들이 써서 그런지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난무해서 흥미를 잃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사랑한 클래식은 그런 책들과 달리 보다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는데 그런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음악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저자가 음악 전공자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해서 저자 자체가 평범한 것은 아닌 것 같다.저자 박종호는 압구정동에 위치한 클래식 음반 전문매장 '풍월당'의 쥔장이라고 하는데 전직은 정신과 전문의로 한양의대와 한림의대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개원의로 병원을 운영했다고 하니 책 표지의 근엄한 포스가 새삼 이해가 간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은 여타의 전문 음악 서적과는 달리 저자의 삶 전체에 걸쳐 자신의 경험과 추억과 결부시켜 각 에피소드 마다 하나의 곡과 추천 레코딩을 나열하는 형태로 구성하고 있는데 작곡가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유명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지휘자, 바이올린리스트등의 이야기외에도 클래식과 오페라, 가곡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 외에도 음악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인생도 엿 볼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책 속에 백건우와 같은 현대 지휘자의 에피소드도 들어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설명하며서 쇼팽의 초상화도 삽입하여 쇼핑이란 작곡가를 독자들에게 인지 시키고 있다>
물론 비 전문가가 쓴 이런 종류의 책은 전문가들이 쓴 책에 비해 훨씬 재미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만 확고한 이론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에 개인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 내에서만 글을 쓸수 밖에 없고 따라서 글의 전개나 추천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전문가들에 비해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자는 비록 전직이 의사지만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섭렵했기에 음악을 전공한 이들 못지않은 지식을 갗춰선지 오페라와 예술 전반에 관한 칼럼과 해설을 쓰는 오페라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오페라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저술한 바 있어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보여준다.
저자가 세계 예술 현장을 안내하는 여행 저술가로도 활동해서 유럽의 구석 구석을 자유롭게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작곡자의 고향, 생가, 오페라의 배경, 각종 명연의 실황을 방문하였을 때 느낀 바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한편으로 생동감을 주면서도 그런 저자가 무척 부럽고 질투나게 만들 정도다.
이 책은 클래식에 문외한인 읽어도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으로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아마 좋은 클래식 갈라잡이가 될 책이다.한가지 단점이라면 추천 음반 설명이 잘 되있어 책을 읽는다 해당 음반을 사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키기에 자신의 지갑을 꼭 지켜야 된다는 점일 것이다.
알고보니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3권도 나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3권으로 함께 나온 애장본 세트를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정도로 구매를 자극하는 책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