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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미술중에 우키요에(浮世繪, 일본어: 浮世絵 (うきよえ))라는 것이 있는데, 일본의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에도 시대에 성립된, 당대의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풍경, 풍물 등을 그려낸 풍속화의 형태로 현재는 일반적으로 '우키요에'라고 하면 여러 가지 색상으로 찍힌 목판화인 니시키에(錦絵)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복하지 않아 원화를 고가에 구입할 수 없었던 도회지의 서민들에게 많이 받아들여졌다고 하는데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우키요에의 화가중 가장 신비로운 인물이 도슈사이 샤라쿠인데 10개월간 140점의 작품ㅇ르 내놓고 홀연히 사라졌는데 일본에서 잊혀진 인물이었으나 서구의 화가들의 극찬에 따라 다시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은 화가이다.
이처럼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보니 도슈사이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이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일본에서 샤라쿠(寫樂)에 대한 연구서가 100여권이나 나와 있고, 샤라쿠(寫樂)로 추정되는 사람이 30여명이나 된다고하니 연구자마다 샤라쿠가 다르다고 할 ㅅ 있다.
일반 서민들도 일기등 자료를 남기는데 철저한 일본인의 특성상, 심지어 자료를 뒤지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일본 학자들조차도 여태껏 샤라쿠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보니 이영희씨(한일비교문화연구소장)같은 이는 샤라쿠(寫樂)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의 김홍도라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선지 김영희씨의 저서 또 한 사람의 샤라쿠를 보고 국내의 작가들중에는 이와 관련된 추리 소설을 써 놓은 분도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인물이고 국내에서도 추리 소설로 나올만한 샤라쿠다보니 일본에서 이와 관련된 추리 소설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 1983년 무명의 작가였던 저자 다카하시 가츠히코는 이 한 작품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2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샤라쿠 살인 사건을 간략히 요약해 보면 우키에요 연구자로 유명한 사가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소설속 주인공인 츠다는 그의 처남인 미즈노로부터 아카타 난화라는 화집을 싼값에 구입한다.화집을 보던중 츠다는 치키마트 쇼에이란 인물을 발견하고 그가 혹시 샤라쿠가 아닐까 의심하며 그의 뒤를 추적하며 쇼에이가 샤라쿠라는 사실을 입증해 간다.그리고 이 사실을 그의 스승인 니시지마 교수에게 알리는데 교수는 그후 화재로 사망한다.이에 두 죽음사이에 의문을 품은 츠다는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드디어 놀라운 진실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83년도 작품인데 국내에선 08년도에 번역되었다.80년도에 나온 점성술 살인 사건이 92년도에 번역된것에 비해 상당히 뒤늦었는데 아마도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샤라쿠 살인 사건은 국내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우키에요/샤라쿠 와 관련된 미술 전문 서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일본인들 조차 일본 미술사에 관심이 없으면 알지 못한 내용들이 수두룩 하다보니 추리 소설 치고는 각주도 무척 많은편으로 이런 각주 많은 추리 소설은 반다인의 파일로 밴스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처음 본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일본 미술사와 관련된 내용-솔직히 대다수 국내 독자들 역시 한국의 미술사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지 않을까 싶다-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읽다가 자꾸 앞으로 다시 넘어가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몰입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고 수많은 일본인들의 이름이 나오다보니 책 내용을 한번에 관통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샤라쿠 살인 사건을 우키에요/샤라쿠의 전문 연구 자료에 작가가 슬쩍 추리라는 숟가락 하나 엊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추리 소설 애독자의 시각에서 우키에요와 샤라쿠에 대한 지리한 전반부의 설명이 지나가면
반전이 들어나고 일종의 명예욕이라고 할 수 있는 우키에요와 관련된 양분된 학회사이의 암투와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특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살인 동기와 해결방안이 매우 합리적인 추리 소설로서도 일급의 작품임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샤라쿠 살인 사건은 미술이란 어찌보면 추리 소설과는 좀 동떨어진 주제를 이처럼 재미있게 쓴 작가의 재능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미술과 관련된 추리 소설들은 이미 국내에 여러권이 번역되어 있지만 이 작품처럼 하나의 미술 주제를 이처럼 깊이있게 풀어 쓴 작품은 과문해서 그런지 읽어본 적이 없다.
마치 한편의 미술사를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샤라쿠 살인 사건은 흔히 추리 소설을 한단계 아래로 여기는 일부 식자들에게 필히 권하고 싶을 정도로 지적인 충만감을 주는 정말 학술적 가치도 높은 추리 소설이지만 이게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내 독자에게 아주 생소한 우키에요란 일본의 미술과 일본인이나 미술사를 연구한 사람들이 알 만한 도슈사이 샤라쿠의 정체를 밝히려는 츠다의 여정이 거의 절반을 할애하며 잘 외어지지도 않는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하는 이 책이 거꾸로 국내 독자들한테는 외면 당할 소지도 무척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긴 호흡을 갖고 여유를 가지면서 이 책을 읽어 나간다면 아마도 지적 충만감과 함께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하 추리 소설에 이런 분야-책소개에는 아트 미스터리의 수작이라고 나와있다-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샤라쿠 살인 사건을 읽은후에 샤라쿠가 김홍도 혹은 신윤복이라는 설을 바탕으로 한 국내 작품-색 샤라쿠등-을 읽으면 아주 재미있는 비교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포함해 3부작을 저술했다고 한다.나머지 작품들도 국내에서 번역되길 희망해 보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 작품의 판매량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제발 번역 해죠 잉~~~
Good:정말 오래간에 보는 지적인 추리 소설
Bad:책의 반절을 할애하는 우키에요와 샤라쿠에 대한 설명이 독자를 지치게 한다.
Me:작가의 나머지 시리즈 2작품도 어서 번역되었으면..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