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 완간 개정판 박스세트 - 전11권 + 부록 - 만인보 완간 개정판 전집
고은 지음 / 창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시인 고은이 올해도 노벨상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한국의 문단과 많은 이들이 고은의 노벨상 수상을 희망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르지 못한것이다.

고은은 2002년부터 꾸준히 노벨상 문학상 후보가 되었으며 매년 수상자로 점처져 왔는데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만든 것이 바로 연작 대하시인 만인보이다.
고은이 집필한 만인보는 1986년 1.2.3권을 출간한 이래 25년 만에 대장정의 막을 내린 <만인보>. <만인보>는 총 작품수 4001편, 조연급 정도만 포함해도 등장인물은 56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함축된 의미를 가진 시에 대해 이해도가 낮아서 시집을 잘 읽지 않아 노벨상 수상작후보로 오른 고은의 만인보도 이름만 들었을 뿐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러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고은의 시를 읽기 불현듯 만인보에 대해 관심이 들었다.

<노 무 현>
모든 것을 혼자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장에 다니다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검정고시로 마친 뒤
사법고시도 마친 뒤

그는 항상 수줍어하며 가난한 사람 편이었다
그는 항상 쓸쓸하고 어려운 사람 편이었다
슬픔 있는 곳
아픔 있는 곳에
그가 물속에 잠겨 있다가 솟아나왔다
푸우 물 뿜어대며

그러다가 끝내 유신체제에 맞서
부산항 일대
인권의 등대가 되어
그 등대에는
마치 그가 없는 듯이 무간수 등대가 되었다
힘찬 불빛으로

어디 그뿐이던가
사람들 삐까번쩍 광(光)내는데
그는 혼자 물러서서 그늘이 되었다
헛소리마저 판치는
텐트 밑에서
술기운 따위 없는 초승달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진실 때문에
정치를 할 수 없으리라
속으로
속으로 격렬한
진실 때문에

하지만 높은 문학적 평가 못지 않게 가격도 만만치 않은지라 책을 선뜻 사기가 망설여져서 결국 도서관에서 1권을 보게 되었는데 알라딘에서 본 책처럼 두꺼운 것이 아니라 얇은 편이다.알고보니 기존 30권의 만인보를 12권으로 합권하여 양장본으로 만든것이다.집에서 진열하기에는 양장본이 좋겠지만 아마 읽기는 힘들것이므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은 단행본으로 읽는 것이 상당상 편할 듯 싶다.

세계 시단에서도 ‘20세기 세계문학 최고의 기획’이라 평가받는 <만인보>는 말 그대로 ‘시로 쓴 인물 백과사전’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할 뿐이다.
1권에는 한평생을 술로 살아오며 권세도 명예도 누리지 못한 할아버지 고한길을 기리고 있으며
시인에게 가갸거겨를 배워준 친구네 집 머슴 대길이는 그가 속한 하인이라는 계급과 무관하게 고은의 시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곧고 바른 인격의 모습으로 되살아 난다.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 머슴으로
누룩 도야지 한 마리 번쩍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 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 후딱넘겼지요
밥 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 길 이슬도 털고 잘도치워 훤히 가리마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빚나는 먹눈이였지요
머슴 방 등잔불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 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외웠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 떴지요
일제 36년 지난뒤 가갸거겨 아는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 더러는
주인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 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피는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홀 적삼 큰 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않아고
지게 작대기 뉘어놓고 멋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보았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 밖에 모른단다

시인은 1권에서 가족과 친척, 고향 사람들을 두루 훑은데 이제는 이미 우리 뇌리에서 잊혀진 정다운 이름들- 바그메댁, 수레기댁, 똥가래, 밭가래, 효조지 영감, 턱점백이, 찬밥네, 따옥이, 찐득이-과 함께 굶주림의 고통과 대물림되는 가난의 세월속에 살았지만 넉넉한 웃음과 인정을 잃지 않는 정 많은 우리의 이웃들과 오늘날 처럼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 살을 부비며 살아가는 정겨운 동네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30권이나 되는 고은의 시집을 이제 1권 읽고 그의 시 세계를 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하지만 고은의 시는 우리 문학계의 보물이며 우리가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워낙 권수가 많다보니 다 사느 것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정 힘들다면 도서관에 들려 한 두권씩 쉬엄 쉬엄 읽어 보는 것은 어떨지…시 속에는 우리가 이미 망각한 옛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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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0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25년 삶을 단숨에 읽을 수는 없을 것 같고,쉬엄쉬엄 한명 씩 한권 씩 읽어보려구요.
저도 '노무현'과 '머슴 대길이'만 읽었는 걸요~^^

카스피 2010-12-08 16:05   좋아요 0 | URL
넵,한권씩 곱씹어서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