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빨강머리 앤이라는 소설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아마 소설을 다 안 읽으신 분들이라고 만화로는 다들 보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현재 알라딘을 보니 앤 시리즈중 첫 번째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것 같은데 10권의 전집은 현재는 동서 출판사본이 유일하것 같네요.91년도에 창조사에서도 10권짜리 앤 시리즈가 나왔지만 이미 절판되었군요.

절판된 창조사의 앤 시리즈를 보니 갑자기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된 빨강머리 앤 역시 창조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불현듯 생각났습니다.국내 최초 번역본이 창조사 빨간머리 앤은 신지식선생이 번역한 것으로 1964년 2월 10일 초판 인쇄되었고 같은 해 2월 15일 발행되었으며 가격은 권당 120원입니다.60년대 중반에 나온 소설이다 보니 역시 영어 원작을 직접 번역한 것은 아니고 무라오카 하나코의 일본 초판본을 중역한 것이었습니다만 현재 작품들과 비교해도 번역이 무척 매끄럽고 자연스럽습니다.

아래글은 번역자인 신지식 선생의 서문입니다.
<빨강머리 앤>의 저자는 카나다 출신의 루시 모우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라고 하는 여류 작가입니다.이 작품은 아직도 이름 없었던 한 여성, 루시여사가 서른 살인 一九○四년에 썼다고 합니다.
루시 여사는 혹시 책으로 출판할 수 있지나 않을까 하여, 이 원고뭉치를 들고 세 군데나 출판사를 두루 찾아가 봤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읍니다.하는 수 없이 출판하는 것을 단념해 버리고, 트렁크 속 깊이 넣고 자물쇠를 잠가 버렸읍니다. 그러구러 三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그러니까 一九○七년 가을의 어느 날이었읍니다.루시여사는 무심코 자기의 그 옛 원고뭉치를 다시 꺼내어 읽게 되었읍니다.
자기가 쓴 작품이었지만, 읽기 시작하자 너무나 재미있어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마냥 앉아서 읽다 보니, 어느덧 등불이 켜지는 저녁때가 되어 있었읍니다.여기서 다시 루시여사는 <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보스톤에 있는 폐지출판사로 이 원고뭉치를 보냈읍니다. 뜻밖에도 폐지출판사에서는 이 원고를 五백 달라로 사 주었읍니다. 이렇게 하여 <빨강머리 앤>은 세상에 나오게 되었읍니다. 루시여사는 이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하였읍니다.
그 당시 루시여사는 인구가 二백뿐이고, 철도에서는 十一마일이나 떠러져 있는 캬봔딧시라고 하는 반농반어를 하면서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촌락의 三등 우편국에서 사무를 보고 있는 삽십 대의 미혼여성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무렵의 루시여사에게 있어, 五백 달라라는 돈은 아주 큰 돈이었던 것입니다.그러나 <앤>은 출판이 되자 마자, 百만 부 이상이나 팔렸고, 무성이지만 영화화까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현명하게 계약을 해 두었더라면 막대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루시여사는 후회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떻든 이 작품으로 인해서 루시여사의 이름은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읍니다.루시여사는 어렸을 떄 어머니를 여의었으므로, 아버지는 어린 딸을 외가의 조부모에게 맡기고, 혼자 장사를 하러 다른 고장으로 떠나가 버렸읍니다.
그리하여 루시여사는 외조부모 밑에서 죽 자랐으며, 여사가 스물 네 살 되던 해에 조부가 돌아가셨읍니다. 그래서 여사는 전부터 일해 오던 우편국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할머니를 도우며 살았읍니다.
루시여사는 이 할머니를 무척 사랑하였기 때문에, 一九一一년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읍니다. 사실 루시여사에게는 매그날드라고 하는 목사와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고, 약혼까지 하고 있었읍니다. 그러나 할머니를 위해 十년 간이나 결혼을 연기해 왔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인 一九一一년에야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 때 루시여사는 三十七세였고, 신랑인 매그날드는 四十一세였다고 합니다.
루시여사는 一九四二년 六十八세로 남편보다 一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루시여사가 쓴 <앤>의 이야기는 라고 해서 모두 十부로 되어 있읍니다. 이 첫째권에는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과 <앤의 청춘>(Anne of Avonlea) 두 편을 실었읍니다. <앤>의 이야기는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소녀 <앤>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되어, 책으로는 모두 다섯 권으로 나오게 됩니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된 역자는, 이 재미있는 <앤>의 성격에 이끌려, 깊은 감명을 받았읍니다. 그 때 받은 인상은 오래 사라지지 않아,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우리 나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랆을 늘 가지고 있었읍니다.
그러던 차, 이번에 창조사에서 이러한 기회를 베풀어 주신 것에 깊은 감사의 뜻을 금할 수 없읍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일본의 여류작가 무라오까하나코(村岡花子)여사의 일역판을 중역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앤>과 같은 불쌍한 고아들이 많은 우리 나라에서, 저는 이 책이 조금이라도 그러한 소년소녀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을까 생각하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친구 <앤>을 소개합니다.
1963년 이른 봄 신지식 씀











위의 사진을 보면 삽화가 무척 멋스러운데 60~70년대 아동 문화 삽화를 그리셨던 우경희 화백의 작품이죠.
60년 창조사의 빨강머리 앤은 5권이지만 1권에 2편의 시리즈가 들어있습니다.사진에서 보시면 책이 좀 작은 것 같고 부피도 그리 크지 않아 이거 혹시 축약본이 아닌가 의심도 갈 수 있는데 실제 세로 읽기로 되어 있음에도 현재 책 2페이지 분량이 여기선 1페이지에 들어갈 정도 글자체도 상당히 작고(거의 6~8포인트 사이로 추정)글자 간격도 상당히 조밀하여 어찌보면 읽기가 힘든 편입니다.하지만 요즘처럼 책값에 비해 널럴한 편집을 하고 있지 않아 상당히 마음에 들죠.
제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60년대 책임에도 확실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몰라 초판본인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이 시기 책들이 상당히 낡은 것임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양호한 편이며 겉 표지도 모두 온전하고 게다가 박스까지 있지요.하지만 아쉽게도 책 1권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사갔는지 당시 이 책을 샀을 때 헌책방을 모조리 뒤졌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이글을 올리려고 보니 더욱 더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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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먼쥐 2010-03-13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펼치면 종이가 우스스 하고 먼지처럼 분해될 것 같아요.. ㄷㄷ;;
예전 드래곤 볼 초판본..? 인가 그것도 지금 보니깐 완전 휴지조각 되어 있던데.. =_=;

카스피 2010-03-13 09:47   좋아요 0 | URL
ㅎㅎ 그정도는 아니에요^^

노이에자이트 2010-03-1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난 저런 책이 좋아!

제가 가진 것은 80년대 완역본입니다.10권 짜리.박혜정 번역 삼오문화사

카스피 2010-03-14 11:25   좋아요 0 | URL
ㅎㅎ 오랜된 책들을 좋아하시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3-14 15:16   좋아요 0 | URL
헌책방이 싸잖아요.고물상은 더 싸요.아파트 폐지수거일 날 이웃에서 버린 책들은 공짜로 가져갈 수 있구요.

카스피 2010-03-14 17:1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랑 비슷하시네요.근데 요즘은 책들은 별로 없고 신문이나 참고서등이 많지 소설은 별로 없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03-15 16:00   좋아요 0 | URL
소설 외에 인문사회과학 서적들도 가끔 나오더군요.

주근깨 2010-11-2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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