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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헌책방이 뜨는 까닭은
[제3세대 헌책방] '재고 창고' 이미지 탈피 '책보다 사람' 우선인 문화 꽃피는 공간으로 진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사진 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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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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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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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에는 역사가 있고, 서점과 책방에도 유행이 있다. '서점'이 신간을 파는 곳이라면, '책방' 하면 왠지 고색창연한 냄새가 난다.
정음사-삼중당 문고-일신서적으로 이어지는 문고판 세계문학 시리즈가 지난 시절 출판가 대세를 보여준다면, 청계천과 신촌 일대에 포진한 헌책방은 출판 유통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나 지역주민들이 헌책방에 시선을 두고 있다. 이들이 시대를 거슬러 헌책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2000년대 새로 태어난 이른바 '제3세대' 헌책방 때문이다. 2000년대 헌책방은 '양'으로 승부하기도 하고 '질'로도 승부한다. 그리고 질로 승부하는 커뮤니티형 헌책방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문화와 소통'이 있음을 주목한다.
헌책방 변천사
국내 헌책방 역사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포진한 1세대 헌책방이 고물상에서 폐지처리되는 책을 사들여 유통시켰다면, 신촌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2세대 헌책방은 헌책 매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북 마스터'가 등장했다. 헌책 전문가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컬렉션'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온라인 서점을 병행한 것도 이들 2세대 헌책방이다.
이점에서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헌책방 '고구마'는 1984년 이른바 '청계천 책방'이 대세를 이루던 때 탄생한 2세대 헌책방이다. 40만권 장서를 보유한 이곳은 국내 최대 헌책방으로 추정되지만,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온라인 헌책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고객 비율이 7대 3을 이룰 정도로 온라인 판매 수익이 쏠쏠하다.
2세대 헌책방은 헌책방 동호회와 함께 발전하며 자신들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보여주었다. 애서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헌책방으로 꼽히는 신촌 '숨어있는 책'은 미술관련 출판사에서 일한 주인 덕분에 예술문화 관련 서적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후 '북코아', '알라딘 중고샵' 등 대형 온라인 헌책방이 등장하며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지던 오프라인 헌책방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2000년대 등장한 3세대 헌책방이다. 이들은 '크기'로 승부하거나, '질'로 승부한다. 900여개 점포를 소유한 일본의 프랜차이즈 헌책방 '북오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일본의 헌책방은 대형화, 프랜차이즈화가 대세를 이룬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형화 전략을 사용하는 헌책방이 등장했다. 북오프의 한국 진출과 북스 리브로의 헌책방 '유북'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 기사 '헌책방 프랜차이즈 vs. 사랑방' 참조)
대형화의 한편에 1,2세대 책방보다 더 작아진 동네형 헌책방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동네 헌책방의 장서는 적게는 2000~3000권에서 많아도 3만권을 넘지 않는다. 이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네 헌책방은 이 책을 매개로 지역 문화를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문화 만드는 헌책방
동네형 헌책방은 대형서점의 대안공간으로 출발했다. 책이 팔리면 같은 자리에 다시 똑같은 책이 진열되는 '월마트 형 서점' 대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정서를 교감할 '공간'으로서 헌책방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헌책방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세미나를 하고, 그림을 감상한다. 헌책과 음료를 함께 파는 북카페형 헌책방이 등장하고, 헌책방에서 공연과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신촌책방'처럼 지역문화운동 단체와 연계 활동을 하는 헌책방도 있다.
헌책방 마니아 이경희(30)씨는 "북카페가 많은 신촌, 홍대 일대에서도 유독 헌책방 북카페에 가게 된다. 책방 주인에게 이미 '검증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데다 '나만의 공간'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헌책방 인터넷 카페에서 책방을 추천받아 주말이면 이들 책방을 순례하는 것을 하나의 취미로 삼고 있다.
이렇게 헌책방이 하나의 문화공간이 되면서 3세대 헌책방은 공동체형으로 발전했다. 이들 헌책방에서 손님들은 스스로 책을 사고 판다. 200여명의 회원들이 직접 책을 파는 '가가린'을 비롯해(다음 기사 '헌책방 프랜차이즈 vs. 사랑방' 참조), 서울 응암동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역시 지역주민들이 직접 책을 판매하는 코너를 두었다.
이 책방의 한 쪽에 있는 '순환 도서'는 이용객들이 책을 직접 판매하는 코너다. 팔 책을 가져오면 간단하게 서류를 작성하고 순환 독서 책장에 놓고 팔 수 있다. 책이 팔리면 책 주인에게 책 금액만큼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이 마일리지로 다른 책을 살 수 있다.
크기로 승부하든, 질로 승부하든 2000년대 이후 등장한 3세대 헌책방에는 공통점이 있다. 헌책방하면 쉽게 떠오르는 '재고 창고'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것. 누렇게 바랜 책을 가게 천장까지 쌓아올린 이전 세대 헌책방이 '사람보다 책이 주인'인 불문율을 고수했다면, 2000년대 헌책방은 '책보다 사람이 우선'인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다.
'헌책방은 말 그대로 헌책, 중고도서를 취급하는 일을 한다.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 등록을 할 때 헌책방 사업은 '문화사업'쪽에 등록이 된다는 말을 듣고 왠지 뿌듯해하던 생각이 난다. 나는 여기서 문화를 만들고 재밌고 즐거운 일을 꾸밀 거라고 다짐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상근 씨가 동명의 책에 쓴 내용의 일부분이다. 책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 책을 매개로 문화가 형성되는 공간, 바로 2000년대 헌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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