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고장원'님 글입니다.
http://www.pyroshot.pe.kr/sf/arc/981220f.htm
하이퍼링크가 안되시면 불편하시더라도 복사하신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인후 엔터치시면
본문으로 들어갑니다.ㅠ.ㅠ
혹 글이 안보이시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 접힌 부분 펼치기 >>
오늘날의 SF문학 - 어떤 사람의 시선
Literary SF Today - One Man's View
자료원: 인터넷 SF평론 사이트[Weeklies - A periodic bit of SF insight]
글쓴이: Don D'Ammassa
원문 작성일: 1997년
번역일: 1998년 12월
우리말 옮긴이; 고장원
********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
다음 글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다른 평론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90년대 이후의 과학소설과 출판계의 판도와 전망입니다. 그 내용은 주로 미국 출판계와 독자들의 사정을 다루고 있지만 과학소설이 다음 세기에 어떤 흐름을 탈 것인가 어렴풋이 예측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우리 한국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과학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육십년대의 일로, 나는 눈에 띄이는 대로 과학소설이란 과학소설은 닥치는 대로 읽었다.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 브랙킷 Brackett, 씨어도어 스터전 Sturgeon, 프레데릭 폴 Pohl, 프리츠 라이버 Leiber 그리고 이외에도 많은 거장들의 작품을 읽었고 과학소설 장르의 전통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당시에 내가 그다지 수준높은 독자였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위에서 열거한 사람들이 로벗 무어 윌리엄즈 Robert Moore Willams, 케네쓰 블러머 Kenneth Bulmer, 찰스 에릭 메인 Charles Eric Maine 같은 대부분의 작가들보다는 한 수 위였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준 차이가 난다고 해서 내가 후자의 작가들 작품을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학소설에 대한 내 열정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해서 나는 사만권 가량의 과학소설을 소장하고 있고 내 머리 속은 다른 세계, 다른 시대 그리고 대체우주에서 벌어지는 모험에 관한 기억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나는 이 장르에 대한 사랑을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60년대 말엽, 과학소설은 한가지 주요한 혁명을 겪었다. 영국에서 발라드 J.G. Ballard와 마이클 무어콕 Michael Moorcock이 소위 "뉴 웨이브 New Wave"라는 실험적인 작법을 제창하고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사무엘 딜레이니 Samuel R. Delany, 어슐러 르 귄 Ursula K. LeGuin, 할란 엘리슨 Harlan Ellison 그리고 로저 젤러즈니 Roger Zelazny 같은 이들이 뉴웨이브의 정신을 수많은 주류 컨벤션들과 기준들에 적용했다. 팬들의 반응은 이러한 신 사조를 놓고 첨예하게 갈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열광하면서 뉴 웨이브가 결국에 가서는 과학소설의 격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바 대로의 과학소설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진정한 과劇寗냅?에드워드 스미스 Edward E. Smith, 랠프 마일른 팔리Ralph Milne Farley, 조지 스미쓰 George O. Smith 그리고 존 캠벨 2세 John W. Campbell Jr. 같은 이들이 30년대 대중화시킨 스페이스 오페라 space opera와 미래주의적 모험담 futuristic adventure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실은 예상했던 대로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과학소설에 대한 아카데믹한 수용이 일부 이뤄졌지만, 그것은 문학 형식보다는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과학소설의 전반적인 수준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하게 높아졌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댓가로 전통적인 과학소설의 스토리텔링이 희생되고 말았다고 반박했지만. 모험지향적인 과학소설은 인류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사색하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풍조 속에서 뚜렷한 쇠락을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 칠팔십년대의 과학소설은 재능있는 일군의 작가들을 이 장르 안으로 끌어들였는데, 만약 이 장르가 그들의 창작 스타일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아예 (SF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자신들의 글재주를 선보였을 것이다. 그것은 제한된 규모의 거래(흥정)이었다. 팬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읽고 싶어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지만, 과학소설 서가에서 무작위로 아무 책이나 뽑아드는 것 이상의 욕구를 갖게 된 것이다.
90년대는 이 장르가 또다른 큰 변화를 일으키는 배경이 되었는데, 60년대의 운명론자들처럼 오해받을 소지를 감수하고 나는 감히 주장하는 바, 최근의 경향은 잠재적으로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으며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바 대로의 과학소설의 종말까지 불러올지 모른다. 분명, 발라드와 데이빗 번취David R. Bunch 같은 작가들이 비전통적인 작품들을 펴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폴 앤더슨 Poul Anderson이나 고든 딕슨 Gordon R. Dickson, 앙드레 노튼 Andre Norton, 같은 모험 작가들의 신간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 Edgar Rice Burroughs의 작품들 대부분은 60년대에는 처음에 페이퍼백으로 나왔고 새비지 박사 모험담 Doc Savage adventures 시리즈도 그랬다. 출간되는 책들을 모두 읽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며 거의 누구나 만족할 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90년대의 위기는 안팎 모두에 원인이 있으며 그 결과는 전통적인 과학소설의 목을 조이고 있는 듯 보인다. 주요 내적 요인은 환타지 소설의 득세인데, 독자들은 이 두 장르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데 비해 출판사와 출판유통업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다른 매체로부터 파급된 과학소설(히트한 영화를 소설로 만드는 사례)은 카운트에서 제외한다면, 96년 한해에는 사실 과학소설보다 환타지 소설이 더 많이 출간되었다. 이러한 요인이 두번째이자 가장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다음 요인에 영향을 준다. <스타트랙 Star Trek >의 인기가 SF공동체 밖으로 번져 나가자, 우리는 과학소설이 신규 독자층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열광했고 <스타워즈 Star Wars>는 그 약속을 지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깨달은 것은 뒤늦게 동참한 독자들은 오리지널 작품들보다는 스포크와 핸 솔로 Spock and Han Solo의 앞으로의 모험을 읽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위의 두 예가 다른 매체로부터 파급된 소설들의 대표적인 예지만, 사실상 모든 텔리비젼 프로그램이 마찬가지로 소설와 연계되고 있다. <바빌론5 Babylon 5>, <양자 도약 Quantum Leap>, <에어리언 Aliens> 그리고 <모크와 민디 Mork and Mindy>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말이다.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이나 카드 게임과도 소설이 연계된다. 이처럼 미리 설정된 우주를 배경으로 만족할만한 장편소설을 쓰는 일은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작품을 쓰는 것을 불가능하다.
출판시장의 여건 또한 변화했다. 페이퍼백이 6달러면 충분히 비싸다고 독자들은 말한다. 인터액티브 컴퓨터 게임이 과학소설 독자들과 투자자본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퍼센티지를 훔쳐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가장 열받는 것은 도서목록이 사라지고 출판유통업체들이 병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처음 과학소설을 읽었을 당시만 해도 출판사로부터 상당한 분량의 도서목록을 바로 주문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절판된 책들은 대개 다시 찍어내곤 했다. 어떤 독자가 스터전 Sturgeon이나 시맥 Simak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그것은 구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독자 자신이 읽기 싫어서일 확률이 더 높았다. 이제 그러한 상황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출판시장은 베스트셀러에만 힘을 집중하고 출판산업은 지속적으로 병합됨으로서 예전에 가능했던 선택의 여지들이 줄어들고 있다.
세익스피어 시대의 영국에서는, 글을 읽을 줄 아는 공중(公衆)은 하나의 공통된 언어를 공유했는데, 이것은 각 개인이 당시의 문학 전체와 대체로 친숙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러한 조건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과학소설 독자들의 공동체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처해있다. 저 밖에는 과학소설들이 너무나 많이 널려 있는데다 매일 새로 추가되고 있어서 우리들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진화의 정상적인 형태다. 내가 보기에,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바와 같은 전통적인 과학소설의 위축은 비정상적인 조건이며 잠재적으로 재앙을 불러올만한 성질의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포용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배척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것은 과학소설 장르의 경계를 넓히기보다는 오히려 좁혀놓는 탓이다. 나는 적어도 다음 몇년간을 보건대 이 문제에 관한 한 낙관주의자가 아니며 중고 서적상들이 과학소설의 고전들에 대해 늘고 있는 시장수요를 눈여겨볼지 의심스럽다. 적어도 출판사들이 고전 수요층을 낚는 것이 상업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만이라도 그래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다른 한편, 지금까지 논의한 과학소설에 대한 기억들이 그대로 유지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오랜 동안 이 장르를 아껴온 독자들에게 달려있다.
|
<<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