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로 박사의 섬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웰즈의 모로 박사의 섬이 문예 출판사에서 나왔다.요즘 문예 출판사에서는 웰즈의 작품중 sf성격의 책들을 내놓기로 결정한 모양이다.찾아 보기 힘들었던 투명인간도 작년말에 출판했으니 말이다.
모로 박사의 섬은 70년대 말 동서 추리문고에서 타임 머신의 뒤편에 살짝 끼워져 있던 작품으로 생각된다.그런데 동서에 있던 모로 박사의 섬은 이른바 축약본이라고 한다.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동서 추리 문고가 말 그대로 문고본이어서 타임머신에다 모로 박사의 섬을 동시에 넣으면 책이 두꺼워지니 그런 편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문예출판사의 모로 박사의 섬이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 아닐까 한다.
1996년에 말론 브랜도와 발 킬머 주연으로 [닥터 모로의 DNA]이름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사실 웬만한 sf영화라면 영화의 반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원작 소설을 출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시에도 워낙 인기가 없었는지-물론 거물이지만 한물간 말론 브랜도와 별 호감이 안가는 발 킬머가 주연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만일 디카프리오나 브래트 피트가 나왔으면 혹 대박 낳을지도 모른다- 원작이 출간되지는 않았다.
출판사 소개의 책 내용은 아래와 같다.
소설의 화자는 방랑벽이 있는 중상류층 독신남자 에드워드 프렌딕. 소설의 서문을 프렌딕의 조카가 쓰는 액자소설의 구성을 취했다.
11개월 동안 실종됐다가 갑자기 나타난 주인공의 기이한 모험담을 믿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태평양에서 난파선을 탈출한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발을 내디딘 섬, 그 섬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모로 박사는 영국에서 잔인한 실험을 한 대가로 추방을 당하고 미지의 섬에 정착해 생체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인간의 노예가 될 운명의 새로운 동물 종을 탄생시키려는 모로 박사의 야심은 생체실험 도중 탈출한 퓨마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박사 자신도 죽게 된다.
19세기의 선구적 sf 소설가라면 웰즈와 쥴 베른을 들 수 있는데 쥴 베른은 당시 과학적 배경을 토대로 작품-그의 대표적인 해저 2만리에 나오는 잠수함 노틸러스호의 경우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것이 아닌 실제로 그당시 각국 해군에서 연구하던 배였다.이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했다-반면 웰즈는 당시 과학적 배경을 무시하고 쓴 작품이 다수 인데 예를 들면 타임머신,투명인간,닥터 모로의 섬등이다.
그래선지 2009년 현재 독자의 눈으로 보면 쥴 베른의 소설들은 이미 시대에 뒤쳐진 느낌을 받지만 아직도 웰즈의 작품들은 sf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웰즈의 모로 박사의 섬도 마찬가지다.출판 당시인 1896년 한창 과학이 발흥되던 시기로 동물을 통한 생체 실험이 만연하던 때다.따라서 이 소설이 발표되자 동물 생체실험에서 동물이 받는 고통과 동물의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생체실험의 비정함울 읽은 독자들은 영국의 과학자들은 동물 생체실험을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게 되고 일부 사람들은 생체실험을 반대하는 조직까지 구성했다고 하니 이 소설이 그 당시 사회에 던진 파급력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현재 독자들의 입장에선 이런 닥터 모로의 섬과 동물 실험을 연관해서 생각을 할 사람은 아마도 없어 보인다.
그것보다는 영화 제목인 [닥터 모로의 DNA]처럼 DNA조작을 통해 현실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사실 우리를 더 전율스럽게 만든다.웰즈가 이 소설을 쓴 당시에는 아마 동물의 인간화를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당시 독자들은 인간화된 동물들의 입을 통해서 동물 실험의 비 인간성을 들었게지만 현대의 독자들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가능해진 일로써 윤리적인 제약만 없다면 과학자들이 머지 않아 성공할 수 있는 실험으로 받아들일 것이다.실제로 뿔달린 쥐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언제가는 닥터 모로가 만든 동물 인간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식품을 매일 먹고 있다.이에 대한 위험성 논란이 항상 상존해 있지만 아직까지 그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우리는 이를 계속 먹기를 강요 받고 있다-변형안된 식품은 너무 비싸다-
만일 우리가 과학적 진보를 위해 이런 유전자 변이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게 된다면 소설속 동물 인간의 반란들처럼 언젠가는 반대로 자연으로부터 그 피해를 받게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닥터 모로의 섬은 작가가 100년전에 과학계에 던진 경고를 현재에도 느끼게 해주고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몇 안되는 소설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