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스테리 하우스의 추리 관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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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추리평론가 하워드 헤이크래프트는 그의 명저 [오락으로서의 살인]에서 추리 초보자를 위해 매우 귀중한 충고를 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이 글을 접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감동이랄까 그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진작 접해 볼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얼른 동조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는 게 사실이었다.
아무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의 많은 충고 가운데 몇 가지를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밀실의 수수께끼는 피할 것! 오늘날에 와서도 그것에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더할 수 있는 사람은 천재뿐이다.
* 발자국, 담뱃재, 탄도학 같은 것은 피할 것! 또한 지문 같은 것으로 독자를 흥분시키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 대화를 많이 활용하고 묘사를 최소한으로 할 것. 다만 그것이 장식적이라기보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는 별문제이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암시적으로 전달할 것.
* 변장은 엎치락 뒤치락과 함께 물론 과거의 것이다.
* 예전엔 ‘연애는 무용(無用)한 것이다’라는 전제가 있었으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특히 여성잡지에서는 얼마간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결코 범죄와 탐정의 큰 줄거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 낡은 의미에서의 ‘가장 의외의 범인’의 법칙은 오늘날에 와서도 변하지 않는 요소이다. 그리고 범인은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늘 등장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 여러분의 범죄 수단은 어떤 것이라도 좋으나 진짜로 그럴싸하게 실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 독창적이며 납득시킬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는 한 트릭의 살인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얼음의 탄알이나 얼음의 칼 등 10년 전에나 인기가 있었을 법한 수법은 낡은 것이다.
* 오늘날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살인수단은 실제 인생과 마찬가지로 쏘거나 찌르거나 때리거나 독살하거나 이다. 독약은 더욱 일반화된 근대적인 살인도구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약이라는 유혹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 손에 넣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보통의 독약을 선택할 것.
* 방법과 마찬가지로 범죄의 동기도 엄밀하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또한 적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전적인 이득은 금세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흔히 보조적인 위장된 동기로 사용되며, 많은 작가들이 복수, 질투, 야심, 격정 외에 비밀의 탄로라는 공포를 동기로 선택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으며 또한 변화가 풍부하다.
* 여러분의 독자에게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여러 등장인물과 친숙하게 할 것. 처음부터 시체가 소개되는 것은 그다지 상쾌하지도 흥미 깊은 경험도 아니다.
* 매스터 마인드(배후의 지도자)적인 범인은 피할 것. 진부하기도 하고 소설에서는 참말 같지도 않다.
* 법적 수속에 의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킬 것. 법률적인 면은 초심자에겐 단지 대단히 곤란한 기술상의 문제와 씨름하는 일일 따름이다.
* 가능한 한 단서나 증거의 장황한 일람표를 만드는 일은 피할 것. 또한 증거의 복사는 소설이 아니다. 여러분의 탐정을 테이블 옆에 앉혀 놓고 증인들을 열을 지어 걷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 마지막으로 비밀의 통로라든가 사악한 동양인의 등장이라든가 오스트레일리아의 쌍둥이 형제나 직관적인 비결, 동기 없는 고백 등의 잘 알려진 금기가 있다. 이것은 모두 양식의 문제로, 보통의 지성과 판단력을 지닌 독자나 작가라면 금세 아는 일이다.
추리소설의 기법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로 언급하고 있는데,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공통점은 진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같다.
그들은 한결같이 1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트릭을 재탕하는 일을 못마땅해 한다.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은 어떤 분야보다도 독창성과 세련미를 요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기발한 것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분이 우리나라 추리소설과 접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무엇일까?
그것 역시 언제쯤이면 진부함에서 탈피하는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추리협회보 제2호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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