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도시와 별 The City and the Stars 아서 C. 클라크 A.C. Clarke
번역: 정성호 /출판사: 나경문화/발행일:1992.05.20/가격: 4800/ Pages: 377
장수제님의 글 입니다.원제가 있는곳 링크합니다.
http://www.joysf.com/zboard/zboard.php?id=ZINE_IAMINSU&no=2
과거 여러 SF를 펴 냈던 나경문화의 나경 SF페어 시리즈의 두번째 장편이다.
전 은하에 걸쳐 흥성했던 은하제국의 최후를 그린 <은하제국의 멸망> 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직접 밝힌 것처럼, 해당 내용을 가지고 고쳐 쓴 성격의 작품이기도 하다.
은하제국이 멸망한 후, 남은 인간의 후손들은 지구에 인류 최후의 보루, 멸망의 날을 멈출 수 있는 그곳인 다이어스퍼를 건설한다. 이 도시는 중앙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며, 건설자들의 의지 그대로 초기의 그 모습을 영원히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지녔다. 도시의 거주민들은 완벽히 창조된 몸을 가지고 천년의 장수를 누리며, 사후에는 의식이 기억 뱅크에 들어가 때가 되면 다시 부활한다. '전생'의 기억은 태어난 지 20년이 지나 성인이 되면 다시 돌아오므로, 누구나 사실상 영원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멸망의 날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도시는 10억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다. 다만, 때때로 '유니크'란 존재가 나타나 도시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뿐……
클라크 특유의 장구한 시간 스케일과(10억년-_-), 유구한 역사를 뒤에 깔고 진행되는 장편이다. 은하제국의 몰락 이후 건설된 영겁의 기계 도시 다이어스퍼와, 반대로 정신문명과 텔레파시를 극도로 발전시킨 자연주의자들의 도시 리스. 주인공 엘빈은 이 둘 사이의 장벽을 없엘 운명으로 태어났다. 태초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유니크'인 것이다. 그의 노력으로 다이어스퍼 건설의 진실이 밝혀진다. 묻혀 있던 은하제국의 몰락과 거대한 검은 존재, 그리고 그에 대적할 유일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이어스퍼의 주민들은 자신을 묶고 있던 심리적 족쇄를 끊고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된다.
비록 매우 오래된 고전이라서 새로와 보일 요소는 없을 수 있다. 다이어스퍼의 모습들은 여타 수많은 SF와 영화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들이고, 어떤 면에서는 <스타트렉>시리즈보다 뒤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시대를 넘어서는 아서 클라크 특유의 치밀한 묘사와 상상력의 스케일이 가지는 힘은 여전하다. 언뜻 언뜻 비치는 은하제국의 장구한 역사와 그 규모는 압도적이기까지 하다.
별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다이어스퍼와 그 주민들은 로저 젤라즈니가 쓴 <신들의 사회>에 나오는 '하늘'과 유사하다. 그 주민들이 영원 불면이라는 점이나, 그 영원 불멸의 방법이 불교적 색채가 다분한 '환생'이라는 점, 도시 자체가 철저한 계획 하에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점이다. 다만 다이어스퍼는 '야생=무질서'가 도시와 완전 격리되어 있는 반면, 하늘은 야생과 도시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건설자의 의도적 배치에 의해서 말이다. 하긴, 다이어스퍼 역시 건설자 중 한명의 의도대로 결국 바깥에 격리되어 있는 야생과 만나긴 했으니, 두 도시 모두 건설자의 의도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경이로운 아서 클라크의 무한한 상상력과 묘사력이 빛나는 작품.
(더불어 그는 참 오래 산다. 아직도 스리랑카에서 잘 살고 계시다. 살기좋은 깨끗한 곳이라서 그런가…)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