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 요리를 하는 순간 살인이 시작된다
최정원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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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2021년 초판)

저자 - 최정원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한국형 이야미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요리를 하는 순간 살인이 시작된다.' 

자. 읽는 것만으로 군침도는 식욕을 자극하는 동시에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독특한 요리 미스터리가 출간됐다. 살인을 요리하는 네가지 이야기가 담긴 [레시피]이다. 자장면, 떡볶이 같은 음식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은 있으나 아마도 음식을 테마로 하는 이야미스 작품집은 이 책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름만 들어도 군침도는 음식들과 불쾌한 잔향을 남기는 이야미스가 서로 어울릴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기우였다. 오히려 음식은 작품을 뇌리에 깊이 각인 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마치 잊고 있던 연인을 스쳐지나는 타인의 향수 냄새로 떠올리듯 말이다. 



1. 밴댕이무침

진하게 화장한 소녀의 얼굴을 짓이긴다. 벽돌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두운 밤거리에 고깃덩이를 찍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통에 겨워 하던 소녀는 정신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을 내려치는 벽돌은 그칠줄을 모른다.

기분 나쁜 악몽에서 깨어난 영신. 그녀의 발 아래 300피스 퍼즐이 빠짐없이 맞춰있다. 머리를 조여오는 두통. 밴댕이무침에 소주를 마신것 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또 필름이 끊겼었나. 무심코 티비를 튼 영신은 깜짝 놀란다. 영신의 집근처에서 여학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체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2. 가지튀김

몇 년만에 정신과 의사 수빈을 찾아온 초등학교 동창 윤희는 그녀에게 카운슬링을 부탁한다. 남편과의 불화가 심하다는 것. 수빈은 윤희에게 최면 치료를 진행한다. 그리고 얼마 뒤. 윤희는 가지튀김을 준비하던 친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하고 자살한다. 윤희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는 수빈. 가지튀김에 얽힌 수빈의 비밀은.....


3. 멸치국수

엄마에게 버림받은 가희는 부유한 양부모에게 입양되고 모자람 없는 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협할 위기가 찾아왔으니... 양엄마가 임신한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즉시 다시 고아원으로 입소할것이란 생각에 내내 불안에 떨던 가희는......


4. 초콜릿케이크

늙은 교수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여진은 얼마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 평소 몸이 안좋던 남편이 병환으로 사망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죽은 남편의 재산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여진은 남편의 재산에 전혀 미련이 없는데......



밴댕이무침, 가지튀김, 멸치국수, 초콜릿케이크. 재료부터 만드는 방법까지 마치 요리책을 보는 듯 자세한 레시피에 그것을 맛있게 먹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니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참 요상한 책이다. 그렇게 미친듯이 식욕을 폭발시켜 놓고 네 가지 요리에 얽힌 끔찍하고 잔혹한 사연을 깨닫는 순간 끓어올랐던 식욕은 거짓말 처럼 싸그리 사라져 버린다. 허허.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요?!! ㅠ_ㅠ 진정 이야미스는 이야미스다. 앞으로 이 네 가지 음식을 보면 작품을 읽었을때의 불쾌한 감정이 떠오를 것만 같다.



가장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했던 작품은 [가지튀김]이고, 가장 재미있던 작품은 [멸치국수], 가장 먹고 싶던 작품은 [밴댕이무침]이다. 덧붙여 목차 순서대로 집필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페이지가 진행 될수록 문장이나 표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_- 작품이 진행될수록 급격히 성장한달까. 순서대로 집필한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만. ㅋ 이야미스 하면 흔히 '미나토 가나에', '기리노 나쓰오'. '아키요시 리카코'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읽는것 만으로 찝찝 불쾌하게 만드는 이야미스의 여제들의 목록에 앞으로 '최정원'을 추가해도 좋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그려낸다. 한국형 이야미스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숨막히는 막정 설정에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탑재한다. 아동학대, 성착취, 소아살인 등등. ㄷㄷㄷ 캡사이신을 들이 부은 듯 독한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위장에 불을 싸지른다. 



단순히 극악의 설정만 있었다면 그건 이야미스가 아니라 저주의 배설이리라. 수십년을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복수를 성공하는 주인공. 하지만 시원한 통쾌함은 없다. 복수는 복수인데 복수라고는 할 수 없는 찝찝함. 오래도록 잔향으로 남는 불쾌감. 이야미스야 말로 배덕의 쾌락이 아닌가 싶다. 



살인과 요리. 환상의 콜라보가 빛나는 단편집이다. 책을 펴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사이 '최정원'쉐프의 식재료로 도마위에 오른다. 지지고  볶고 튀겨지는 고통속에 당신은 어떤 쾌감을 캐치할까. 미스터리 팬이라면 특히 이야미스 장르의 팬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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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간 - 사랑이라는 이름의 미스터리 일곱 편
한새마.김재희.류성희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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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간 (2021년 초판)

저자 - 한새마, 김재희, 류성희, 홍선주, 사마란, 황세연, 홍성호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500원

페이지 - 299p



이토록 처절한 사랑이라니



한국추리작가협회와 출판사 나비클럽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러브미스터리 앤솔러지가 드디어 공개됐다. 떠오르는 신예 '한새마'작가의 [여름의 시간]을 표제작으로 잔혹한 일곱가지 사랑 이야기가 고이 담겨있다. 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집착, 타인에겐 스토커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더 없이 숭고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맹목적 사랑이야말로 사람의 이성을 무너뜨리고 광기를 일으키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감정이 아닌가. 이성간의 엇갈린 사랑, 데이트 폭력, 그리움, 비뚤어진 모성, 의처증, 관음증 등등등 일곱 빛깔 러브 세레나데가 펼쳐진다.



1. 여름의 시간 - 한새마

"사실은 저였죠? 그 여자가 아니고요."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사랑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만들어 냈다. 토니와 한나의 비밀스러운 도피의 비밀은 무엇일까?


2. 웨딩 증후군 - 김재희

나의 기이한 성향을 못참겠다면 지금 떠나요. 나를 버려줘요. 제발.

상대의 모든 허물을 떠안는 것도 사랑일진데, 남자는 그녀의 이상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3.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 - 류성희

접힌 우산은 비를 막아줄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상징하죠.

그리고 꽃삽은 그 불안을 파묻고 싶어 하는 무의식의 표출입니다. 난 알아요. 나도 그랬거든요.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4. 능소화가 피는 집 - 홍선주

감히 나를 두고 바람을 펴? 강상무 당장 아내 몰래 은밀하게 증거 수집해!

남자는 바람피는 아내를 향해 회심의 한 방을 먹일 수 있을까?


5. 망자의 함 - 사마란

어느날 집 앞에 찾아온 꼬꼬마. 소년의 손에는 꼬깃한 쪽지가 한 장 있었다. '부모가 찾아올테니 며칠만 데리고 있어줘.' 생각지도 못한 꼬꼬마와의 기묘한 동거.


6. 환상의 목소리 - 황세연

성인용품 회사에서 홍팀장과 비밀 사내연애를 하던 은황 주변에 안 좋은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데 이상했다. 꼭 홍팀장에게 넋두리를 한 다음날 그 넋두리 상대가 다치는 것이아닌가.


7. 언제나 당신 곁에 - 홍성호

폐허가 된 모텔안에서 자실시도를 하는 여성을 구한 남자.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둘은 교제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여자 알면 알수록 이상하다....



일곱 작품중 베스트를 꼽자면 [여름의 시간]과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이다. '한새마'작가와는 평소 친분이 있어 책에 실리기전 작품 초고를 읽을 수 있었다. 책으로 나오기 전에도 한 3번은 읽은 것 같은데 종이에 인쇄된 [여름의 시간]을 네 번째로 보면서 또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구성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정제된 문장과 독자에게 고백하는 듯한 1인칭 대화체는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속으로 공간이동 시킨다. 사실 초고의 분량은 책에 실린 완성본 보다 훨씬 많다. 초고는 주인공 이한나의 심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고 완성본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쳐내 간결함과 속도감을 살린듯 하다. 머. 개인적으론 둘 다 좋다. 역시 표제작에 걸맞는 작품이랄까. 내놓는 작품마다 기발한 트릭에 완성도 높은 구성과 이를 뒷받침 하는 유려한 문장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웨딩 증후군]은 본인이 자주 애용하는 '아크로토모 필리아' 처럼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증후군을 주제로 한다. 기이한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의 혼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튤립과 꽃삽, 접힌 우산]은 비뚤어진 모성으로 학대를 받으며 자란 미술선생님의 이야기이다. 잔혹한 학대가 대물림되어 비극을 야기하는 어찌보면 이 작품 직전에 읽었던 [푸시]를 떠올리게 했다. 더불어 마지막 반전의 한 문장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능소화가 피는 집]은 의처증에 걸린 사장의 이야기인데 유사한 설정의 작품을 읽은탓에 시작부터 반전을 눈치채버리고 말았다. [망자의 함]은 나머지 작품이 추리장르인 반면 유일하게 기묘한 이야기 식의 기현상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작품이다. 당연히 현실 추리를 생각하고 읽었으나 기묘한 이야기로 끝나 버려 아쉬웠던...-_-;; [환상의 목소리]는 우선 성인용품 회사에 다니며 투잡으로 성인 소설을 녹음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황세연'작가 특유의 은근한 유머가 녹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 [언제나 당신 곁에]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열린결말 작품이다. 독자가 내리는 결론에 따라 이야기의 분위기 전체가 달라지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 가지 결말에 따라 재독해보는 것도 좋은 작품이리라. 



강력한 흡인력과 극강의 가독성을 자랑한다. 나는 현생에서 이런 사랑엔 말려들지 않길 바라게 만드는 일곱가지 사랑 이야기. ㅎㅎㅎ 하지만 엿보는 건 재미있는 잔혹 러브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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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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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2021년 초판)

저자 - 애슐리 오드레인

역자 - 박현주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5800원

페이지 - 412p



내 아이가 무섭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때때로 아이의 순수한 폭력에 공포를 느낀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작은 생물들을 찢어 죽이는 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적의랄까? 그런 전혀 계산되지 않은 적의를 부모인 내게 들이 댄다면. 가족의 해체를 무릎쓰고라도 부모라는 이유로 나는 마냥 그 아이를 품어 낼 수 있을까? [푸시]를 읽으며 줄곧 들었던 의문이다.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소녀 바이올렛과 엄마 블라이스의 갈등. 손이 베일 정도로 날카롭게 벼려진 엄마와 딸의 격돌이 숨막히게 만든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세상 밖으로 밀어낸 아이 바이올렛. 바이올렛은 블라이스의 마음과는 달리 온힘을 다해 엄마를 밀어낸다. 아빠와 단둘이 살길 원하던 바이올렛은 아빠가 없는 사이 엄마에게 또렷한 적의를 드러내고 엄마는 그런 딸이 낯설기만 하다. 더이상 딸 아이를 품기를 포기한 블라이스는 남편을 종요하여 둘째 샘을 임신한다. 아들 샘을 출산한 뒤 엄마는 아들에게 온 정성을 쏟는다. 불안정하던 엄마의 심리도 안정을 찾아가며 가족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 한다. 하지만 블라이스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작품은 엄마 블라이스와 딸 바이올렛의 대치 뿐만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4대를 이어 내려오는 비극을 그려나간다. 

에타 - 세실리아 - 블라이스 - 바이올렛까지... 원치않는 아이를 임신하고 날개가 꺾인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의 비극사를 잔혹하게 그려나간다. 엄마의 무관심과 학대에 방치되어 성장한 딸들의 끊이지 않는 고통의 굴레. 블라이스는 이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지만 바이올렛이라는 새로운 악마를 잉태하고야 만다.



엄마를 밀어내는 아이. 아이를 밀어내는 엄마. 제목 [푸시]는 아이의 출산을 의미하는 동시에 도저히 품을 수 없는 모녀간의 멀어진 사이를 의미하며, 아들 샘의 죽음의 비밀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유아기 아빠를 두고 엄마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딸아이의 행동을 목격한적이 있던 본인으로서는 이토록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딸 바이올렛의 행동이 이해되는 동시에 엄마 블라이스의 고통이 가늠되어 힘들었다. 더불어 여지없이 모녀의 갈등을 수수방관하고 나아가 바람까지 피는 남편의 부도덕함에 성질이 나더라. ㅠ_ㅠ



여성이 이끌어가는 심리 스릴러 답게 모든 상황은 블라이스를 정신병자로만 몰고 간다. 내 앞에서만 발톱을 드러내는 바이올렛은 어른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는데 그 짓거리를 주변에 밝히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기대했던 본인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블라이스 그녀 역시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학대 피해자였기 때문이리라. 안타깝고 답답하다. 관심과 사랑을 폭력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바이올렛도, 그런 바이올렛을 품지 못하는 블라이스도....



아이를 키우던, 키우지 않던 모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엄마의 처절한 심리묘사가 절절하게 와닿는다. 블라이스는 바이올렛의 광기를 끊어낼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마지막 페이지에서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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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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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마와라시 (2021년 초판)

저자 - 온다 리쿠

역자 - 강영혜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정가 - 18000원

페이지 - 546p



그리움이 만들어 낸 기적



'온다 리쿠' 그녀의 작품을 몇 개 읽어보진 못했지만 읽어본 작품 ([꿀벌과 천둥]은 제외하고) [몽위][여섯번째 사요코]와 이 작품을 비교해 보면 어느정도 공통되는 작풍(?)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꿈이나 유령 같은 무형의 소재들을 녹여 낸달까. 그녀의 작품은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번 신작 [스키마와라시] 역시 '온다 리쿠'만의 그 특유의 느낌을 이어간다.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형 다로와 나 산타는 일찍히 부모님을 여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활해왔다. 산타에게는 형 밖에 모르는 비밀이 있다. 물건에 남은 사념을 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성인이 된 뒤. 다로와 산타는 골동품 매입을 위해 철거 예정 건물들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건물 안 벽면을 장식한 타일 앞에서 산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하나? 하나야?"

타일이 속삭인 이름은 분명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낯익은 느낌의 이름. 이후로 형제는 동일한 타일이 붙어있는 건물을 찾아 나서고. 마침내 어렵사리 찾아낸 건물 안 타일벽에서 산타는 남자와 여성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그토록 보고 싶었고 그리웠던 부모님의 모습을 사이코메트리 한 것이다.....



일본의 요괴중 '자시키와라시'라는 요괴가 있다. 고운 옷을 입고 집안에 눌러사는 이 요괴는 기거하는 집에 복을 불러 온다는 유익한 신으로 분류된다. 다만 자시키와라시가 집을 떠나면 그동안 쌓였던 복은 전부 달아나고 불운을 맞는다는 반전이 있다만... 여튼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성주신과 비슷한 롤의 요괴이며 [요괴소년 호야]의 에피소드에서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요괴이다. 그렇다면 '스키마와라시'는 뭔고하니, 작가가 만들어낸 이름으로 요괴나 혼령처럼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다수가 목격했고, 다수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환영 같은 존재랄까. 기억속의 잔상이란 뜻인듯 싶다. 하지만 제아무리 환영이라도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다면 그것은 더이상 환영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존재가 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타일을 찾아 사이코메트리를 하는 산타와 더불어 전국에서 기이한 목격담이 증가한다. 철거예정 부지에서 세 갈레 머리를 따고 하얀 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름이라면 근처에 사는 소녀이겠거니 하겠지만 한겨울에도 같은 복장으로 나타나는 소녀. '스키마와라시'의 소녀와 사이코메트러 산타와의 접점이 생기면서 서서히 수수께끼 같던 비밀이 풀려간다.



기이한 능력. 그리고 유령 같은 존재 '스키마와라시'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풀어 나간다. 다만 왁자지껄한 사건과 자극적인 전개로 숨쉴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은 아니다. 뭐랄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슬로우 푸드 처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슬로우 라이터의 작품이랄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잔잔한 수면에 파문들이 모여 출렁이는 파도가 되듯. 따스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작품 전반에 그리움이라는 노스텔지어가 가득 녹아있다.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하지만 이제는 닭장 같은 아파트에 밀려 사라져 가는 낡은 건물들처럼. 어른이 되어 떠올리는 어릴적 부모님의 걱정어린 손길처럼. 


'모든 낡아가는 것에 바치는 오싹하고 눈부신 찬사'


라는 뒷표지 문구가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빨리빨리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픈 '온다 리쿠'의 정서가 가득 담긴 잔잔한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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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제로 철도 네트워크 제국 3
필립 리브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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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네트워크 제국 3 : 스테이션 제로 (2021년 초판)

저자 - 필립 리브

역자 - 서현정

출판사 - 가람어린이

정가 - 18500원

페이지 - 403p



나와 준 것 만으로 만족한다




[모털엔진]의 스팀펑크SF 작가 '필립 리브'의 청소년 모험 SF시리즈인 [철도 네트워크 제국]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할 최종장이 3년만에 출간됐다. 사실 2편 [블랙 라이트 특급열차]의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 [3권에서 계속] 이후로 한해가 지나갈수록 3권 출간에 대한 기대를 접었던 것이 사실이다. ㅠ_ㅠ 그도 그럴것이 1편과 2편은 불과 4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출간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리즈의 기억이 희미해질때쯤. 무려 3년 만에 마지막 3권이 출간돼었으니. 반가운 마음을 거둘수가 없으랴. 그래 이왕 시작한 시리즈 끝까지는 봐야지!!!



[1권]

지구를 떠나 외계행성을 테라포밍하여 개척하고 살게되는 대 우주시대...우연히 발견한 항성간 워프 통로인 K-게이트의 발견으로 더이상 높은 비용을 들이는 장거리 우주선 시대는 막을 내리고 K-게이트를 이용한 우주 철도 시대가 도래한다. 각 행성마다 정거장을 설치하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행성간 빠른 여행이 가능한 우주 철도 네트워크 제국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철도 황제가 우주를 통치하는 왕권주의 시대가 시작된다. 당연히 황제를 중심으로 귀족사회와 계급사회가 형성되고 빈익빈 부익부는 가중된다. 다른 행성에서 도둑질을 철도로 다른 행성으로 워프하여 추적을 피해 생계를 이어가는 좀도둑 소년 젠 스탈링에게 붉은 레인코트를 입은 낯선 소녀가 찾아온다. 제국 경찰로 오해하고 소녀를 피하던 젠은 소녀 노바가 안드로이드로 레이븐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성의 명령으로 자신을 찾아온것이라는걸 알게된다. 마침내 레이븐과 대면한 젠에게 황제가 타고 있는 초호화 기차에서 픽시스라는 작은 고대 예술품을 훔쳐달라는 부탁을 받게되고....젠은 황제의 먼 친척 귀족으로 변장하고 안드로이드 노바와 함께 황제의 기차에 오르게 되는데......


[2권]

철도 네트워크에서 엄청난 사건을 벌이고 숨겨진 K-게이트를 통해 새로운 세계 웹월드로 도망친 젠과 노바는 자신들이 들어온 게이트가 세계를 수호하는 가디언에 의해 파괴되고 졸지에 웹월드에서 평생을 보낼 운명에 처하게 된다. 웹월드에서 새로운 외계종족들을 만나며 자신을 철도제국의 사절단으로 소개하며 제국에서 가져온 물품으로 무역을 하여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삼아 그럭저럭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한편 젠의 활약으로 철도제국의 황제가 사망하고 새롭게 황제로 추대된 소녀 트레노디는 급작스러운 황제로의 추대에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트레노디 제위에 불만을 가진 막대한 가문이 쿠데타를 일으키는데.....


[3권]

가디언의 공격으로 노바와 헤어진 젠은 최초로 웹월드와 교역을 이루었다는 공을 인정받아 트레노디가 이끄는 눈 가문의 비호 아래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노바에 대한 그리움. 계속되는 단조로운 생활에 서서히 염증을 느끼던 그때. 의문의 해킹 신호를 수신받는다. 신호에는 우주 좌표가 찍혀있었고, 젠은 그 신호가 노바가 있는 위치라고 확신한다. 모든 부를 내려놓고 당장 노바를 찾아 길을 떠난 젠은 전투 기차 붉은 장미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창조된 K-게이트 너머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데.....



가디언들의 음모에 대항하기 위해 게이트와 게이트를 잇는 불가사의한 존재 레일 창조자를 찾아나서는 여행과 눈 가문의 수장 트레노디와 적대하는 프렐 가문과의 무시무시한 전운이 감돌면서 대망의 최종장을 향해 폭주기관차 처럼 달려나간다. 사실 3년만에 읽으려니 앞선 스토리가 가물가물해서 혼났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친절한 용어설명은 기억을 되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청소년SF의 마지막 답게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던 캐릭터들이 당당히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기계인간 모토릭 노바를 사랑하던 젠은 인간과 다른 모습에 현실을 자각하고 흔들리지만 곧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으로 극복하고, 눈 가문의 수장이지만 어른들의 꼭두각시 역할 밖에 하지 못해 불만인 트레노디 역시 냉혹하면서도 현명한 통치자로 거듭난다.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고 주체적 캐릭터로 성장하는 모습은 청소년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리라. 



가디언들이 인간들의 무분별한 우주 여행을 막으려는 의도가 뛰어난 외계 지성체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정은 페르미 역설을 떠올려 흥미로웠다. 가디언의 폭력과 억압을 인간 스스로가 극복하려는 자유의지를 고취시키고 나아가 모험, 도전, 스릴과 재미를 선사하니 재미와 교훈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SF작품이었다. 늦게라도 시리즈의 마지막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달까. ㅎㅎㅎ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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