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일본 관동군의 731부대에 관련된 글과 책들을 소개했는데 그 파격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드라마로 소개된 것은 몇 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731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해 드립니다.


중국영화 《731》 (2025년): 

중국의 자오린산(赵林山) 감독이 약 12년간 고증을 거쳐 제작한 대작 역사 영화입니다. 냉동 실험, 생체 해부 등 731부대의 만행을 고스란히 고발하며 중국 개봉 당시 엄청난 흥행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2023~2024년): 

1945년 봄 경성을 배경으로 한 한국 드라마입니다. 극 중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자행하는 '옹성병원'은 731부대를 모티브로 삼아 연출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731부대의 만행이 다시금 주목받았습니다.


중국 드라마 《반인류적 폭행 (反人类罪行)》 (2025년): 

731부대 죄증 진열관(박물관)의 철저한 실제 사료 지원을 받아 제작된 파노라마식 다큐드라마입니다. 부대 제도사, 운송 인부 등 다각도의 시선을 통해 범죄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파헤칩니다.


일본 영화 《스파이의 아내》 (2020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만주로 사업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731부대의 생체실험 천인공노할 비밀을 알게 된 평범한 일본인 무역상 부부가 이를 세상에 알리려는 과정을 그린 고발형 스릴러입니다. 일본 영화계에서 731부대를 직접 다루어 큰 의의를 가집니다.


홍콩영화 《마루타 (원제: 흑태양 731)》 (1988년): 

731부대를 대중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홍콩의 모툰페이 감독 영화입니다. 동상 실험, 감압 실험 등 잔혹한 생체 실험 과정을 여과 없이 잔인하게 묘사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실제 부검 영상이나 시신을 사용했다는 루머와 논란이 있을 정도로 사실감과 수위가 매우 높습니다.(한국에서 90년대 TV방영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움)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전쟁포로나 중국,한국,러시아,몽골인들을 대상으로 한 잔학무도한 반 인륜적 생체실험한 전쟁범죄임에도 의외로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독일의 전쟁 범죄 특히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그 수가 많은 것에 비하면 비록 유대인희생자수보다  적다고는 하지만 독가스로 유대인을 죽인 독일에 비해서 잔인하고 비 인도적으로 각종 생체 실험을 한 일본 관동군 731부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은 의외란 생각이 듭니다.게다가 가장 알려진 5개 작품중 4작품이 2020년 이후 제작된 사실이 매우 의외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 일본 관동군 731부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드문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충 3가지로 요약됩니다.

1.미·일의 조직적 은폐와 '비밀 해제'의 지연 (역사적 원인)

전후 731부대의 총책임자 이시이 시로를 비롯한 핵심 수뇌부들은 생체 실험 데이터를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전범 재판(도쿄재판)에서 면책을 받았고 그 결과 미·일 양국의 합의 하에 관련 자료가 철저히 은폐되거나 비공개로 분류되면서, 오랫동안 대중은 물론 창작자들도 구체적인 사료나 증언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유럽의 유태인 학살에 비해서 731부대의 만행은 극동에서 중국인,한국인,몽골인및 일부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에 서구의 관심을 끌 수 없었습니다.

그 결과 비 인간적이고 비 윤리적인 전쟁 범죄에 대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단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지 않은 것이죠.


2.고문과 실험의 '스펙터클화'에 대한 윤리적 한계 (제작상 원인)

731부대의 실험(동상, 감압, 세균 주입, 생체 해부 등)은 인간이 상상하기 힘든 가학적인 내용들이어서 창작자들에게 큰 윤리적 부담을 주고 사실대로 묘사하면 무조건 '제한상영가'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게 되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흥행을 보장하기 어려운 잔혹한 고어영화가 되어 제작이 어려웠다고 봅니다.


3.한중일 3국의 내부문제

일본:일본은 패망직전 731부대 자료를 소거하고 생체 실험 및 세균전 연구 데이터를 미국에 넘겨주는 조건으로 미국 군정(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으로부터 전범 재판 면책 특권을 받음으로써 전후 일본 정부는  "공식 문서가 없다"며 수십 년간 범죄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기에 731부대와 관련된 영화가 2020년이 되어서야 겨우 한편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중국:731부대가 있었던 중국의 경우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중국은 곧바로 국공내전에 돌입했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사회주의 개혁과 문화대혁명 같은 내부 정치적 혼란 수습이 급선무였기에, 과거사 규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고 보입니다.

게다가 1972년 중일수교와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 중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일본의 대규모 차관(ODA)과 기술 투자가 절실했기에 중국 지도부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반일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731부대 같은 극단적인 과거사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통제했습니다.


한국:한국에서 731부((대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극히 드물었던(사실상 1991년 SBS 《여명의 눈동자》 일부 에피소드 외에는 전무했던) 이유는  조선인 희생자도 분명히 존재했으나(약 200~300여 명 추정),731부대에서 희생된 '마루타'의 대다수(약 70% 이상)는 중국인이었기 떄문입니다.게다가 한국 대중문화는 일제강점기를 다룰 때 조선인들이 직접 겪은 보편적이고 거대한 아픔(위안부, 강제 징용(군함도), 독립운동(암살, 밀정), 관동대지환 학살)을 우선 다룬데다가 해외 로케라든가 외국인 배우 섭외등 제작비 증대에 비해 흥행을 보장할 수 없었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2020년이후 일본 관동군 731부대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게 된 이유는 중국의 경우 경제 발전함에 따라 일본(미국 포함) 정치적 마찰이 증대하면서 하얼빈 731부대 유적지 보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러시아에서 넘겨받은 전범 심문 기밀 문서를 대대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이를 영화나 드라마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지휘아래 민족적 일체감을 고조시키기 위함이라고 여겨집니다.

한국의 경우 해외 OTT자본이 대거 유입됨으로써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듬에 따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경성크리처 처럼 731부대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이를 '크리처(괴물) 성장의 배경'이라는 장르적 장치로 우회하여 녹여내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향후 한국 731부대를 모티브로 한 변주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80년대 이후 미국 비밀문서의 해지와 1945년 당시 만주로 진격한 소련군(현 러시아)은 731부대 전범들을 대거 체포해 1949년 '하바롭스크 재판'을 열고 실태를 파악했던 구 소련의 기밀문서가 2025~26년에 걸쳐  중국으로 공식 이관 및 해제되어 객관적인 사료입증이 한층 더 강화된데다가 해외 OTT자본의 유입으로 일본이 그토록 까발려지기 싫어했던 치부인 731부대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한국이나 중국에서 더 더욱 많이 만들어 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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