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유튜브상에서 부인인 사연자가 술,도박,여자를 밝히는 남편보다 침묵하는 남편이 더 힘들다는 책속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실제 그런 남편과 살고 있어서 심히 공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술,도박,여자를 밝히는 남편보다 침묵하는 남편이 더 힘들다는 내용이 책이 한국에도 있을까 궁금해서 예전에 읽었던 책들 몇 권을 기억해 보았는데 딱히 안녕하세요의 부인이 읽은 책인지 확신 할 수 없더군요.


1.채식주의자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아내(영혜)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그저 조용하고 말썽 없는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는 무심한 남편이 등장하는데 남편은 아내의 내면적 고통이나 변화를 철저히 무시하고 침묵으로 방치합니다. 아내는 이 정서적 고립감 속에서 영혼이 황폐해지며 결국 스스로 나무나 식물이 되어가는 비극적인 환상을 겪게 되지요.


2.동경

오정희의 동경에서 남편들은 아내에게 폭력을 쓰거나 외도를 하지는 않지만, 집안에서 아내를 완벽하게 지워버린 듯한 '가부장적 침묵'과 '무시'를 일삼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말 없는 등 뒤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질식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홀로 무너져 갑니다


3.닮은 방들(단편)

박완서의 닮은 방들에서 남편은 아내와 가치 있는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으며, 아내를 그저 집안을 굴려 가는 하나의 가구처럼 무시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차가운 무반응과 침묵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잃어버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4.빈처(단편)

은희경의 빈처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부의 일상 이면에 숨겨진 소통의 부재를 고발하는데 남편은 아내의 감정적 요구와 대화 시도를 세련된 방식으로 회피하거나 무시(침묵)합니다. 외도나 경제적 무능력 같은 가시적인 잘못보다, 일상적인 무관심이 어떻게 아내의 삶을 서서히 갉아먹는지 예리하게 보여 주고 있네요.


뭐 이외에도 찾아보면 많은 소설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한국 문학에서 평범한 일상 속 부부의 소통 부재와 정서적 고립을 다룬 소설이 많은 이유는 급격한 압축 성장 과정에서 붕괴된 전통적 가족 가치와, 그 이면에 자리한 가부장제적 폭력성을 작가들이 예리하게 포착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주제의 작품들은 차츰 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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