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밥 먹기도 귀찮고 운동겸 해서 집에서 걸어서 한 15분 쯤 걸리는 순댓국 집에 점심을 먹으로 다녀왔습으니다.이 순댓국집은 올 초까지만 해도 가격이 9천원인데 만원으로 올렸지만 그래도 음식 퀄리티가 좋아서 가끔은 포장을 해오곤 했는데 포장하면 두끼 정도는 먹을수 있기 때문이죠.아무튼 순대국도 맛있고 반찬도 리필이 여러번 가능하고 다른 식당과는 다르게 국물도 리필해 주기 떄문에 서민들에게는 매우 좋은 식당입니다.
게다가 가장 좋은 점은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서 식당밖에 (아이들용)슬러시와 보리차등을 준비해 놓고 있어서 (워낙 인기가 많은 집이라)대기줄이 길때에도 찬 음료를 즐기며 기다리기 좋지요.
게다가 식후에는 원두를 갈아주는 아메리카노도 있고 인스턴트 커피와 코코아 자판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저 같은 경우는 큰 겁에 아메리카노+코코아+얼음 조합으로 마시는데 이 경우 아마 외부 카페에서는 최소 5천원 이상의 가격이 될 것 같아서 이 식당만 오면 식사 가격이 전혀 안 아까운 집입니다.
아무튼 조용히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무슨 모임이 있었는지 50대 후반 아주머니 4분이 식사를 하시고 계십니다.담소 목소리가 커서 말하는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좀전에 무슨 프랑스식 가정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가격은 10만원이 훨씬 넘는데 양을 쥐꼬리 만해서 다시 밥먹으로 온 것이더군요.
그런데 그 중 한분이 자기는 올 여름에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왔는데 풀빌라를 빌려서 그런지 수백만원을 지출했다고 합니다.그래 다른분이 온 가족이 다 다녀왔냐고 묻자 아니 자기 혼자 다녀왔다고 하네요.그래서 남편은? 하고 물었더니 9월달 명퇴라 더 열심히 일해 돈 벌라고 하면서 자신만 혼자서 다녀왔다고 하네요.그러면서 남편한테는 집에 돈이 별로 없으니 70까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그러자 다른 아주머니가 등짝을 두들기며 아니 너는 30년이나 넘게 일한 사람한테 그동안 고생했다 좀 편히 쉬어라하고 말하지는 못할망정 70까지 돈을 벌어오라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질책을 합니다.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나도 밥해주느라 힘들다고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요새 5060 한국 남편들이 받는 대우가 이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흔히 커뮤에서 남편은 돈만 버는 ATM기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믿지를 않았는데 실제 그런 이야기를 직접 귀로 들으니 좀 충격이더군요.
그래서 요즘 2030남성들이 자신들 아버지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이런면에서 한국의 남편들이 참 불쌍하단 생각이 듭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