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프로젝트를 하다가 12월에 종료 땡 하고... 서울 본사로 복귀하나 안 하나 노심초사했었는데 결국 어제부로 복귀를 했다. 용인에서의 프로젝트가 2차로 넘어가는 관계로 아마 다음달 즈음에는 다시 돌아가야 겠지만 - 물론, 여기 계속 있으면 눈치 보이니까 한 달 정도면 적당하다 - 지금 이순간 서울 라이프를 즐기는 이 맛이란.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 일찍 회사에 나와서 스타벅스든 커피빈이든 봉다리커피든 한 잔 따악 들고 자리에 앉아 메일 체크하며 홀짝거리는 맛은, ... 그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는. 말하자면 이 맛에 회사라는 곳에 나오나 싶을 정도로. 아침에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며칠 정말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자율출근제가 있어서 나는 어제 8시에 출근하여 5시에 퇴근하는 호사를 누렸다. 용인에서는 아무리 일찍 나와도 집에 오면 8시였는데, 여기에서 5시에 퇴근하고 룰루랄라 어디 들러 맛난 저녁 먹고 듣고 싶었던 강좌 하나 수강하고 집에 갔더니 10시 조금 안되는 시각. 몸이 이리 가뿐할 수가 없다.

 

어제 들은 강의는 <영화와 클래식의 만남> 뭐 이정도의 제목이 되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8회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영화도 좋아하고 클래식도 좋아하고 해서 선듯 신청이란 걸 해버린.

 

첫 날은 임팩트 있는 걸 하겠다며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영화 로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 푸치니의 오페라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특히 <나비부인>은 서양인(특히 남자)의 관점에서 동양여자에 대해 가진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 가사도 아주 웃기는 짬뽕인 오페라라 그닥 흥미가 없었다. 덕분에 빵빵하게 먹은 저녁 비빔밥과 어우러져 막 졸아버린..;;;;

그러나 이 영화는 ... 좋았다. 푸치니 오페라의 <어느 갠 날>이 계속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그야말로 서양인이 가지는 편견을 역발상으로 친, 매우 잘 된 영화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연기도 훌륭하고(근데 이 아저씨는 맨날 왜 이런 배역만 맡는 건지..)... 결국 사랑한 것은 실체가 아니라 환상이었다는... 아 너무나 놀라운 반전이고 게다가 실화에 근거했다고 하니 더더욱 가슴이 저릿한 내용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머리가 아뜩할 정도의 놀라움이랄까. 아... 이 부분은 스포일이 되니까 안 본 분들을 위해서 남겨두기로 하겠다... (아이고. 입 간지러워라) 암튼 실제로 일어난 얘길, 동양인인 시나리오작가가 상당히 깊이있는 시선으로, 무엇보다 동양인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로 감동적... 이라기보다는 마음에 팍 꽂히는 내용이었다.

 

(동영상 올리고 싶었는데, 회사라 그런가 잘 안되네.. 뒤에서 일 안한다고 째리는 눈들이 있어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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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013-01-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비부인>은 같은 이유로 좋아하지 않지만, 제레미 아이언스 때문에 봤다가 좋아하게 된 영화라 반가운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비슷한 배역을 거듭 맡긴 했지요, 아마 이 분 말고 그런 배역이 잘 어울리는 멋진 중년 배우가 드물어서인 것 같아요^^;

비연 2013-01-08 12:42   좋아요 0 | URL
행인님..ㅎㅎ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런 배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멋진 배우이기도 하고 그런 배역마저도 충실할 수 있는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다들 회피할 수 있는 배역일지라도 멋지게 소화해내는 그가, 어젠 정말 더없이 좋은 배우라고 느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