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이 오늘 퇴사를 한다고 알려왔다. 그동안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불쑥 이야길 하니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물론 곧 정신(?)을 차리고 축하를 해주었지만. 이직하게 되는 이유를 말하는데 하나도 동감되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하긴 얼마 전부터 난 그 사람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계속 얘기해왔었던 게 기억났다. 이 곳은 겉보기로는 좋지만, 그 사람의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잘 된 거다. 판단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결단에 박수.
그러나, 헤어진다는 것은 늘 스산함을 동반한다. 더군다나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 것 같다..가 아니라 그렇다. 어디를 가든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법이다. 마음이라는 게 억지로 한다고 맞아지는 게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이 무언가로 연결되지 않고서는 마음 맞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사람과 나는 회사에서 '톰과 제리' 커플이었다. 항상 서로 무안주고 놀리고 그러나 늘상 같이 다니는... 유머가 통한다고 해야 하나. 말이 통한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이렇게 또 한사람을 보낸다.
나이를 먹으면 헤어짐에 둔감해질 만도 한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섭섭함이 남는 걸 보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그런 감정마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완전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 사람에겐 개인적으로 힘든 세월이고 그래서 이직까지 겹쳐서 심란한 시간들이겠기에 나의 섭섭함 정도는 묻고 지나가야 하는 거지. 어딜 가든지 잘 지내리라 믿기 때문에 걱정은 안한다. 워낙 뛰어난 사람이고 워낙 성격이 좋은 사람이고 워낙 착한 사람이다.
이런 날엔 딱 한잔의 소주가 먹고 싶어진다. 집에는 소주가 없으니 시원한 물이나 먹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