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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연휴, 나는 가족들과 일본의 Okinawa에 있었다. 그래, 있'었'다.

 

사진을 문득 보니, 내가 과연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게 맞는가. 그 때 그곳에 있던 자가 내가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꿈을 꾼 듯한 이 느낌.

 

인생 다 지나고 나서도 그런 느낌이겠지.. 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人生은 一場春夢이라...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이 난항들도 지나고 나면 다 꿈처럼 아득해지겠지... 

 

.... Okinawa는 참 좋았다. 반의 반의 반도 못 보고 와서, 다시 갈 생각이다. 언제? 몰라...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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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4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4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니까 놀러가느라고 짐을 싸면 좋을텐데... 이게 송도에서 프로젝트하는 중에 넘 급해서 '자비'로 호텔에 며칠 묵는다는 거지. 그래서 슬프다는 거지... 이게 뭐냐는 거지.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책도 제대로 못 보고 새벽 출근에 자정 퇴근에. 심지어 밤도 새는 와중이라 참으로 심적으로는 무료한 셈이라. 오늘 간만에 책을 보니 마음이 울렁울렁할 정도였다.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그의, 아내를 잃은 후 그 아내에게 바치는 이 책.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왠지 꽂히는 글을 담고 있는 이 책.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그리고, 작가는 다음의 구절을 바로 덧붙인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p61)

 

어떤 사람은 줄리언 반스의 이 밍밍해 보이는 문장들 때문에 책이 지루하다고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밍밍하지만 담백한 구절들이 좋다. 야단스럽고 장황하고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인생의 모습에 더 다가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 정도 읽었고 3장은 아내 팻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해서 기대 중이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내일 출장(?)을 가고 싶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은 <Stoner> 이다.

 

 

 

 

 

 

 

 

 

 

 

 

 

 

 

 

 

한글로 방금 읽어서인지, 영어로 읽는 것에 부담이 덜하다.

 

 

For several minutes, after the man had driven off, Stoner stood unmoving, staring at the complex of buildings. He had never before seen anything so imposing. The red brick buildings stretched upward from a broad field of green that was broken by stone walfs and small patches of garden. Beneath his awe, he had a sudden sense of security and serenity he had never felt before. Through it was late, he walked for many minutes about the edges of the campus, only looking, as if he had no right to enter. (p5)

 

 

한글로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학교와 스토너가 조우하는 이 대목이 괜히 아릿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흙과 더불어 무미건조하고 덤덤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던 10대 후반의 스토너가 대학교라는 곳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느껴졌을 그 느낌이, 말로 너불너불 얘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 것이 훨씬 더 강하게 와닿는다.

 

아껴가며 한대목씩 읽어나가고 있다. 스무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참 좋다. 그냥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아. 이제 짐을 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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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동료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불만이 있겠지.. 근데 지금 나와 일하는 대리는 정말 갈수록 미칠 것 같다. 퍼포먼스는 직급 같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50% 미만인데, 싸가지까지 없다.

 

1. 말할 때 긴머리를 자꾸 쓸어내린다. 너무 없어보인다.

 

2. 내가 시키는 일만 한다. 딱 거기까지. 다 했냐고 하면 뭐가 뭐가 문제라서 못했다고 한다. 내가 해결책을 가져와야지 그냥 그 상태면 어쩌냐고 얘기해야 다른 시도를 할까말까다.

 

3. 간식을 사놓는 담당인데, 가끔 내가 사기도 하고. 누가 사든 직급에 구애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요 며칠 바빴고 그런데 맥심커피가 떨어졌다. 두 층만 올라가면 파는데.. 일주일 내내 얘기해도 안 사둔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싶어해서 내가 오늘 점심 먹고 그냥 들어가길래 맥심 커피 사야지? 그랬더니 네 그러세요. 전 먼저 들어갈게요.. 한다. 아 정말.

 

4. 열의가 없는 거야 어디 얘 문제 뿐이겠는가. 그냥 끝까지 안한다. 독기가 없다. 내가 이거 할테니 넌 저거 해 라고 지시를 하면 그 시간에 딱 맞춰 일을 한다. 먼저 끝내고 도와줄 생각을 안하고 남는 시간엔 카톡질이다. 확 가서 스마트폰을 뽀샤버리고 싶다.

 

5. 이것도 요즘 애들 특징인지, 암튼 안돼요 못해요가 많다. 안 되면 왜 안되는지, 다른 방법은 써봤는지 얘기가 없다. 그냥 내가 이거 했는데 안돼. 어쩌라구? 이런 거다. 그러면서 개인돈 청구는 하루를 어기는 일이 없다.

 

등등등.

 

더 많지만... 여기까지.

 

내가 너무 까칠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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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6-02-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적 보고 라인으로 토스하세요.

전 하나 하나 가르친 연후에도 소용없으면
같이 일못하겠다고 보고하고 바로 버려요.

전 싸가지없는 것도 좋고 까칠한 것도 좋은데
일 못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일만 잘하면 전 패스.




비연 2016-02-03 16:40   좋아요 0 | URL
저도 좀 가르쳐보고... 안되면 담부턴 프로젝트 같이 안 들어오려구요.
근데 싸가지 없으면 좀 속상하긴 해요. 완전히 무시는 안되네요..ㅜㅜ
 

 

주말근무도 모자라서,

자정에 집에 잠깐 가서 30분 눈 붙이고... (아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일어나 겨우 씻고

차몰고 다시 회사로 나왔다.... (헉)

 

새벽 2시반 도착.

 

앞으로 20시간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실정인지라

긴장해서 잠도 안 오지만....

피곤에 절어,

요즘 계속 이런 식이어서...

몸 상태가 아주 메롱극치인 것 같다...

정신 상태는 피폐극치이고. 마음 상태는.. 아 몰라.

 

토요일 밤에 일요일 근무하는 게 싫기도 하고 해서

괜히 잠안자고 본 책이 <스토너>였다.

 

.... 마음이 짠했다. 마치 내 옆의 누군가를, 아니 마치 나의 인생을 보는 느낌.

그냥 너무나 일상적인 내용인데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오늘, 영어책을 주문했다. 일년내내 보더라도, 이 책만큼은 영어로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한번 다시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얘기하고 싶다, 스토너의 인생에 대해.

 

.....

 

일단 일부터 마저 다 하고 생각해야겠다.

이 짓을 이번 주 내내 할 걸 생각하면 왠지, 헬게이트로 들어가는 느낌이지만.

어쩌겠나. 일인데.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말이다,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올해는 일복이 터진 것 같다.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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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1-25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복도 복이지유~ 부디 힘내세요!

비연 2016-01-27 08:10   좋아요 0 | URL
ㅠㅠ 며칠 잠도 못자고 시달렸더니 지금은 녹초네요.. 그래도 힘내야죠 ㅎ 감사!
 

 

어제 밤에 맥주 한잔 마시고 조금은 스트레스가 풀린 마음으로 누워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훑었다. 아.. 근데..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편찮으시다더니..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구나...

 

대학교 때 방학마다 읽은 책 중에 제일은 무엇이냐 나혼자 랭킹을 한 적이 있었다. 워낙 잡다하게 책을 읽는 편이라 방학만 되면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봤던 것 같은데... 몇 학년 때였는 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어느 겨울방학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부로부터의 사색> 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책을 잡아서 읽었던 건, 제목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통혁당 사건 무기수 신영복의 편지. 통혁당이라는 단어가, 거기다 무기수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더랬다.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오고 석사를 하다가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 20년을 감옥에서 지냈고... 그동안 그 안에서 가족과 주고받았던 서간들을 모아 이 책을 낸 것이었다. 소위 엘리트에 속하는 어떤 남자가 20년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지냈다... 솔직히 그 당시 시대정황에 비추어볼 때, 마음에 늘 분노를 삼고 지냈던 그 때,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책은, 그러나 분노가 아니었다. 감옥이라는 곳에서 느끼게 되는 많은 생각들, 읽은 책들, 사람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이 철학적으로 차분히 쓰여지고 있었다. 나중에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은 수양을 위한 장소였다며 그냥 이 곳에 그렇게 그냥 있었으면 몰랐을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노라 말씀하셨더랬지만, 참... 이럴 수도 있구나 라며 마음깊이 무언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감옥에서 풀려나고 선생님은 책을 쓰시고 강의를 하시고.. 그리고 성공회대에서 교수를 하시며 깊이있는 생각들을 공유하셨다. 그 분이 쓴 책은 대부분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매번 실망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특히 '신영복체'라는 그분의 필체를 보면 왠지 위안이 되었었다.

 

 

 

 

 

 

 

 

 

 

 

 

 

 

 

 

 

 

 

 

 

 

 

 

 

 

 

 

 

 

 

 

 

 

 

 

<강의>는 이 분의 철학이, 공부가 어디까지 갔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동양의 고전을 꿰뚫고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관점이 조화를 이룬, 훌륭한 글이다. <나무야 나무야> 라든가 <더불어 숲>, <변방에서> 등의 에세이들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랜 세월, 혼자서 스스로의 방에 침참해야 했던 젊은이가 중년이 될 때까지 그렇게 지낸 세월들은 그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깊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깊게 해주었다. 내가 지금 사소한 것들에 펄펄 뛰고 화를 내는 게 참,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담론>은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올 때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책 운운하길래 믿지 않았었는데. 금방 털고 일어나셔서 좋은 말씀들 또 해주시겠지 했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끝내면 바로 <담론>을 펼쳐야겠다...

 

신영복 선생님. 모진 세월 지냈던 세상,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세상, 뒤로 하시고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선생님의 글, 말, 던지는 메세지들 모두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며 위안이 되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좀더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건 남은 자들의 부질없는 욕심일테지요...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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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1-16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신문 보고 깜짝 놀랐고 안타까웠어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팬이 되어
<담론>을 구입한 독자로서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시길 바라고 있었는데 타계 소식이라니...

타계 소식에 저도 페이퍼를 올릴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올려 주셔서
이렇게 댓글 쓰는 걸로 대신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연 2016-01-17 15:25   좋아요 0 | URL
pek0501님... 모두에게 정말 놀랍고도 슬픈 일인 것 같아요.
고인의 명복을..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다시한번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