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놀러가느라고 짐을 싸면 좋을텐데... 이게 송도에서 프로젝트하는 중에 넘 급해서 '자비'로 호텔에 며칠 묵는다는 거지. 그래서 슬프다는 거지... 이게 뭐냐는 거지.

 

요즘 너무 바쁜 나머지 책도 제대로 못 보고 새벽 출근에 자정 퇴근에. 심지어 밤도 새는 와중이라 참으로 심적으로는 무료한 셈이라. 오늘 간만에 책을 보니 마음이 울렁울렁할 정도였다.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그의, 아내를 잃은 후 그 아내에게 바치는 이 책.

 

 

 

 

 

 

 

 

 

 

 

 

 

 

 

 

 

아직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왠지 꽂히는 글을 담고 있는 이 책.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그리고, 작가는 다음의 구절을 바로 덧붙인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p61)

 

어떤 사람은 줄리언 반스의 이 밍밍해 보이는 문장들 때문에 책이 지루하다고도 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밍밍하지만 담백한 구절들이 좋다. 야단스럽고 장황하고 유려한 문장이 아니라 인생의 모습에 더 다가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 정도 읽었고 3장은 아내 팻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해서 기대 중이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내일 출장(?)을 가고 싶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책은 <Stoner> 이다.

 

 

 

 

 

 

 

 

 

 

 

 

 

 

 

 

 

한글로 방금 읽어서인지, 영어로 읽는 것에 부담이 덜하다.

 

 

For several minutes, after the man had driven off, Stoner stood unmoving, staring at the complex of buildings. He had never before seen anything so imposing. The red brick buildings stretched upward from a broad field of green that was broken by stone walfs and small patches of garden. Beneath his awe, he had a sudden sense of security and serenity he had never felt before. Through it was late, he walked for many minutes about the edges of the campus, only looking, as if he had no right to enter. (p5)

 

 

한글로 읽을 때도 그랬지만, 학교와 스토너가 조우하는 이 대목이 괜히 아릿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흙과 더불어 무미건조하고 덤덤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했던 10대 후반의 스토너가 대학교라는 곳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느껴졌을 그 느낌이, 말로 너불너불 얘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 것이 훨씬 더 강하게 와닿는다.

 

아껴가며 한대목씩 읽어나가고 있다. 스무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참 좋다. 그냥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아. 이제 짐을 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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