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갈 때 내 짐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책'이다..ㅜ 일주일을 넘겨가면 6~7권 가져가는 건 기본이고 가서도 보이는 대로 사니 올 때 심지어 오버차지를 문 적도 있다. 가서 그걸 다 읽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불행히도 한 권이나 제대로 읽고 올 수 있으려나. 지난 번 베트남 갈 때는 10권은 가져간 것 같았는데 (이주일 머물렀었다) 제대로 읽고 온 건 한 권 (빅픽쳐)이었고 나머지는 군데군데 헝겊잇듯이 읽다가 왔다.

암튼, 그래도. 여행 혹은 출장 가기 전에 가져갈 책을 고르는 재미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점유하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처럼 한 달이나 있고 겨울이고 따라서 옷 등등의 무게가 거의 한계용량에 다다르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겨우 몇 권 챙겨갈 수 있겠거니 싶으니 더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이번에는 출장이고 가서 논문도 한 편 써야 하고 해서 지금 생각엔 딱 두 권만 가져가려 한다. 대신, 가져간 책을 열심히 진지하게 읽고 싶다. 그래서, '고전' 중심으로 선택하기로 한다.


후보 1. 한시미학산책 (정민)

정민 교수의 책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었다. 사실 이 분의 약력을 보면, 정말 돈 안되는 공부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데,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사람들이 따분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한시를 읽게도 만드는구나 하면서 감탄한다. 이 <한시미학산책>은 거의 700페이지에 달한다. 1996년 초판이 발행한 이후 15년만에 발간하는 완결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스물 네가지 한시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이고 유려한 한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계속 구미가 당기고 있는데, 정말 엄두를 못 내고 있어서 이번에 가져가 매일 조금씩 읽어볼까 싶다. 두께의 압박이 있기도 하지만..ㅜ






후보 2.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펭귄클래식 100권 출간 기념으로 나온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것도 장장 672페이지이다..(왜 이리 할 말들이 많은 게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고전 중의 고전이고 따라서 수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인용되어온 책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 사람은 그리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자들에게 강의한 텍스트를 세계적인 고전문법의 두 석학이 해석을 단 이 책도 흥미가 화악 당기지 않을 수 없다.









후보 3. 조조평전 (장쭤야오)

난 평전을 좋아한다. 물론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지고 쓴 책을 좋아한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특히나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쓴 책들을 이 관점에서도 읽어보고 저 관점에서도 읽어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조조라는 인물. 우리가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는 아주 사악하고 악덕하고 밉살스럽고 박쥐같은 이미지였던 조조가 이문열의 삼국지에서는 대단한 책략가이고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영웅호걸로 묘사된다. 어떤 순간이든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하나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 <조조평전>이 나왔을 때 선듯 살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은 조조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괜챦은'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쓴 책이다. 근데, 812페이지. 뭔 얘기가 이렇게 기냐구.






후보 4. 일본의 걷고깊은 길 1,2 (김남희)

이건 고전은 아니지만서도....일본에 가니까 일본여행기를 하나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김남희는 글을 쓸 때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담하게 표현해서 즐겨 읽게 된다. 물론 도보여행가이므로 다른 여행기에 비해 좀더 다이나믹하고 구체적이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일본을 이렇게 돌아보고 나서 우리나라의 산천을 다시 볼 마음이 생겼노라고 했었다. 나도 일본의 곳곳을 한번 누벼보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마 우리나라 산천에 대한 애정을 재발견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후보 5. 분서 1 (이지)

파란여우님 소개로 무작정 산 책. 알라딘에는 격정의 생애와 독설의 사유로 알려져 있는 명나라 양명학 좌파 사상가 이지의 <분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분서>는 명대 말기부터 근대화가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금서로 묶여 있었던 책. 유교반도로서의 이지와 문학가로서의 이지, 신유학자로서의 이지에 대한 생애와 사상을 다루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완역을 축하했고 역자에게 존경을 보냈으면 읽을 만한 책으로 꼽으셨다. 한번 꼭 읽어보겠다고 최근에 산 것이라 이번 기회에 가져가볼까 싶기도 하다. 559페이지. 그나마 양호하네..;;;;







후보 6. 로마 서브 로사 (스티븐 세일러)

요것도 고전은 아니지만.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니까..ㅎㅎ 지금 4권까지 나왔고 원래 10권짜리인데 더 이상 번역이 안된다는 슬픈 얘기도 들리는 책이다. 4권 다 싸들고 가서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1과 2 정도만 들고 가서 볼까..싶기도 하고. 아 볼 책은 왜 이리 많은 건지. 후보 고르기도 쉽지 않은 이 현실. 가서 책만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헥헥헥. 일단 여기까지. 이 중에서 적어도 1권은 가져가야지 하고 고민 중이다. 가져갈 2권 중 하나는 이 중에서, 또 하나는 머리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 아무거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11-01-1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가시는군요^^ 부러워요. 논문도 쓰시고 좋은 책들과 사귀시길 기대합니다. 한시미학산책은 출간됐을 때 독서모임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비연 2011-01-14 11:11   좋아요 0 | URL
지금 일본이에요..ㅎㅎ 일한다고 오니 며칠은 스트레스로 숙소에만 가면 곯아떨어지고. 인터넷은 일하는 곳에서만 되네요. 책은 두권만 가지고 왔는데 일이 많아 제대로 볼 수나 있을런지.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lo초우ve 2011-01-2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 가시면 오래 머무시나봐요?
건강한 여행 되시구요 ^^
책벌레는 어딜가나 책벌레죠ㅎㅎ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이책은 제작년 여름에 다 읽고
지금은 알라딘박스에 여러권의 책들과 함께 포장되었답니다 ^^
설날에 조카에게 가져다 주려구요 ^^
길... 가수 조관우 노래중에 "길"이 있는데 이노래 들어보세요 ^^
전 자주 듣는편이거든요 ^^
길.... 보관함에 저장 콩콩~! ^^%

비연 2011-01-26 13:21   좋아요 0 | URL
하얀안개섬님..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반가운 댓글이~^^
한달 정도 일본에 머무르고 있어요...'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읽으셨구요! 조카분도 좋아할 거 같아요~ 추천하신 노래, 꼭 들어볼께요~
 


감기기운이 세다. 엄마가 일주일 전쯤 감기가 걸리셨는데 병원을 계속 다니셔도 쉽사리 낫질 않으시더니 급기야 나도 걸린 느낌이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노곤하고 코랑 목이 아프고. 낼 모레 일본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것도 한달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 오늘 많이 쉬었다. 좀 나은 것 같기는 하지만,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감기의 기세가 등등해서인지 아주 개운한 맛은 없다.

역시나 쉴 때는 침대에 데굴거리면서 보는 독서가 제 격이다. TV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밥 먹을 때 엄마와 보는 프로그램 빼고는 쉰다고 TV를 찾아서 보지는 않게 된다. 결국 뭐..자다가 보다가 하면서 어제 오늘 읽은 책이 세 권이다.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를 경험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 빅터 프랭클이 그 체험담과 그로부터 끌어낸 자신의 이론을 쓴, 꽤 오래 전 책이다. 이시형 박사가 번역을 했다. 수용소 생활을 하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글을 쓴 사람들이 여럿 있다. 나는 프리모 레비의 글을 좋아하는데, 이 분이 아니라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꽤 된다. 그 혹독한 수용소 생활에서는 자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 고초 다 겪어내고 이제 평온한 생활 속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덧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 아니 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참 무섭고 아이러니했다. 빅터 프랭클은 그런 일상의 위기에서도 벗어나 93살까지 장수한 분이다. 사람이 자신의 알몸 외에는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을 때, 그리고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죽음을 직면하고 있을 때 어떠한 심리상태가 되는가. 그 속에서도 사람은 동물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따라서 의미를 찾는 생활을 통해 목숨을 연명해나갈 수가 있다. 어찌보면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일반적인 단어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실존적인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했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붙잡고 놓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잃지 않고 그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무서운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에서도 그것은 통하더라는 것. 그것은 읽는 내내 너무나 감동이라 믿기가 어려웠었다. 따라서 빅터 프랭클 박사는 프로이트적인 정신분석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간은 쾌락만을 쫓는 것이 아니며 과거의 어떠한 성적인 외상에 의해 평생을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재적인 요구와 소망과 의미추구에 의해 생활을 질적으로 풍요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떤 이론이 맞다 안 맞다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체험에서 나온 글은 가슴에 뻐근하게 다가온다.



요코미조 세이지. 사자마자 꼭 봐야지 하면서 잡아든 책이다. 후기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삼수탑>. 근데...좀 실망이었다. 숱한 우연의 일치와 격한 로맨스, 그리고 너무나 뻔한 결말. 게다가 긴다이치 코스케는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는. 로맨스가 많이 나온다는 게 이색적이라고 할 수는 있었겠지만, 추리의 묘미도 떨어지고 인간들의 심리적인 부분의 묘사도 미흡하고 그저 두 남녀의 사랑이 주안점이 되어 어떠한 역경도 사랑으로 이겨내리..뭐 이런 내용? 게다가 사랑한다고 처음에 여자가 그다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장이라도 찍듯이 남자가 억지로 관계를 맺는 장면은 현대의 우리로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흠....아뭏든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작품이었다고 한 마디.





박민규. 이 사람의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게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라는 소설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읽고 나서 아하. 싶었었다. 이거 몇 권의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볼 만 하겠는걸?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중에서 고른 게 이 작품이었다. 사랑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이런 의구심에서 고르게 되었던 것 같다. 천하 박색의 여자. 그래서 어려서부터 누구에게나 멸시를 받고 잉여인간으로 취급받아온 나머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감히 해보지 못했던 여자.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배우랍시고 출세한 아버지의 버림받은 아들. 대학도 갈까 말까 결정 못 한 채 우연히 만난 아르바이트 자리에 뜻없이 몸담고 있는 남자. 아버지를 닮아 생긴 건 반반해서 백화점 미스터 아르바이트에 뽑히기도 한 그 남자가 천하 박색의 그 여자를 19살의 나이에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요한이라는 남자가 자리한다. 서로 머뭇거리고 서로 수줍어하는 연인의 사이에서 메신저가 되고 사랑을 꽃피우게 도와주던, 또 하나의 상처 투성이 남자. 이 작품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사랑이야기가 아름답다는 거, 뭘까. 모든 사랑이야기는 아름다울 수 있으나, 이 책에서 나오는 사랑은 그 무엇보다 서로의 상처를 말없이 보담는 진실이 담뿍 들어가 있어서 서로에게 빛을 발하게 하고 그래서 천하 박색의 그 여자가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래서 진하고 깊고..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박민규의 관심사는 대부분 상처를 가진 사람들,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대역전홈런을 터뜨리게 되는 개연성 없고 현실설 결여된 결론으로 절대 유도하지 않는다. 씁쓸한 인생의 길에서, 어쩔 수 없이 사회라는 곳에 귀속되어 있는 사람들로서 이러저러하게 그 상처가 옅어지고 쓰다듬어지면서 살아가게끔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항상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모두 보통 사람들, 어쩌면 사회의 주변인물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에게 몰입하게 한다. 대부분이 인생을 살면서 세상의 주역이라고 느끼지는 않을 게다. 늘 액세서리이고 그래서 늘 당하고 있고 그러나 힘이 딸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박민규의 소설을 읽으면서 동감을 하게 된다...그리고 이 책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실한 사랑을 너무나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추천한다.

*************

책 세권을 후다닥 읽고 나니 일요일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좀 나아진 몸을 이끌고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사는 게 뭔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남들이 한다고 나도 다 따라하는 게 옳은 삶인지. 그리고 인생은 참으로 쓸쓸하고 적막한 것이구나 라는 뜻없는 감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물론 나락에 떨어지는 감상은 아니고, 그냥 담담하고 건조한 감상일 뿐이지만. 날이 추워서일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1-0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면 정말이지 웬만한 불평불만은 쏙- 들어가버려요. 쏙- 쏙- 쏙- 쏙- 그 많은 걱정 그 많은 불평 그 많은 불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으으--

비연 2011-01-09 19: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안녕하세요. 정말 이 책을 신년초에 읽길 잘 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좀더 긍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인 것 같아요~^^

라로 2011-01-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다니,,,그리고 일본 출장을 한 달이나 가시는 사람은 얼마나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요???????암튼 결론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겠다는 ,,,,^^;;

비연 2011-01-11 10:24   좋아요 0 | URL
나비님, ㅎㅎㅎ.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꼭 읽어보시고 감상 알려주세요~
 

 

어제 후배랑 이야기를 했었다. 후배는 올해 일주일에 한권씩 책 읽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랑 다니면서 독서량이 좀 늘어났지? 라며 서로 깔깔거렸다. 근데 아이퐁 땜에 책 읽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다. 후배는 게임을 좋아해서 얼마 전까지는 angry bird라는 게임에 몰입하더니 요즘엔 god finger라는 신종게임에 열중 중이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너 독서할 수 있게 내가 책 사준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 나오면 내가 사줄께.
(후배는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메일을 열어보니..세상에.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이 신간으로 나온단다. 그것도 두 권짜리로. 으윽. 이건 뭐지. 어제 얘기한 게 오늘 실현되다니. 이럴 수가. 철푸덕. 하면서 약속은 약속이니까 눈물을 머금고(ㅜㅜ) 바로 장바구니에 골인. 22일쯤 받을 수 있단다.
















<얼간이>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책인 것 같다. 바로 얼마 전에 <얼간이>를 읽은 나로서도 혹하는 출간이 아닐 수 없어서 후배네 집에 보내고 바로 나의 책쇼핑을 시작했다..ㅎ 올해 첫 책구입이라니. 올해는 한달에 한번만 구입하기로 결심했던 터라 오늘 구입하면 다음 달에나..

  

 

 

 

 

 

 

<분서> 파란 여우님이 극구 추천하신 책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사고 나서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어 계속 미루고 있었다. 신년이고 하니 한번 시작해볼까나 하고 구입.

<시학>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유명한 책. 이번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보관함에 골인시켰던 책이다. 요즘엔 옛날 작품들에 흥미가 많이 끌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의 본질에 관심이 많아졌다고나 할까...





 

 

 

 

 

 

<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지의 작품은 정말 나오기가 무섭게 사게 된다. 뭔가 마력이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책. 사실 좀 전근대적이고 너무 일본 색채가 짙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도 섞여있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사람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마음에 와닿는 작품들이다. 이번에도 꽤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블랙라이크미><정글> 영어로 살까 하다가 그냥 한글로. 아는 언니가 힘들어하던 나에게 권해준 책들이다. 몇 권 더 권해주었었는데 그것들은 내가 다 읽은 거였고 이 두 권은 말만 듣고 읽지는 않았던 거라 이번 기회에 같이 사본다. 영어로 사면 좋겠지만...그러면 언제 읽을 지 모르겠다 싶어서..ㅎㅎ 괜챦으면 나중에 영어로 한번 읽어보지 뭐.



이렇게 해서 올해도 10만원 상당의 책 구입으로 테이프를 끊는다..ㅠ 다행히 후배에게 받은 상품권(생일선물!)이 있어서 내 돈이 안 빠져나가고 어떻게 해결이 되었지만..호호. 그래도 책을 사는 기쁨은 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겐.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11-01-0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핑거라면..기동전사 G건담...에서 번쩍번쩍 금동이로 변신하여 펼치는 필살기 중에 하나인데...(책 페이퍼에서 난 애니 이야기 하고 있고...)

비연 2011-01-04 20:56   좋아요 0 | URL
허억~ 그게 그런 건가요^^;; 전혀 모르고 있는 비연 ㅎ

후애(厚愛) 2011-01-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이 많이 부러워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빕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비연 2011-01-08 16:53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이 책을 사두고 아직까지 안 읽은 것은 아이러니다. 미야베 미유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사는 족족 다 읽어대는 나인데..하긴 생각해보니 사놓고 안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으으윽. 이럴 수가.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하면서도 시간은 없고 있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아뭏든 올해 1월 1일. 무슨 책으로 새해를 시작해볼까나. 하고 책이 잔뜩 쌓인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선택한 책이 이 책 '얼간이' 이다. 뭐.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 싶지만 그런 건 없고. 새해 첫날부터 머리 아픈 책은 읽기 싫었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책도 싫었고 너무 무서운 책도 싫었고 조금은 인간미 넘치면서 해학이 있는 책이면 좋겠구나 라고 막연히 생각하다가 고른 책. (흠 이게 그럴싸한 이유에 속하는 듯? 큭큭)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이야기는 정말 좋다. 요즘 일본이 복고풍인지라 에도열풍이 불어서 책이며 드라마며 영화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유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소설은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야기들은 다양하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아주 똑똑하거나 특출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좀 모자란 듯 하고 좀 허술한 듯 하지만 마음이 깊은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그 내면을 가로지르는 인간의 마음까지 도닥여주는 내용들이 많아서 읽고 있으면 참 푸근해진다.

얼간이 무사인 헤이시로와 그의 조카이자 곧 양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유미노스케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몇 개의 소설이 이어진 연작소설로 다 다른 내용 같지만 나중에 하나로 모아지는 느낌이 아주 절묘한 작품이다. 헤이시로는 40대 중반의, 정말 어쩔 수 없이 무사의 직책을 맡아 유유자적 다니는 사람으로 딱히 잘 되고 싶은 욕구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지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천재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에 담겨진 미움들을 밝혀내고 그것을 잘 무마하는 역할을 해낸다. 늘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 갈등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그렇게 해나가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미야베 미유키 에도소설의 묘미이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내 옆의 사람인양, 혹은 나인양 느껴지게 함으로써 빠져들게 하는.

문득, 물만두님이 이걸 읽으셨겠지 싶어서 한번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동서고금 같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이 작품에서 잘 이야기하고 있다. 미스터리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이 좋았다. 정이 깊은 오토쿠 아줌마가 논다니 오쿠메를 받아들이고 오쿠메가 오토쿠가 쓰러졌을때 구박받은 것도 잊고 간호하던 것,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거두는 젊은 관리인 사키치의 따뜻한 마음씨와 서로 그 아이를 돌봐주는 모습은 없는 형편에서 넉넉한 인심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있어 사람이 더 행복하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나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은 불행해도 좋다는, 아니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들이 만연해있는 지금 차라리 얼간이라 불리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2010. 11. 03. 리뷰

만두님도 나랑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측은지심.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나를 참 예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게끔 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1년 결산


통계대상: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음반+DVD  (알라딘 구매리스트)
 

1. 비용 

O 총구매액 : 2,574,230원 (커억...! ㅜㅜ 한달에 20만원씩 썼다는 이야기)  
- 도서구입액 : 2,237,230원 (87%)
- 음반 및 DVD 구입액 : 337,000원 (13%)

O 제일 비싼 도서 : 로마제국 쇠망사 6권 셋트 144,900원
O 제일 값싼 도서 : 동물 3,600원 (이건 후배 아들 낳아서 선물한 책 .. ㅎ)  
O 평균 : 12,093원 

O 구입 책수 (셋트는 한 권으로) : 185권 (한달에 10~20권을 샀다는 이야기)


  

 

 

 


 

2. 출판사별 (5권 이상 산 곳, 만화책 제외)

1등. 문학동네 15
2등. 랜덤하우스 코리아 10
3등. 북스피어 9
4등. 시공사 7
5등. 민음사 5 / 손안의책 5 / 창비 5



3. 결론

으흐흐흠. 정말 한 해동안 무진장 샀던 것 같네요. 자중한다고 한 게 이 정도니. 이걸 다 읽지는 못 했고..ㅜ  자중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좋은 책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욕심은 하늘을 찌르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더 지름으로써 대미를 장식해볼까나...라는 무서운(!) 생각도 가져보고 (덜덜덜)...조만간 가지고 있는 책중에 버릴 넘들을 골라 알라딘에 깨끗이 넘기고 (중고샵에서 개인에게 파는 건 감질나서 못 하겠다는..ㅜ) 다시 재구입에 들어가볼까 라는 깜찍한 생각도 해보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인 2010-12-2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비연님이나 호련님 같은 분이 있기에 제가 기운내고 삽니다. =3=3=3

비연 2010-12-29 21:24   좋아요 0 | URL
흑흑...ㅜㅜ

비연 2010-12-29 22:31   좋아요 0 | URL
제가 슬픈 건, 알라딘에서 구입한 게 '다'가 아니라는 거에요..으흐흑.
정말 지름신을 멀리하는 2011년이 되도록...정신을...차려야..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