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간다고 책을 고르다보니 뭔가 부족하고 뭔가 더 사야 할 것 같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혀 보관함 및 기타 지인들의 서재를 뒤지다가 결국 지름신 왕강림하여 사대고 (정말 이 수준. 사대다) 말았슴다. 물론 저보다 더 많은 책들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분들도 있겠지만서도 이거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는. 엄마의 찌릿 (ㅡㅡ+) 한 눈길이 지금부터 느껴진다는..;;;



1. 미야베 미유키의 <지하도의 비>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핑계같지만서도, 미미여사의 책을 전부 구입하지 않고는 못 배기니까.  이건 어차피 사야 했던 거다. 언젠간 살텐데 꾸물거릴 필요 뭐 있어. 라는 심정으로 꾸욱. 근데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작품들은 언제 또 나오려나. 그것도 기다려지는구만. 하긴, 아직 <얼간이>도 못 읽었으니 유구무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책은 다 사주시는...신공.  

 

2. 마이클 스톤 <범죄의 해부학> 

범죄심리학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린단다, 이 저자가.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그 범죄의 내면을 쳐다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책이 구미에 딱 맞지 않을 수 없다. 나오자마자 보관함에 뿅 담아두고 이제나 저제나 사려고 애태우던 책이다.

1장. 살인으로 보는 악의 심리 22단계 2장. 충동 살인 : 살인의 발화점, 질투와 분노 제3장. 또 다른 충동 살인 : 반사회적 악인들의 살인 사건 제4장. 살인의 목적 : 사이코패스 계획 살인자를 중심으로  제5장. 연속 살인과 대량 살인 : 1,000명이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살인자 제6장. 본격적인 사이코패스 살인 : 죽음의 천사부터 테러리스트들까지 제7장. 연쇄살인범과 고문범 : 악의 심리의 최고봉들 제8장. 최악의 가족 : 신성불가침의 영역 안에서 일어난 비극들 제9장.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밝혀낸 범죄의 원인들...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기대만빵이구나. 이것말고도 <이웃집 사이코패스>라는 책도 함께 구매하고 싶었지만 꾸욱...눌러버렸다. 일단 이거부터 보자구. 

 

3. 사이먼 샤만의 <파워 오브 아트>

계속 사고 싶었던 DVD다. 가격이 좀 되어서 하나만 살까 하고 보면 일시 품절도 되었다가 어쩌다가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들어가보니 글쎄 60% 할인이라지 뭔가! 이 기회를 놓치면 절대 못 살 것 같아서 그냥 바로 두 개다 장바구니에 토스!

카라바조,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 (I), 터너, 반 고흐 , 피카소, 로스코 (II) 에 대한 얘기를 미술사학자인 사이먼 샤만이 기획하여 탐구하고 그들의 일생을 철저하게 파헤친, 알라딘에서 널리 회자되던 DVD이다. 사실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는 거지. 이거 들고 이탈리아 가면 오호라. 좀 어울리지 않겠는가...(그저 핑계가 없어 못 사지..) 

 

4.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 오경아의 <영국 정원 산책>

이 책들은 오늘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바로 고른 책들이다. 스티브 잡스의 책은, 프레젠테이션 잘 하기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이기에 꼭 한번 보고 싶었었다. 오경아의 책은 사실 나온 지 몰랐었는데, 보고 괜챦아 보였다. 기실은 엄마가 이런 외국 정원에 대한 책들을 좋아라 하셔서 엄마 드리려고 사야겠다 싶었다 (여기서 또 난데없는 효녀심성이 발동? ;;;)

이번에 로마 가면 발표를 해야 하는데 (내가 왜! 발표를 한다고 했을까. 포스터나 낸다고 할 것을..암튼 일을 번다 벌어) 이 책이 도착하면 좀 근사하게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볼까나 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 어쩌면 나중에 써먹을 지도 모르지만. ㅋㅋㅋ   

 

5. DSLR 사진의 완성

예전에 사고 싶다고 했던 책이다. 거창하게 사진을 찍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찍더라도 관점있게 찍고 싶은 게 나의 바램인지라, 시중에 나와있는 DSLR 사진에 대한 책들은 사실 좀 맘에 안 든다. 너무 technical한데 치우쳐져 있다고나 할까. 카메라와 렌즈를 사라고 종용질 해대는 것 같아 썩 유쾌하지 않다.

제대로 된 시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냥 똑딱이를 가지고도 멋들어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질감이나 색채나 이런 것들이 훌륭한 카메라에는 훠얼씬 못 미치겠지만, 그런 것만이 다는 아니니까. 그래서 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시리즈를 좀 좋아한다. 뭔가 나 나름의 것을 찾을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 줄 것만 같아서 말이다.
 

 

6. 칩 & 댄 히스의 <스틱, Stick!>

이 형제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의 책인 <스위치>를 얼마 전에 읽었었는데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을 너무나 알기 쉽게 다양한 예제로써 나타내고 있었다. 읽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빠져든다는. <스위치> 읽을 때는 밥먹으러 가서도 읽고 걸어가면서도 읽었다. 더더군다나 형제가 함께 책을 쓰다니. 형제는 용감했다 라거나 하는 진부한 표현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순간이다.

암튼 이 책 <스틱>도 함께 <스위치>를 읽었던 사람이 추천해서 사는 거다. s로 시작하는 단어를 좋아하는 구만...(요즘 그런 게 많다. 스눕, 스웨이..ㅋㅋ) 이라고 잠시 생각했고 바로 구매했다. <스위치>를 봤다면 나처럼 바로 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7. The Essential John Denver

요즘 존 덴버에 필이 꽂혀 버렸다. 예전에 존 덴버를 무지하게 좋아했던 적도 있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근래에 트위터에 연속으로 올라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아 이 음반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다 해서 하나 구입..으으. 이번엔 정말 책+DVD+CD. 완벽한 종합선물셋트 지름신 강림이로구나.







으흐흐. 그래도 지금 좋다. 이거 받으면 더 좋을 거다. 책 상자 받는 즐거움이란..으흐흐.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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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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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마지막 아사히 한 캔을 꺼내 안주 없이 먹고 있다. 역시 나에겐 비올 땐 아사히야. 하이네켄도 아니고 바로 아사히. 이상하게 비오면 아사히가 땡긴다.

하늘에 구멍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다. 좌락좌락. 정말 이런 의성어가 딱 들어맞는 날이 흔하지 않는데 말이다. 좌락좌락. 안에서 듣고 있는 나는 괜한 감성에 젖어 맥주 한캔에 슬슬 분위기 타고 있지만, 아마도 이 벼락같은 비에 고생하고 계실 분들도 있을터. 좀 자중.

방금 <영원의 아이>를 다 읽었다. 텐도 아라타의 글은 처음 읽는다. <애도하는 사람>도 사다 둔지 오래지만, 왠지 넘 무거울 것 같아 감히 손을 못 대고 있다가 <영원의 아이>부터 시도해보기로 결심했다.  


좋은 책인데. 두껍기 그지없는 (800페이지 분량이 두권이라니 헉) 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나열되는 주인공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심리묘사도 탁월하고. 그래서 아 이 작가 정말 노력하면서 썼겠다. 자신도 아파하면서 썼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근데 이런 류의 책. 넘 힘들다. 사실 며칠간 내리 읽으면서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 읽을까 싶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가정내에서 자행되는 아동에 대한 폭력, 물리적이든 성적이든 심리적이든, 에 의해 상처받은 세 아이가 있다. 그 아이들이 한 병원에서 만났고 서로 통했고 그래서 셋이 있었을 때 치유받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헤어졌고 십칠년 뒤 다시 만났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많은 세월의 무게만큼의 죄책감들이 자리잡아 정상적인 궤도를 달리기 힘든 상태였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 그들이지만, 그 과정이, 그들의 고통이 그들의 아픔이 그들의 가슴깊은 곳에 내재한 복잡한 심정들이 너무나 고스란히 다가와 읽는 사람에게도 전이되어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눈물이 주루룩. 슬퍼서 나는 눈물이 아니라 쥐어짜는 듯한 눈물. 소리낼 수 없는 눈물. 그런 것이 나를 압도한다.

한동안, 이런 우울한 책은 안 읽으려고 한다. 이 책만으로도 올해의 우울은 다 짊어진 기분이다. 바깥엔 하염없이 비가 오고 그래서 더 그런 것 같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책이고 오래도록 멍에처럼 느껴질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애도하는 사람>은 더더욱 나중에 읽어야지. 아 이 작가 무섭다. 넘 가슴을 후빈다. 조금 멀리하려고 한다.

비는 왜 이리 오나. 내일은 좀 멈추어줘야 할텐데. 아사히 한 캔만 딱 마시고 나도 자야겠다. 마음이 힘들어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빗소리도 우렁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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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09-11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와 '아사히'가 잘 어울리는 맛인가봐요?
먹어본 적이 없는 저는 어떤 맛일까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
빗소리라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밤이네요.

비연 2010-09-12 21:11   좋아요 0 | URL
한번 드셔보세요...잘 어울립니다^^

비로그인 2010-09-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께는 좌락좌락 이었군요.

저한테는 추적추적 이었는데.

비연 2010-09-12 21:15   좋아요 0 | URL
^^;;

ryck 2010-09-12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가 오면 다음날 아침에는 해가 반짝 뜨는 맑은 날씨가 되길 빌면서 아사(아침)히(해) 맥주를 먹는거 아녀? 일본어 공부 좀 하는가보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맥주도 고르고 말이지... ㅋㅋ

비연 2010-09-12 21:16   좋아요 0 | URL
일본어 공부하고는 거리가 먼 선택이라네, 애석하게도..ㅋㅋㅋㅋㅋㅋㅋㅋ

G.Ego 2010-09-17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
 


나처럼 책을 좋아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 사실 알라딘에서는 좌절을 많이 겪고 있지만..이 동네에서는 도대체가 너무나 멋진 독서광(!)들이 많으니 나같은 사람은 뭐라 얘기하기도 민망스럽다 -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물론 내 멋에 겨워 이것저것 고르기는 하지만, 아주 자주는 좋은 책의 글귀를 읽어 주고 거기에 공명하여 함께 기꺼워할 사람들이 주위에 필요한 거다. 나혼자 줄치고 나혼자 좋아라 하고 그런 거에 지칠 때쯤에 말이다.

그렇게 책을 두고 마음의 교감을 두는 사이만큼 멋진 사이가 있을까...내 주위에 아주 드물게 그런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틀리고 느끼는 게 틀리고 그래서 뭐라고 읽어주면 얼굴 표면으로는 주억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이거 언제 끝나나 하는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읽어주는 이들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나랑 느낌표를 찍는 그 방점이 틀리다는 것 뿐이다) 어떤 구절을 읽어내려가도 나와 감탄하는 그 타이밍이 같고 비통해하는 그 시점이 동일한 사람은 드문 법이다. 그런데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 아닌가.

오늘 아는 사람이 이 책의 프롤로그들을 읽어주었다. "마음의 사회학". 우리나라 학자인 김홍중 교수가 쓴 책이다. 대구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아마 올해 서울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세상에. 사회학자의 글빨이란. 나 이거 읽어서 프롤로그 옮겨적을 테다. 글을 쓴다고 다 잘 쓰는 건 아니고 기실은 쓰레기통에 직행하는 게 좋겠다는 글들도 많은 이 현실에서 (그게 그냥 작가 뿐 아니라 대학교수가 자기 전공에 대한 얘길 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프롤로그만 읽고 네가 뭘 알겠어?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글이란 게 보면 척 아는 거다. 우리나라 책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외국의 문헌을 잘 번역해서 옮겨담아두기는 했는데, 우리의 글로, 외국체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의 마음에 가장 맘에 와닿는 글로 써내려간 글이 없다거나 남의 나라 사람들 철학은 딥따 옮겨적었는데 자기의 생각은 없다거나 하는 건데, 이 책은 그런 우려를 처음부터 없애준다. 어떤 현상을 우리나라 말로 잘 적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걸 알게 해주는 글빨 있는 사회학자다.

아는 知人이 그 프롤로그를 찬찬히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데 마음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 그런 거구나. 마음이 그런 거고 조직이 그런 거구나. 그걸 우리나라 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 교수에 대한 관심 게이지가 하늘을 치솟으며 바로 보관함에 퐁당. 곧 주문 예정이다.

나는 그렇다. 좋은 글 많이 읽고 외국 사람 글 많이 인용하고 그들의 문체 흉내내서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 말을 우리나라 말 답게 잘 표현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확 와닿게 쓰는 글쟁이 - 교수든, 작가든, 언론인이든 뭐든 뭐든 - 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사상적인 체계을 가지고 외국 것을 받아들일 만은 되었다고 보니까. 우리나라 학자들이 그 정도는 된다고 보니까. 이제 그만 베껴썼으면 좋겠다. 내적으로 소화한 글들. 그들의 사상을 우리의 현실에 접목하여 혹은 가장 기본적인 정서 - 마음이랄까 정신이랄까 - 를 우리나라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글들을 많이 접했으면 싶다. 그게 우리들의 교양을 키우는 길이다. 왠지 맞는 말 같은데 마음에 확 와닿지 않는 글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거나 지식으로 남지만, 내 마음에 콕 박히는 표현들은 새겨져서 쉽사리 파헤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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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25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쓰신 마지막 문단이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

비연 2010-08-25 09:30   좋아요 0 | URL
...^^

sweetmagic 2010-08-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 땡기는데요...
한국가면 사와야지 !

비연 2010-08-25 15:2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조만간 꼭 사려구요^^

다락방 2010-08-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면 내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 전 아직 누군가가 제게 책을 읽어준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한번도요. 좀 쓸쓸하네요.

비연 2010-08-25 15:22   좋아요 0 | URL
흠..쓸쓸해지셨다니..이런. 나중에라도 꼭 생기겠지요^^

pjy 2010-08-2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부러워라~~ 책을 읽어주는 친구가 있다니요~
예전에 라디오드라마 참 좋았는데요,, 제5? 공화국 막 이런거요ㅋ

비연 2010-08-28 23:43   좋아요 0 | URL
하하. 라디오 드라마 재밌었죠. 요즘은 안 하나요? ㅋ
책 읽어주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반가운가봐요. 제가 괜히 넘 행복하게 느껴져요~
 


여러가지로 어수선하고. 하노이 다녀와서 약속도 많고 일도 많고...그래서 차분히 앉아서 독서란 걸 해보기가 힘든 요즘. 그래도 부여잡고 있는 책들은 몇 권 있다. 물론 내 침대 머리맡에는 읽다간 만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기는 하지만, 일단 다 무시하고...(으으으).


읽어봐야지 하다가 놓친 책이었다. 아는 사람에게서 선물을 받고는 냉큼 읽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김선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선주의 칼럼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좋아라 했다는 칼럼들. 참여정부에서 몇 번이나 모셔가려고 했으나 언론인으로 남기를 원해 극구 사양했다는 김선주다.

한번씩 읽었던 칼럼이지만 정말 잘 쓴다. 그러니까 잘 쓴다는 기준이 글을 화려하게 쓴다거나 하는 거라면 전혀 아니다. 이 분의 글은 소박하고 담백하고 솔직하다. 그렇지만 할 말을 하는 것에 있어 천박함이 없다. 자기가 하고픈 말을 하기 위해 저속한 표현들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이 가끔 비위에 거슬리곤 하는 나로서는 (사실 대부분 거슬린다) 이렇게 쓰는 글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창한 것을 논하지 않고 그저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빛나는 그 무엇을 건져올리는 그녀의 시각이 좋다. 글을 잘 쓰는 첫번째 요소는, 관점 아닐까 한다. 그저 아무 말이나 잘만 쓴다고 글이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혹은 납득을 구하지 않아도 논리가 있게) 글을 구성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관점. 이부분이 정말 어려운 거다. 누구나 나의 생각이라고 하지만 남의 말들에 의해 오염되고 마치 내 생각인 것마냥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수많은 정보와 말과 글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소중하게 매일 조금씩 신문의 칼럼을 읽듯이 읽고 있다. 이렇게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내가 놓치고 사는 부분이 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면서. 잊어서는 안되는데 잊고 사는 게 뭔지를 또한 되새김질하면서.


마이클 코넬리의 이 작품을 이제야 읽는다. 그 두께에 압도되어 쉽게 잡지를 못했다. 이거 읽기 시작하면 일은 끝이구나 뭐 이런 생각? 근데 지금 이렇게 바쁜 때에 잡는 건 뭐냐구..ㅜ 암튼 해리 보슈가 처음으로 등장한 무려 1992년의 소설이다. 그런데도 읽으면서..아 이래서 마이클 코넬리구나..라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어쩜 이렇게 쓰는 것마다 내 맘에 쏙들게 쓰는건지. 해리 보슈의 캐릭터도 맘에 든다. 제발 순서대로 나와서 그의 캐릭터 진화를 충분히 맛볼 수 있게 배려해주었으면..이라고 다시한번 바래보지만, 뭐 내맘대로 되던가. 출판사 맘이지. 헹~

여하간, 베트남 참전용사로 일명 땅굴쥐였던 해리 보슈가 여차저차해서 경찰에 들어왔고 잘 나가다가 쭈욱 미끄러져서 LA 경찰국 강력범죄반에 들어온 상태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베트남에 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인지 괜히 운명처럼 느껴진다는 거지..푸하하. 반쯤 읽은 것 같은데 아직도 밝혀진 건 별로 없고 FBI 여형사와의 로맨스가 지금 막 전개되고 있다. 암튼, 이것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웅...좋다.


요즘 성경책처럼 매일 조금씩 강독하고 있는 이 책. 베트남 다녀와서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고, 난 호치민에 대해서 계속 감동하고 있다. 누구의 인생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평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자기가 살아낸 인생을 쓴 자서전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사람. 아시아권에서 이 정도로 자국국민들에게 무조건적인 존경을 받고 정신적 지주로 여김을 받는 사람은 일본 천황 외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도 아시아라면 간디가 있겠지만. 철저한 공산주의자이고 그 원리에 입각해 살았으며 그 인생에는 비밀이 많은 사람. 베트남 민중에게 그저 독립독립 이렇게 강요하기 보다는 좀더 범세계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꿈을 실어준 사람. 그렇게 기억하며서 지금 조금씩 읽고 있다.

너무 두꺼운 책이라 그냥 올해 말까지 계속 보기로 결심하고 읽고는 있지만 의외로 재미있어서 술술 넘어가기도 한다. 나중에 다시 베트남을 가게 된다면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껏 다 알고 가고 싶다. 그렇게 가면 또 다른 면모가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에 대해서.

.............


써놓고 보니 무슨 책이든 조금씩 읽고 있는 비연이다..ㅋ 암튼 그래도 내게 있어 바쁜 시기에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음에 감사한다. 나에게 책이 없었다면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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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8-17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예의가 필요한 별이에요. 지구는.

비연 2010-08-18 10:47   좋아요 0 | URL
요즘 그런 걸 사무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예의.
한번 읽어보세요. 웬디님도 좋아하실 듯 해요~^^

pjy 2010-08-1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코넬리 책이요~~ 저도 '시인'을 읽기 시작하기는 했는데요~ 이게 두꺼워서 정말 두꺼워서요....제가 막 무협지 보느라고 팽개친거 아니예요 ( '')

비연 2010-08-18 10: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무협지보다 재밌을 거에요.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 맛깔스러운 문장..곧 반하실 겁니당~

하늘바람 2010-08-18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호치민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그렇군요

비연 2010-08-18 10:47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이제 알아가는 중이에요~^^

ryck 2010-08-1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볼때는 넌 책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았을 것임...
클래식, 팝, 국악을 가리지 않는 넓은 음악취향에다가 주종을 가리지 않는 넓은 술 취향에 이어 책이 없다면 완전히 더욱 버닝했을 영화까지.... -_-
이것만으로도 '책이 없었다면 무슨 낙으로' 라는 말이 충분히 무색한 마당에 게다가 요즘은 일본 드라마까지 -_-;;;

비연 2010-08-19 21:50   좋아요 0 | URL
헉. 그래도 책이 main theme이야 내 인생에서..^^;;;;;;;

ryck 2010-08-2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가 볼때 비연양의 메인 테마는 두산야구응원 + 곁들여진 치킨맥주.... 가 아닐까 싶은...
두산야구응원 포스팅때만큼 니가 열정적인 적이 없었던거 같고... 두산의 승리와 함께하는 맥주치킨만큼 즐거워했던 적이 없었던거 같다는;;;;

비연 2010-08-20 23:53   좋아요 0 | URL
홋! ㅋㅋㅋㅋ 물론 나의 두산야구응원과 맥주치킨은 엄청난 인생의 main theme이지..^^ 흠..그러고보니 야구보러간 지 넘 오래 되어서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불쑥 드는데? (하면서 바로 인터넷 사이트 뒤지는 비연이라니..ㅜ) 그래도 책이 더 main이야..하하하~^^ (끝까지 우겨대는 비연)
 


베트남 준비로 바빠서 지금에야 페이퍼를 올리지만 (죄송해요, 이매지님..ㅜㅜ)
이틀 전. 집에 와보니 왠 박스가 내 방에 떡 하니 놓여 있는 것을 발견. 흠? 이게 뭐지?





알라딘 박스도 아니고. 내가 물건을 뭐 주문한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유혹은 받고 있으나ㅜ)..
그래서 쭈욱 뜯어보니...오오오오오옷!





<리큐에게 물어라>를 보고 단박에 짐작. 사실 박스 겉봉에 써 있는 <임**>라는 이름을 보고,
흠? 이 이름의 발음이 내가 아는 누군가랑 비슷한데? 라면서 설마설마 하고 뜯었더니만..
이런이런. 완전히 이리도 많은 <문학동네> 출판사의 책들이라니....완전 보는 순간 감격!






세상에나. 8권의 이 소중한 책들이 한꺼번에, 그냥 내 방으로 날아들어오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와 <리큐에게 물어라> 정도를 뻔뻔하게
말씀드렸던 것인데..이렇게나 챙겨서 보내주시다니...이를 우째요..넘 감사해서..주르륵.





펼쳐보니 요로코롬 이쁜 배치가..으흐흐. 이번 베트남 출장에 가져갈 책은 여기서 결정.
베트남 관련 책 빼고는 <그리고 명탐정이..>와 <리큐..,>를 들고 가기로 단박에 결정.

이매지님. 넘 감사해요. 제가 세상에서 젤로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은요,
책 선물해주는 사람이랑 커피 주는 사람이라는! 따라서 이매지님 지금 제가 젤로 사랑하는 사람^^
(오호호호호. 왜 이러세욧! 하고 뿌리치실 이매지님을 상상중..ㅎㅎㅎ)

요즘 쫌 정말 쫌 우울했었는데, 이 선물 받고 나니 뭐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세상은 이래서 살 만 한 것이여..뭐 그런 느낌. ㅋㅋㅋㅋ 아..정말 넘 조오타~!

그나저나 이매지님...저한테도 기회를 한번 주셔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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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7-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알흠다운 선물 보따리군요! 비연님의 감탄과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호호홋, 축하합니다. 베트남 잘 다녀오셔요~

비연 2010-07-24 22:5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그쵸그쵸? 알흠답죠? 호호호호. 넘 기뻐서 입이 귀에 걸렸삼~
베트남 가서도 열심 알라딘 들러 소식 전할께요^^

이매지 2010-07-2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의>는 알라딘 서평단 도서로 받은 책이라 엉덩이에 도장이 좀 찍혀 있어요 ㅎㅎ
리큐는 봐야지 하고 미루다가 그냥 이 참에 보내드렸는데,
읽고 재미있으면 좀 찔러주세요~ㅎㅎㅎ
베트남 무사히 다녀오시길!

비연 2010-07-24 23:19   좋아요 0 | URL
다시 한번 감사! <명의>는 벌써 쭈욱 한번 봤어요..ㅋ
베트남에 가서도 keep in touch!

Kitty 2010-07-2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축하드립니다 ㅋㅋㅋㅋ
애지님 책폭탄 받으면 세상 살맛나죠 ㅋㅋㅋㅋ
베트남 잘 다녀오세요~~ 거기가서도 트윗트윗 ㅋㅋ

비연 2010-07-25 03:17   좋아요 0 | URL
키티님..ㅋㅋㅋ 감솨~ 정말 세상 살맛 납니다요~
베트남에서도 트윗으로 보~아~요^^

하늘바람 2010-07-2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신나겠어요 여름산타님이시군요

비연 2010-07-26 03:39   좋아요 0 | URL
어머. 넘 적절한 말씀이세요! 여름산타 이매지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