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시리즈물로 인한 행복이 크다. 그 주인공들은 조르주 심농과 해리 포터. 
 

 

 

 



 

 

 




어제부로 이 열 권이 내 책장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좌르륵 꽂히게 되었다. 흐뭇....해서 입이 다 벌어질 지경. 게다가 어제 도착한 2권의 책은 아직 읽지 않은 상태라는 이 기대감. 호호홋!




















조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사게 된 해리포터 한글판 1~4부. 영문판은 다 가지고 있지만 조카가 보기에는 좀 어려울 듯 하여 한글판을 1부만 사줬더니 조카왈. "고모, 전 아즈카반의 죄수가 궁금해요. 1부랑 2부는 영화로 봤는데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해요." 부리나케 알라딘 들어와 바로 4부까지 주문해버렸고 어제부로 우리 조카 손에 골인..ㅋㅋ 책 읽고 싶다는 말이 제일 반갑고 고마운 비연고모. 해리포터 시리즈야 나도 열광해서 보는 것이니 더욱 더 좋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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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래서 조금은 심란한 마음올 지내고 있다. 이게 뭐 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 라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듯 하고 그냥 뭔가 큰 변화에 앞서 가지게 되는 불안감과 기대감과 당혹감과 어쩌구저쩌구가 다 합쳐진 심리상태라고나 할까. 아뭏든, 덕분에 8월 한달 빈둥거리며 그닥 하는 일도 없이 정신머리 놓고 지냈더니 벌써 24일이지 뭔가. 사실 책도 더 읽고 싶었고 더 사고 싶기도 했고(홋!)... 미술관도 가고 싶었고...(ㅜㅜ)... 이제 남은 일주일동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할 거 하며 지내야겠다 싶다.


이 책을 읽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뇌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냥 인터넷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구조가 후천적으로도 변화한다는 신경생리학적 얘기로부터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인식 깊이의 변화 등에 대한 얘기까지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처음에 문자라는 것이 나와서 사람들의 생각을 말이 아니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인간이 수동적인 존재로 변화할 것이라 부정적인 예측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인쇄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을 업, 업그레이드시켰다고 보는데 말이다. 저자는 그러나, 인터넷을 틀리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게다. 생각하기 귀챦아지고 머리에 저장하기보다는 search로 해결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은 인간을 바보로 만들 것이다 라는 것이 주장인 듯. 아직 반 정도밖에 읽지 않아서 결론을 알 수는 없으나 충분히 예측가능한 전개이고,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이나 SNS나 이런 것들이 나오면서부터는 그것에 하릴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 늘어난 나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냥 무심결에 아이폰을 켜고 트위터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헤매다니며 몇 시간씩을 보내기도 하니까. 그렇게 되면 머리 한켠에서 바람이 인다. 비어가는 느낌? ㅎ 책이라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고 긴 문장들을 참고 읽어내는 시간들이 필요한 반면, 인터넷 등의 글들은 짧고 명료하고 게다가 남의 이야기들이 많아서 나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기보다는 그냥 injection 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하루에 몇십분이라고 정해놓고 인터넷 등을 뒤지는 습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읽으려고 놓아둔 책들은, 아무래도 9월부터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실용서 위주가 되고 있다.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고르게 된 것.


 

 

 

 

 

 

 




제대로 역할을 부여하고 실행하게 만들며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무시하지 않고 일로서 승화시키는 것, 이런 것들이 나와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정리를 해볼 필요는 있겠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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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1-08-2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이직(전직?)하시는 건가요.
9월부터 어떤 생활을 시작하실지 저도 궁금하네요 ㅎㅎ
시간 있을 때는 역시 시리즈가 최곤 거 같아요! ㅎㅎ

비연 2011-08-25 22:54   좋아요 0 | URL
ㅎㅎㅎ 9월부터 재밌어야 할텐데 말이에요^^

비로그인 2011-08-2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직과 전작을 하시는군요 ㅎㅎ

심농 시리즈는 두 권째 보고 있는데 그 특유의 말투가 좀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9월이 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저도 좀 궁금한데. 좀 재밌었으면 하는 바람 ㅠㅠ 이 있숩니닷!!

비연 2011-08-27 14:4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감사합니당~^^ 심농시리즈는 갈수록 좋아요. 갈수록 깊이도 있어지구요. 아아. 정말 읽기가 아깝다니까요. 9월에 재미난 일들 생기면 여기서 보고할께요..ㅎ
 


어제 하루는 외할머니 묘소가 있는 천안에 부모님 모시고 다녀왔다. 돌아가시고 나서 한번도 안 찾아뵈어 죄송한 마음 뿐이었데, 하얀 국화송이 들고  외할머니 만나뵙고 오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묘소를 보니 마음도 놓이고.

그 외엔 책과 벗한 연휴였다. 요즘엔 어디 놀러 다니는 것도 귀챦아서 틈날 때마다 책보는 게 일이다. 돌이켜보니 내가 너무 다녔던 게 아닌가. 이제 좀 한 곳에 머물러 생각을 정돈해야 할 때도 되었다 싶어 그닥 신경쓰지 않고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본 책>

연휴동안 본 책은 이전부터 보아오던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거의 다 읽었고 <독식비판>도 조금 읽었고 (쌓아둔 책이 한 두권이라야...;;;;) 새로 꺼내 본 책은 S.J.왓슨의 <내가 잠들기 전에>와 미야베 미유키의 <미인> 이었다.



2011년 새롭게 등장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어느 작가의 처녀작이 이리 스폿라이트를 받기도 쉽지 않아서 아마존에서도 꽤 알려졌던 책이고. 요즘 꽤 많이 차용되는 소재인 '일어나보니 내가 나를 기억 못한다' 뭐 이런 류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사실 살까말까 망설였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유명하다니 한번은 봐줘야지 싶어 구입을 했었다. 어느날 일어나보니 크리스틴은 불의의 사고로 24시간만 기억이 지속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옆에는 남편이라고 지칭하는 벤이 누워 있었고. 자신은 여전히 20대인줄 알고 있었으나 거울을 보니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에서 그녀에게 느닷없이 내시라는 의사가 전화를 해서는 만나자고 하고. 2주 정도 그녀가 노트를 했다는 일기장을 건네받으면서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아주 놀라운 소재는 아니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내용은 흔한 소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정체성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가. 그런 것들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에 적절한 소재이긴 하지... 그러나 이 책이 비슷한 류의 책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무엇보다 그 전개과정이 상당히 긴박하고 짜임새 있다는 점, 그리고 정체성과 더불어 여성의 문제, 성에 대한 문제 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등이 될 것 같다. 물론 작가의 첫 작품이 이 정도라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그 유명세를 좀더 강화한 면도 있는 것 같고. 영화로 제작된다는데 어떻게 만들어질 지 궁금하다. 물론 소설보다 못한 영화들이 대부분인지라 큰 기대는 않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 <미인>. 원래 제목은 <天狗風>. 미미여사의 에도물은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이 작품은 <흔들리는 바위>에서 등장한 오하쓰와 유쿄노스케를 다시 등장시켜 기이하게 처녀들이 실종되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오하쓰와 정직하고 유순하지만 논리적인 유쿄노스케 콤비의 활약상도 그렇지만 그 외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캐릭터는 이런 있을 법하지 않은 환상물에 실제감을 더한다. 특히 이번엔 고양이 데쓰까지 등장시켜서 그 환타지적인 성격이 더욱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에도물은 내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향내가 더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귀신이 나오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사실 이거 뭐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내재된 이야기들은 진정으로 사람이라는 존재의 본바탕에 깔려있는 마음들, 사랑, 증오, 욕망, 시기, 질투 등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미미여사 소설의 힘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도 미미여사는 오히려 현실에서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견지한다. 그것이 살인극이든 에도물이든 추리물이든 초능력 이야기든 간에 말이다. 이 책도 좋다. 읽고 있으면 무섭다기 보다는 따뜻하다.


<산 책>

책 그만 사라는 엄마의 말씀을 뒤로 하고 나는 또 주문을 한다.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는가. 읽지 못해 쌓여가도 어쩔 수 없는 이 클릭질. 아무래도 이번 달 내에 책을 좀 정리하긴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부실한(!) 책장이 내려앉으려는 양상을 보여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르주 심농. 요 책들은 예약주문. ㅋㅋ 나올 때마다 어찌나 흐뭇하고 기쁘고 반가운지. 조르주 심농이 다작을 하는 작가였다는 게 너무나 반갑다. 매달 두 권씩 내는 것 같은데 이거 확인하면서 예약주문 하는 건 나의 최근 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조카 선물. 조카가 최근에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 와서는 완전 열광을 해서는 책으로 보고 싶다고 모처럼(!) 얘기를 해서 냉큼 산다.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긴 한데... (글자수가 많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그래도 보고 싶다고 할 때 일단 사주고 봐서 더 사주고 할 생각이다.







요것들은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인지라 함께 구입. <사라의 열쇠>는 여러 서재에서 확인된 바 있는 작품이고 내용도 괜챦을 것 같아서 영화도 함께 볼까 생각 중이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이 크고 20세기 지성인들의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왜 그들이 그렇게 대립적인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었는 지에 대해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나는 카뮈가 들어간 책은 다 산다. 그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게코스키의 독서편력>은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고 싶어할 책이라고 본다. 책을 좋아하니까 다른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 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 지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마음의 작동법>은 최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맞아서 구입. 내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 내가 생각하는 바를 결정하는 원리, 사람을 움직이는 힘 뭐 그런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느낌의 공동체>를 읽으면서 신형철의 첫번째 평론집을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망설일 것 있는가. 바로 사버렸다. 생각보다 꽤 두툼한 책이지만, 너무 급하지 않게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읽어나가려고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주옥같아서 그냥 슥슥 넘어가기에는 아까울 것 같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평들이 너무 좋고 신형철이 추천하기도 했고 김화영이 추천하기도 했고...그래서 샀다. 그들이 공히 추천하는 책은 어떤 것일까. 궁금 또 궁금. 왜 이리 궁금해지는 게 많은 지.



..................


적립금을 조금 쓰기도 했지만, 조금씩 모여가는 것을 연말까지 지키면 내가 원하는 전집류 하나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설렌다. 그 전에 책장에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정말... 한번은 중고점에 팔든지 기증을 하든지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말이 새기는 하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서재다. 내가 사는 책 다 담아둘 수 있는 서재. 여기저기 팔거나 기증할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사는 대로 다 넣어둘 수 있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그 전까지는.... 공간 활용의 극대화가 목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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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8-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저도 신형철이 추천해서 읽고 싶어졌어요!!ㅎㅎ
여전히 열심히 책 읽으시는 비연님~~~~.
몰락의 에티카도 궁금하네요,,하지만 평론집이라 좀 어려울것 같아요..

비연 2011-08-17 13:31   좋아요 0 | URL
신형철님이 쓰시는 평론은 평론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흔히 접하는 평론집들보다는 좀 다가오는 듯 하구요. 나비님, 우째 지내세요?^^
 

 

 

 

 

 


밀레니엄 3부작을 다 읽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책들을 손에 든 순간부터 책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더니만 결국 3000페이지 가량 되는 이 분량을 일주일 만에 다 해치운 듯 하다. 덕분에 다른 독서도 많이 못 했고 일은..으윽. 생각하지 말자. 암튼, 이 시리즈, 대단한 흡인력이 있다.

<밀레니엄> 잡지의 미카엘 블룸크비스트 기자와 천재적인 해커이자 암울한 과거를 가진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축으로 하여 30년을 아우르는 역사를 한 편 완성했다고 보면 된다. 방예르 가문의 잃어버린 손녀를 찾는 일로 만나게 된 이 둘이 이루어내는 스펙터클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와 그 배경을 이루는 정치와 금융계의 부패, 여성에 대한 폭력, 인권유린, 비밀 결사조직, 공권력의 잘못된 사용 등에 대한 뛰어난 사회의식들이 잘 어울려 있다. 마치 이것이 실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있고 잘 짜여진 구도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원래 10부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니 3부에서 대단락을 이룬 이야기 이후에 리스베트의 동생인 카밀라의 이야기도 나왔을 것 같고 미카엘과 모니카의 사랑이 어떻게 진전되었는 지도 나왔을 것 같고 <밀레니엄> 잡지가 어떻게 발전해나가지는 지도 나왔을 것 같고... 아니 도대체,  스티그 라르손, 왜 가버리신 건가요. 아직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남았는데...;;;; 돌아와줘요 돌아와줘요.

제일 맘에 드는 장면은 역시 3부의 마지막. 스포일의 위험이 있어서 말은 못 하겠지만, 그 장면, 맘에 든다. 이 소설은 리스베트가 많은 상처들을 딛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방법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 하다고 본다. 왜 사람들이 그리도 열광하며 이 책을 좋아라 했는 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은 무궁무진하지만.

3부까지 다 읽고 나니 뭐랄까. 허탈하다. 더 많은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인생을 알고 싶은데, 그 끈이 툭 끊어져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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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08-1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까와서 3부 하나 남겨두고 있는데 흑 ㅡㅜ 스티그 라르손 부인이 쓴 책이라도 사서 읽어야 할까요?

비연 2011-08-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참다가 참다가 봤는데 정말 다 읽고 나니 허탈요. 예전 말로 시리즈 마지막권 읽고 나서의 느낌과 비슷하다는ㅠ 작가의 부인이 쓴 책이 있었다니. 저도 읽어볼까...요...?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다. 발견하고보니 신형철이라는 평론가에 대한 좋은 평가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표지가 마음에 들고 제목이 마음에 들고 해서 8월의 첫 책으로 골라보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첫 장을 펼치자 이 글이 나온다. 아뜩하다. <몰락의 에티카>.. 평론가의 첫 평론집에 나온 글을 뽑아 다듬어 옮긴 글이라 한다. 나는 이 책을 보관함에 얼른 담았다. 이런 글이라니.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라니.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일 것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명확히 표명될 수 없는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그러니까 어떤 느낌 안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짧은 순간.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너를 사로잡고 있는 느낌을 알 수 있고 그 느낌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느낌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사랑은 능력이다.

느낌의 공동체. 산문집 제목이 나온다. 그리고 사랑은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느낌의 공동체, 느낌들의 기적적인 교류.. 이 '느낌'이라는 말이 사무치게 좋다.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책머리의 글. 사랑을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이 느낌. 싸우고 미워하고 뒤돌아섰다가도 그의 안위가 걱정되고 그의 생활이 궁금해져서 참다가 참다가 자존심이라는 것을 뒤로 한 채 먼저 말을 걸게 되는 사람이, 더 많이 그리워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사랑하면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것이겠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감정, 관심, 그리고 사랑. 첫 몇 장에서부터 신형철이라는 평론가, 나를 사로잡고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미망을 오래전에 버린 것처럼,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허망도 이제는 내려놓고, 그저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삼엄하게 학대하려고 한다. 자부도 체념도 없이 말하거니와,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아...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강렬한 '느낌'에 8월의 첫날부터 들떠있다. 누군가를 들뜨게 한다는 것. 누군가로 인해 들뜰 수 있다는 것. 이 여름날, 참으로 신묘스러운 감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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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형철님은 좋겠어요 :D

알라딘에서만 벌써 몇명째인지..^^ 비연님 쫌만 지나면 가을입니다~

비연 2011-08-06 13:32   좋아요 0 | URL
이 분의 글, 마음에 사무치는 글들이에요..
이 무더운 8월이 지나면 어느새 가을이겠죠. 기대되요.
 


요즘 들어 이 책 저 책 두서없이 읽고 있다. 경제학 책도 읽었다가 소설도 읽었다가 여행기도 읽었다가.. 왔다리 갔다리. 마음이 허한가. 책에 더 몰입하게 된다. 어제 읽은 두 권의 책은 일본 작가의 글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와 미야베 미유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제목이 '야구를 부탁해'라서 야구 얘기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여기저기 출판사 사람들과 다니면서 쓴 칼럼(?) 비스므레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물론, 북경올림픽과 메이저리그를 보러간 얘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록 페스티발도 갔다가 섬의 사찰들도 순례했다가..오쿠다씨 이번엔 매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려.
큰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일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개인적인 투덜거림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이거 뭥미? 이런 기분이 들 때도 종종 있었으니까. 다만, 가끔씩 보이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피식 웃게 하는 면이 있어서 나는 볼 만 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딱인 책이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요즘 두산이 못해서 야구를 등한시 하고 있다. 그 호쾌한 야구 스타일은 어디로 잡아먹혔는지, 요즘 야구 하는 걸 보면 속이 터져서 말이다. 당연히 야구장 가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어제도 혹시나 싶어 TV를 켰으나 역시나 롯데에게 역전패. 그것도 시시하게 경기 질질 끌다가...으으. 정말 난 잘하는 두산도 좋지만 재미있게 야구하는 두산이 더 좋은데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잘 해야 재미도 나게 하는 거겠지. 공부도 잘 해야 할 맛이 나고 그럴수록 재미도 나겠고 그럴수록 옆에 있는 사람도 시원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경기가 안 풀리니 지는 것이고 그러니 내용이 재미없을 수 밖에. 어쨌든, 덕분에 인생 재미 반은 사라진 비연이다. 에잉.



미미여사야 내가 제일로 좋아라 하는 작가이고 그래서 그녀가 쓴 책은 이잡듯이 다 읽어대고 있으니 이 책도 내 레이더망에 바로 걸린 게 당연하다. (아. 그러고보니 '낙원'을 안 읽었구나. 으으).. 유령 얘기라고나 할까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얘기라고나 할까 그런 이야기들의 단편모음집이다. 미미여사의 글빨과 상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겠고, 그래서 이 단편집도 재미나게 다가온다. 물론 전부 다가 괜챦았다는 것은 아니고.
혼령이라는 게 있는 걸까. 육체는 없이 영혼만 떠다니는. 이승에서 다 하지 못한 일을 하려거나, 아니면 이승의 사람이 잊어주지 않고 잡고 있어 떠나지 못한 채 부유하거나... 혹은 원한이 깊어 시간을 초월해 원혼으로 존재하며 원수를 갚기 위해 남아 있거나... 그게 살아있는 사람 눈에 보이게 되면 '무서움'이고 '공포'이겠지만, 어쩌면 삶과 죽음이 백짓장 차이인지라 공존하는 게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귀신들, 원령들은.. 때론 무섭게 때론 재미나게 때론 애절하게 다가오지만, 사람의 마음을 저버리지 못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들의 사연은 살아있는 자들과 연결되고 그래서 부득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나라 영화 <헬로우 고스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아 그러고보니 한 권 더 읽었구나. 하루 반 만에 세 권씩 읽어대는 이 신공이라니. 아주 침대에 들어붙어서 책만 읽어대는 비연을 상상하면 된다.



아지즈 네신의 책.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지가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도대체 체 게바라는 혁명 얘기만 나오면 등장하는 캐릭터다. 그런 일상성 정형성도 싫고 진정한 혁명의 정신을 자꾸만 상품화하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국민' 작가로 내가 늘 찾는 작가다. 현실의 세태를 이야기하고 그 속의 무지몽매한 대중을 묘사하면서도 늘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는 글들. 그래서 읽고 나면 아 짜증나 미치겠어 도대체 이 넘의 세상은 왜 이래..라는 생각보다는 (그만큼 답답한 상황임에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북돋아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글들. 하지만 본인의 인생은 치열한 투쟁의 역사였고 감옥을 들락날락한 적도 많았던 투사의 인생이었다. 그의 인생과 더불어 그의 글을 함께 좋아한다.
이 책도 비슷한 맥락의 책인데 읽다보면 정말이지 실소가 피식~ 나오는 내용들이다. 그지없이 관료적인 공무원들, 거시적인 대의보다는 개개인의 소소한 이득에 연연하는 소시민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권할 만 하고. 

 
이번 주말에는 좀 무거운 주제로 골라 읽어보려 한다. '독식비판'이라는 책. 최근에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와 여러가지 사회현상들에 즈음하여 이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크다. 우선, 소수의 부자들만 계속적으로 세를 불려나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따라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분배에 대한 문제들이 논의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읽은 '경제학의 배신'도 마찬가지 맥락의 책. 물론 이 책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잘못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고 보며 그 대안으로 시민이 제대로 된 소비자로서, 그리고 제대로 된 공동체를 구성함으로써 현재의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이 책 '독식비판'은 지식이 너무나 많이 축적된 사회에서 구동해야 할 경제적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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