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지음 / 민음사 / 2013년 5월
그전에도 종종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여행을 표현한 책들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림 여행을 권함'을 시작으로 그림여행에 관한 책들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읽어보니 한권만 읽을때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비슷한 책을 계속 읽으면 좀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비슷한듯 다른 각각 독특한 자신들의 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함께 읽어서 더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림그리기'와 '여행하기' 둘 다 저의 부러움의 대상이예요.
'그림 여행을 권함'은 책 제목처럼 여행할때 사진찍기보다는 그림 그리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여행이야기'보다는 '그림그리기'에 대해 더 치중된 책이예요. 생각보다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그림 그리는 대상을 닮게 그릴 필요없이 그냥 느끼는대로 생각대로 멋대로, 못그려도 즐기면서 그리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저도 조금 마음을 놓아보고 그려보고 싶더군요.


인상적인 그림은 작가의 그림이 아닌 작가의 어머니가 그린 여행 그림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려야할지 고민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작가는 어머니의 아바타를 그려드린것과 그림노트를 챙겨드렸을뿐인데, 어머니께서는 멋진 그림 여행을 그려오셨습니다. 작가의 재능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나봅니다.
그림여행에서 가장 먼저 그려할것은 자신만의 아바타 만들기 같아서 저도, 제 아바타를 만들어보았어요.

평소 잠을 자면 겨울잠 자는 곰처럼 자기 때문에 신랑이 '곰도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어요. 그김에 곰도리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ㅋㅋ 여자인줄 못 알아볼까봐 머리에 꼭 리본을 그려줘야해요.ㅎㅎ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같지만 귀엽고 무엇보다 발로 그릴수 있는 초간단 아바타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 저만의 아바타가 생겼으니, 조금씩 제맘대로 그리기 시작해볼까봐요.^^

여행 그림이지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아요. 이렇게 그림을 그려놓고선 어디라는 설명은 없었지만, 저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한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 천문 시계라는 것을 알고 무척 반가웠어요. 아무리 작가가 잘그릴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이런 그림을 보면 좀.... 주눅이 드네요. ^^;;
그래도 '그림 여행을 권함'이라는 책을 시작으로 그림 여행에 한발자국 다가간것 같아 좋았었어요.
이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5년 6월
'그림여행하기' 두번째로 읽은 책이예요. 정확히 '여행'이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여행에서 그림 그리기는 장소만 다를뿐 길에서의 그림 그리기랑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전에 '내손으로 발리'를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이다'작가님에게 무척 호감이 있었습니다. 이다님의 캐릭터(아바타) 자체는 이쁘지 않지만,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이다님의 아바타도 자꾸보면 나름 매력이 있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ㅎㅎ (역시 여행 그림에는 아바타는 필수인가요?)
이다님 말씀대로 멋진 풍경을 눈으로 직접 볼때랑 카메라를 통해서 바라볼때랑 너무 다르다는 것을 저도 느꼈었어요. 그래서 길드로잉을 시작하셨다는데,(물론 그림과 실제풍경도 확연이 다르겠지만..) 그림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실제 모습과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만족감은 높아지는것 같습니다. 물론 그림으로 잘 표현할수 있다는 가정하겠지만....^^;;
앞의 책에서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그림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을 찍을때(일반적으로) 1초도 걸리지 않는행동이 그림을 그리는 순간 사물을 더 오래 바라 보기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정말 실제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풍경이 훨씬 멋지고 웅장한데, 가끔 우리는 사진 찍는데 정신 팔려서 직접 풍경을 보려하지 않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풍경을 보려하는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힘과 시각의 변화를 배우게 되는것 같습니다.
'길드로잉'은 순간적으로 그림대상을 포착하고 빠른 시간내에 움직이느 사물을 그려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연성이 필요한것 같아요. 그래서 그림 실력을 키우기에 좋은 수단인것 같습니다.

[어릴때 가지고 놀던 싸인펜도 쉽게그림을 그릴수 있는 그림 재료랍니다. ]
이다님의 '길드로잉'은 좀더 그림그리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서 좋아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 설명을 통해 왜 제가 그림을 못그리는지 이해했어요. 그건 다 '도구'탓입니다. ㅋㅋㅋㅋ 실제 초보자들이 그림을 그릴때 얇은 재료보다는 선을 굵게 그릴수 있는 재료를 선택해야 좀 더 그림이 멋져보이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무릎에 베게 올려놓고 책 읽는 중.)
저는 그림도 잘 못 그리면서 잘못된 도구를 선택한거였어요.(잉! 진짜? ^^;;) 다음에는 좀 더 굵게 그릴수 있는 도구로 그림을 그려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제게 길드로잉은 힘들고, 아바타 이용해서 그림일기 연습을 먼저 해야할것 같습니다.^^
정은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9월
'아무래도 좋을 그림'은 상대방에게 그림 그리기를 권하는 책은 아니라, 이렇게 멋지게 그릴수도 있구나....하고 부러움을 가지게 한 책이었어요. ㅎㅎ
건축가답게 여행지의 건물이나 배경등을 만년필로 그림을 그렸는데, '길드로잉'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림도구가 얇을 수록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도구인데, 만년필 그림은 완전 넘사벽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물론, 다른 작가님의 그림도 제가 따라할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만년필로 글쓰기도 어려운데, 그림은..... 그냥 구경하는것으로 만족하렵니다. 그래도 이 책 때문에 그냥 간직하던 만년필 한번 꺼내서 글 한번 적어보았네요. 은근 만년필 욕심도 생기게 합니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글쓰기에 만년필만한 도구도 없으니 말이죠.
이 책은 처음부터 출판을 염두해서 쓴글이 아닌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보니, 대략 두페이지 분량의 간결한 이야기와 멋진 그림으로 읽기가 더 편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그림만 먼저 보고 두번째는 글과 그림본후 다시 그림만 다시 봤어요.
그림여행도 부러웠지만, 가장 부러웠던것은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거였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읽은 '그림여행'작가 4명중에 유일하게 기혼이셨네요.(물론 다른분들 그후에 결혼하셨을지도 모르지만...^^ ) 혼자 여행도 좋겠지만, 좋은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것. 정말 좋을것 같아요.
다른 그림여행책들과 다른듯하지만, 결국 그림여행을 통해 천천히 그리는 대상을 바라보며 그리다보면,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 변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것이 그림 여행을 권하게 하는 이유인것 같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제 서재 배경이기도 해서 이 그림을 찍었어요. 섬세한 만년필 선들...^^]
엄유정 지음 / 나비장책 / 2013년 1월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아무래도 좋을 그림' 다음으로 읽었다는거예요.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아무래도 좋을 그림'을 읽었더라면 그리기의 사기가 떨어졌을테니깐요.^^;; 이 책은 제게 그림그리기 용기를 다시 충전시켜준 책이예요.
그전부터 그림을 그릴때 '잘 그릴 필요없다.', '간결하게 그려라', '그리고 싶은대로 그려라'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드로잉 모로코'처럼 그 말이 확 와닿는것은 없었던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마음에 든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의 책들과 같이 읽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던것 같습니다.그래서 용기를 얻은 김에 여행에서 생각나는 장면을 그려보아야겠다고 종이와 펜을 꺼내보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기억나는 순간이 풍경이 아닌 신랑과 단둘이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눌때였어요. 이렇게 그려서 신랑에게 보여주었더니, 자긴줄 모르더군요... -.-;; 결국 그림을 설명해야했지만, 나름 저는 만족했습니다. ㅋㅋ
'드로잉 모로코'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번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여행 장소가 한곳(모로코)로 정해진 그림 여행책이예요.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은 그림 비중이 조금 높은 느낌이 있다면, 이 책은 여행 비중이 그림보다 조금 높았어요.
그 동안 '모로코' 여행책을 읽으면 눈부시게 화사한 사진들을 보다가 그림을 통해 '모로코'를 바라보니 또 다른 따뜻한 매력을 발견해서 좋았습니다. 은근 비슷한듯한 그림 여행책들이라 읽다보면 지루할줄 알았는데, 각자 개성들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읽었어요. 이렇게 같이 읽는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네요.
엄유정 글.그림 / 아트북스 / 2016년 4월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이름과 책제목 함께 알고 읽었는데, 요즘은 종종 작가말고 책 제목만으로 선택하는것 같아요.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역시 작가를 생각하지 않고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대출한 책이랍니다.
그런데 어딘지 익숙해서 작가를 살펴보니 바로 전에 읽은 '드로잉 모로코'의 작가더라구요. 이런 우연이 있나...^^;;
3년 사이에 그림 스타일이 변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대로인것도 있어서 반가웠어요. 3년이라는 시간뿐만 아니라 더운 나라 '모로코'에서 추운나라 '아이슬란드'로 여행한 만큼 그 느낌도 색달랐답니다.

작가가 아이슬란드에서 작업한 36점의 그림들.
'드로잉 모로코'에서는 그림을 그렸지만 대부분 스케치가 많은 반면에 '아이슬란드'는 그림 작업때문에 가게 된 여행인만큼 채색을 한 완성된 그림작품들이 많았어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고민하던 그녀에게 바로 눈에 보이는 아이슬란드의 설산을 그리는 작업은 무척 재미있고 신나는 일인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인 아이슬란드의 새벽이예요. 흰눈에 반사된 푸르스름한 새벽의 모습이 사진이 아니더라도 고스란히 제게 전해져왔습니다. 이래서 그림그리기를 권하는건지도...^^
우연히 같은 시기에 같은 작가의 두 책을 읽게 되었는데, 두 책도 모두 좋았어요. 다음번에는 우연을 기대하지 않고 '엄유정'이라는 이름 잘 기억해두었다가, 그녀의 또 다른 그림 여행책이 나온다면 놓치지 않고 읽을거예요.^^
그림 여행책에 관해 찾아보면 은근히 많아요. 그전에도 몇권 읽기도 했지만, 같은 시기에 같이 읽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렇게 읽어보니 훨씬 재미있고 책읽는 속도도 빠른것 같아요. '아무래도 좋을 그림' 같은 경우에는 구입한지 좀 지났는데, 이런 기회가 아니었더라면 아직도 책장에 고이 간직했을텐데 말이죠.^^ 다음에도 이렇게 함께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