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구두 1 - 청춘
정연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9월
절판


눈 내리는 하늘 위로 달이 떠 있었다..라고 말하면 모두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날 분명히 보았다.

멀리 달빛 아래 쏟아지는, 달빛을 머금은 하얀 눈들을...
그리고 그 아래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바이올린 소리는 우리가 사는 삭막한 골목 끝에서 시작해 골목의 구석 구석으로, 그리고 어둠속에 보이지 않는 저 멀리, 멀리로 퍼져 나갔다.

그날 밤의 기억을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나는 넋을 잃고서 엄마의 어깨위의 달과, 행복한 표정의 엄마 얼굴과,
바이올린 위에서 춤을 추는 활과, 현 위에서 떠는 엄마의 길고 창백한 손가락을 보았다. 그 사이 반짝, 엄마의 눈물을 보았던 것도 같다.

우악스럽고, 때로 신데렐라의 계모 같기만 하던 엄마에게 저런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 그런데 정작 더 놀라운 일은 연주가 끝난 그 다음에 일어났다.

어딘가에서 시작된 박수소리...

관객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삭막하고 거칠게만 여겼던 그 골목의 사람들 모두가 엄마의 연주를 경청하고 있었던 것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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