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돌아왔다 1
방동규.조우석 지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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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내가 그에게 충고라는 걸 할 수 있었겠는가. 가난하고 서글픈 시대를 살아가는 한 밑바닥 인생의 저 끈질긴 생명력 앞에…. 내가 애써 지껄인 말들이란 겁에 질린 상태에서 딴에 안간힘을 써본 것뿐이다.
나는 지금도 그 독종을 떠올릴 때마다 전율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맛보게 해준 그 사내는 한편으로는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을 키워준 스승인 셈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학생주먹으로, 재야의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하던 내게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주었던 그 사내의 이름을 나는 지금 모른다. 응당 채권양도서에 그 사람 이름을 적었겠지만, 내처 잊어버렸다.
만약 내가 그와 주먹이 오가는 싸움을 했다면 그는 내 한 주먹감도 아니었으리라.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종잇장처럼 가벼운 그가 어찌 나를 상대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삶의 비장미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살이란 것의 무서움, 지독스러움을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삶의 무게를 내게 몸으로 일깨워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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