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항상 할아버지 할어니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다가, 오늘은 내 앞에서 임산부 아주머니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자리를 양보했다. 

보통 할아버지들은 고맙다는 표정을 짓지만, 당연하다는 듯 앉으시는 분들도 꽤 많다. 이 분은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주 고마워했다. 내가 미안할 정도로.

임산부는 앉아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내가 만약 아래와 같은 글을 읽지 않았다면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땅의 '노약자'에는 '노자'와 '약자'로 나누어야 하고, '약자'에게도 배려를 해야 한다는 소설가의 주장은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임산부석'이라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산부 아주머니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커서 당신들을 배려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기다려 주세요.


[낮은 목소리로] 임산부, 노약자석 앉아도 될까
입력: 2006년 01월 06일 18:01:11 : 49 : 2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이후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기다릴 때마다 마음이 비장하다.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있다면 앉을 것인가, 말 것인가. 괜히 앉았다가 아침 댓바람부터 욕이나 먹는 건 아닐까. 두렵고 긴장된다. 좌석 이름은 분명히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 전용석’이지만 그 자리에 임산부가 앉으면 시선이 곱지 않다. 배가 불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요즘처럼 옷을 두껍게 입는 겨울에는 살이 찐 건지, 임신을 한 건지 어지간한 만삭이 아니고서야 앉은 모습으로 구별도 힘들다. 한 후배는 8개월 즈음에 부른 배를 부여잡고 앉았다가 웬 어르신에게 머리를 쥐어박혔다.

지난 가을 어르신 모임을 취재할 기회가 생겼다. 대화중에 무심히 노약자석에 앉는 임산부에 대해 여쭤보았다. 단박에 ‘싸가지’라는 표현이 튀어나왔다. 좌석 표시를 ‘경로석’으로 바꿔야 하며 ‘임신 따위’ 했답시고 젊은 것들이 앉아서는 안 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어르신들 눈총에 주눅들어-

그런데 심보 고약한 나는 그날 이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전용좌석이 비면 반드시 앉아서 간다. 고약한 입덧으로 한여름에 마스크 쓰고, 10㎏씩 쭉쭉 빠지느라 서 있을 기운이 없어 출입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도 넘보지 못했던 자리다. 하지만 이제 오기가 생긴다. 내가 나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무겁기도 하지만,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괜히 이리저리 밀리다가 배라도 부딪치면 큰 일이다.

좁다고, 불편하다고 사정없이 배를 밀쳐놓고도 왜 바쁜 시간에 부른 배로 나와서 불편하게 하느냐며 오히려 짜증내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들이 아무렇게나 밀친 게 사람 배가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가방쯤인 줄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또한 알고 있다. 이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우습게 읽힐지. 남들 다 하는 임신 혼자서 위세 떤다고 혀를 차는 소리도 들린다. 저래서 여자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혼자만 애 낳느냐, 임신이 벼슬이냐 하는 말, 나도 누군가에게 했고, 누군가로부터 나도 들었다. 임신 중 상사의 폭언과 질책에 분개하면서도 임신으로 인해 떨어지는 내 노동력에 내가 절망하고, 다른 동료의 임신 사실에 괜히 긴장하게 되는 이중성도 괴롭다. 그래서 비장하게 앉아 놓고도 문이 열릴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아무래도 그 자리는 경로석이 맞는 것 같다.

자리 하나 가지고도 이러니 저출산 대안이니 모자보건법이니 하는 각종 임신출산관련 법규가 다 우습다. 출산이 코앞에 이르도록 그 많은 대안과 법규의 도움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고, 앞으로 상정될 법안에 힘입어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지원책은 셋째부터 적용된다던가. 그렇다고 셋째 이후부터는 평생보장을 받는 정도도 아니다. 몇 푼 깎아 주는 혜택 받으려면 몇 곱의 돈을 더 벌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벌어야 할 의무를 면해줄 수 없는 정도의 지원이라면 차라리 내가 임신출산에 관계없이 당당하게 일이나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는 맞벌이를 하라고 하시는데, 임신을 하면 이게 너무 힘들어진다. 스스로의 건강 상태 때문이든, 주위의 압력 때문이든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진다. 직장에 다니는 아버지는 ‘어느 날 집에 가니 둘째가 있더라’는 농담이 가능한데,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는 임신 육아 과정에 대해 한결같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 버팀에는 그 자신의 사회적 인격에 대한 모욕을 참아냈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눈치와 모욕’ 언제 벗어날지-

저출산에 관한 정부 지원책이 발표될 때마다 두 아이를 둔 큰언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기왕 가진 애들이나 포기하지 않고 낳아 기르게 해 주지.” 두 아이 모두 저체중아로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던지라 엄청난 병원비 앞에 포기하고 도망가는 부모들을 더러 본 모양이다. 한 명이라도 더 낳자는 대책도 필요하겠지만, 기왕 태어난 생명이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마음 써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울러 생명을 잉태했다는 이유로 축하와 눈치와 모욕을 동시에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좀 개선된다면 출산율 증가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경향신문 칼럼, '낮은 목소리로', 한지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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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3-2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불쑥 댓글을 달아요. 저 칼럼이 아니라, 승주나무님의 글이요.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임산부가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그 사실을 처음 깨달아서 너무너무 놀랐어요.

승주나무 2006-03-20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 님// 안녕하세요. 저도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답니다. 임산부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주미힌 2006-03-2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발 노인과 임산부에게는 양보하는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나보군요... 흠.

가넷 2006-03-20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황당하네요. 임산부가 얼마나 힘든데....

진주 2006-03-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이여, 세상이 바뀔 때까지 아이를 낳지 말자!!

진주 2006-03-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저출산 때문에 걱정이라구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출산율 더 낮아져야 이 나라가 정신 차릴 거 같은데요?
어머니를 희생양으로 생각하는 건 전근대적 사고방식이에요.

딸기 2006-03-2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충격... 임신부가 당연히 노약자석에 앉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승주나무 2006-03-20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글을 읽고 부끄러웠는데, 올리고 나니 더 부끄러운 생각이 드네요.
솔직히 지하철 좌석에 앉고 가면서 사정권(?) 안에서 임신부를 본 것은 처음이에요. 그것이 처음인 이유는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임신부에게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라주미힌 님//월드컵석달전 딸기 님// 제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답니다. 부끄럽게도..
담뽀뽀 님//젊은 남자들도 양보 안 하면 얄미울 테죠. 얼마나 얄미우셨을까. 그런데 '누나'라니, 남성분이셨군요^^알라딘에서는 성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Yaro 님//황당한 어르신들 의외로 많답니다. 오늘도 빈 칸에 쏙 끼어들고, 다 내리는데 밀치면서 내리고.. 어르신들이 좀 가르침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주 님//어머니는 아주 오래전부터 희생양이셨고, 희생양을 자처하셨던 것 같습니다. 요번에 '정체성과 사랑'을 주제로 논제를 주었더니 한 기특한 학생이 '여성의 중년 우울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진주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녀석이 자꾸 생각나네요.

글고, 잠깐 맞춤말!!
임산부가 맞을까요, 임신부가 맞을까요?
임산부(姙産婦) : 임부와 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
임신부(姙娠婦) : 임부
이므로, 명확하게 부르기 위해서는 임신부라고 해야 합니다. 임부는 애가 아직 집에 있을 때의 어머니를 말하고, 산부는 애와 함께 가장 힘든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말에서 이런 것 많은 것 같아요.
보부-상(褓負商)은 봇짐장수(褓商)와 등짐장수(負商)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하하.. 그냥 분위기 환기하려구요^^;;;;;


주리 2006-03-21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임신부/임산부 물어보려고 했는데,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가신 승주나무님! 꽈당- 대단하셔요~
 

큰샘이의 논술일기


4. 큰샘이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구나


큰샘이는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제시문을 무시한 채 논술문을 작성하기도 하고, 아예 제시문을 그대로 원용(援用)하는 등의 우를 범하고 있다.

바람샘은 큰샘이가 작성한 논술문과 제시문을 토대로 잘못된 점들을 지적해주려 한다.


논제 : 다음 제시문을 참고하여 ‘갈등의 의의'에 대해 서술하시오.

조선 중기에 이르러 향촌에 기반을 둔 사림(士林)이 중앙 정계에 대거 진출하여 정국을 주도하게 되었다. 사림 세력은 강력한 훈구 세력과 대결할 때는 단결하였으나 훈구 세력이 무너진 뒤에는 자체 분열하여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붕당을 형성하였고, 붕당 간에 치열한 정권 다툼이 벌어졌다. 소위 당쟁(黨爭)이라고 불리는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은 여러 차례의 사화(士禍)와 같은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붕당 경쟁을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구양수(歐陽脩)는,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붕당을 이루는 소인과는 달리 군자는 도를 추구하기 위하여 붕당을 이룬다고 하였다. 본래 붕당이란 성리학에서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자신의 덕을 닦은 연후에 사람을 다스리라고 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도(公道)를 실현하려는 정치집단이었다.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담당하였던 붕당정치는, 한정된 관직을 놓고 경쟁하던 당시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정치 형태였다. 그래서 윤휴(尹鑴)는 “붕당은 족히 천하를 어지럽게 하지만, 붕당을 싫어하여 없애버리면 천하를 망하게 하는데 이른다”고 하였다. 양반계급이 추구하는 권력, 지위, 명예 등 한정된 가치의 재분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붕당정치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 김상봉, 『학벌사회』 중에서


큰샘이의 논술문

① 조선 시대 붕당들 사이에는 한정된 관직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다. 이는 정치적 혼란과 폐해를 야기했다. 그러나 붕당 정치는 왕권의 전횡을 막고 신진 세력의 등용과 정치권력의 상호 견제 기능을 수행했다. 따라서 붕당 정치는 제한된 가치를 놓고 생겨난 양반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는 갈등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사회적 폐단을 가져오기도 하는 갈등은 ②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③ 그러나 우리는 여러 가지 갈등 중에서 폭력과 차별을 수반하는 전쟁과 같은 극단적 갈등은 자제해야 한다.


“해원아, 큰샘이가 작성한 논술문을 보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보거라.”

큰샘이의 논술문인데 바람샘은 뜬금없이 해원이에게 묻는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초점이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갈등의 의의'를 설명하는 부분도 보이지 않는 것 같고요.”

해원이는 당황한 듯 힘없이 대답한다.

“맞는 말이야. 큰샘이의 논술문에는 크게 두 가지 잘못된 점이 있구나. 하나는 제시문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탈이고, 하나는 제시문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탈이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잘 이해가 안 돼요.”

큰샘이는 라이벌인 해원이에게 지적을 당한 것이 내심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네가 수업 빠지고 농땡이 부리니까 논술실력이 형편없어진 거야.”

지성이가 놀리듯 이야기한다.

“하하하. 지성이 녀석, 오래도 우려먹는군. 그럼 한번 자세히 따져보자꾸나. 먼저 ①의 부분을 보렴. 제시문의 첫 단락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지.”

“그건 ‘요약'을 한 건데요?”

큰샘이는 바람샘의 지적에 항변한다.

“제시문의 단락을 그대로 쓰는 것은 ‘요약'이라고 할 수 없단다.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인 것밖에는 안 되지. 네가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니?”

“선생님, 그렇다면 제시문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성이 역시 제시문이 가장 난관이기 때문에 말을 끊고 대뜸 묻는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언어로 써야지. 차라리 ①에서 붕당의 긍정적 의미를 강조해서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균형과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붕당제'는 상호 견제와 인재 등용을 통해 정치의 균형과 발전을 꾀하였다”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쓰면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잘못'을 극복할 수 있단다.”

“자신에게 맞게 다시 풀어서 서술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해원아. 잘 이해하고 있구나. 그리고 ②처럼 두루뭉술한 단어는 좋지 않단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못해. ③은 큰샘이가 알다시피 ‘동문서답'이지. 이건 ‘갈등의 의의'보다는 ‘갈등의 주의사항'인 것 같구나. 결과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의의'는 빠뜨리고 말았어.”

“갈등의 양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큰샘이는 해원이에게 또 지적을 당하자 지지 않겠다는 듯 맞선다.

“일단 논제에서 ‘의의'를 요구했으면 ‘의의'를 쓰고, ‘양면성'을 요구하면 ‘양면성'에 대해 쓰도록 해라. 갈등의 의의 역시 ‘긍정적'이라는 평가 외에 더 나아가지 못했어. 왜 긍정적인지 독자를 납득시켜야지. 정치란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엉킨 사안이므로 갈등을 통해 타협에 이를 수 있다면 이는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지.”

“그러네요. 그러면 갈등은 타협의 필수 조건이군요.”

큰샘이는 이제까지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았던 사실을 깨달으며 선생님께 묻는다.

“필수조건은 아니지. ‘대화'가 필수조건이야. 뉴스를 봐라, 대화가 없으니 정치권에서도 막말이 오가고 몸싸움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니. 제이는 논술문을 쓰기 전에 ‘제시문'을 꼼꼼히 읽도록 해라. 두 번, 세 번 읽는 사이에 제시문에 대한 접근 방향이 잡힐 게다. 지금 너에게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바람샘은 아이들에게 고정적인 사고방식이 굳어지지 않도록 무던히도 애를 쓴다.

“예. 선생님 말씀대로 당분간은 제시문에 대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볼게요.”

큰샘이는 일단 이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논술쓰기나 사고방식 모두 미흡한 것이 너무 많아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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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studycare.com/board/view.asp?ID=4&TableName=uni_21&page=1&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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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3-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전 큰샘이가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큰샘이의 논술일기

3.선생님, 글쓰기와 논술의 다른 점은 뭐에요


아직 수업하려면 한참인데 바람샘은 교실에 나와 있다. 어제 큰샘이에게 편지를 써서 달래주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큰 상처를 받았다면 오늘도 수업에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 바람샘과 큰샘이 간의 신뢰가 쌓이지 못했다는 증거도 되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애착이 가는 아이였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시간이 흘러 수업시간이 가까워지자 교실 문이 사르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큰샘이가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선생님, 어제 보내주신 편지를 읽었어요. 제가 생각이 짧고 경솔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선생님과 이야기했으면 풀어졌을 텐데, 저만 생각해서 죄송해요.”

바람샘은 큰샘이가 대견했다.

“아니다. 큰샘이의 잘못이 아니라, 가르치는 우리의 잘못이 더 크지. 무엇보다 너를 위해 수업시간을 할애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지성이가 중간에 끼어든다.

“물론이죠. 이미 핫도그와 어묵을 든든히 얻어먹었다니까요!”

“하하하!”

한바탕 웃고 나니 모두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마음껏 웃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논술’에 대해서 알아보자꾸나.”

바람샘은 말을 이었다.

“선생님, 어제 보내주신 편지를 읽어봤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게 있어요. 제가 이제까지 해온 글쓰기와 논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셨는데, 논술이 다른 글쓰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큰샘이가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성이가 잘 해줄 게다.”

“지성이요?”

모두들 의아해 하는 듯이 반문했다.

“내가 어때서, 뭐!”

지성이는 큰소리쳤지만 스스로도 의아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럼 내가 논제를 적어볼 테니, 지성이가 여기에 대답을 해보도록 해라.”

 

 


“그거야 쉽죠!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특유의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편의 진영을 위협한다는 데 있어요. 생동감 있는 움직임은 공간을 만들어요. 그때 박지성의 시의적절한 패스가 이어지는 거죠. 이것이 박지성의 ‘창의적’인 플레이랍니다.

게다가 동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연습벌레’인 그의 성실성은 성공의 밑거름이 됩니다. 박지성의 평점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부지런하다’에요.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잘 되는 거죠.”

지성이는 자신의 전공 과목이 나오자, 유려한 지식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축구선수 박지성과 이름이 같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자긍심이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해원이가 투정을 부린다.

“지성아! 이야기는 잘 했는데, 숙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구나. 내가 종합해서 이야기를 해보마. 한국 축구의 첫 번째 경쟁력은 끊임없는 체력에 있단다. 강인한 체력을 통해 상대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뛰고 많은 공간을 찾아다니지. 상대보다 많이 움직이면 분명히 유리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두 번째 경쟁력은 성실성이란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뛰고 연습하고를 반복하지. 이 두 가지 큰 바탕을 통해서 다양한 경쟁력이 생기게 되는 거란다. 지성이는 논술도 축구처럼 열심히 했주었으면 좋겠구나.”

“잘 알겠어요. 그런데, 이것이 논술과 무슨 관계가 있죠?”

큰샘이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논제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논술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현대사회에 대해서 말해보라“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단다. 지난번에 네가 썼던 논술의 논제처럼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나 이번처럼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박지성의 예를 통해서 설명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보다 구체적인 논제가 출제된단다. 때문에 어떤 현상의 전형이 되는 구체적인 한 사건이나 사례를 통해 그 문제를 심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어.”

큰샘이는 뭔가 개념이 잡힐 듯하면서 여전히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큰샘이가 보았던 논제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해원아, 네가 학교에서 받은 논술문에 첨삭 선생님이 뭐라고 적었든?”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잘 되고 있으며, 주제와 관련된 예시의 선택이 적절합니다.”

“잘 들었지. 논술은 ‘점수’를 받는 ‘시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단다. 해원이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아이야. 네가 해원이에게 배울 게 많단다. 거기다가 너의 창의력을 논술에 맞게 다듬는다면 좀 더 멋진 논술문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큰샘이는 뭔가 자꾸 열리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논술이 자신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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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샘이의 논술일기

2.논술을 처음부터 봐야겠구나


바람샘은 큰샘이의 논술문을 살펴보고 나서 작전(?)을 달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논술 강의로는 큰샘이의 논술 실력을 키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논술에 대한 개념을 차근차근 짚어가면서 온전한 논술문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결론을 맺었다. 논술에 대한 개념과 다른 글쓰기와 논술의 차이점 등에 관한 자료를 챙겨서 얼른 교실로 갔다. 그런데 교실에는 ‘해원이’와 ‘지성이’밖에 없었다. 큰샘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대신 해원이가 편지 하나를 주면서 중얼거린다.


“큰샘이 또 사춘기가 도진 모양이에요. 선생님께 이거 전해달라며 그냥 가버렸어요. 역시 큰샘이는 논술보다 편지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아!”

해원이의 조롱이 바람샘은 신경 쓰였지만, 그보다 큰샘이가 걱정되었다.

“큰샘이는 슬럼프 기간이에요. 약간의 트레이닝만 한다면 회복해서 ‘게임’에 임할 수 있을 테니, 선생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성이는 모든 것을 ‘축구’와 관련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그만큼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의 언어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분명 독특한 소질이지만, 바람샘은 지성이가 논술의 언어도 좀 사용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큰샘이가 남기고 갔다는 편지는 다음과 같다.


 

큰샘이의 편지는 자못 심상치 않았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지성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첨삭 선생님들은 엉터리에요. 그리고 학생차별이 심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지성이는 조리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본론만 끊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몇 번의 추가 질문이 필요하다는 걸 바람샘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분기에 한 번씩 논술문을 작성해서 다른 곳에서 첨삭을 받는데요. 큰샘이가 오늘도 첨삭 내용을 보고 크게 실망했어요. 온통 빨강투성이인데 좋은 말은 하나도 없고, 결정적으로 상처를 준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에요.”


이것은 논술이 아닙니다. 생각난 대로 적어낸 것은 낙서입니다. 논술문의 요건을 명확히 아시기 바랍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데 왜그래?”

해원이가 말을 자른다. 해원이는 공부도 잘하고, 논술 점수도 잘 맞는 학생이지만, 창의력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한 편이다.

“뭐라고? 너는 점수만 잘 맞지 큰샘이보다 글솜씨는 형편 없잖아!”

지성이와 해원이는 개와 고양이 사이처럼 서로 으르렁댄다. 바람샘은 이렇게 글쓰는 스타일도 다르고 개성이 다른 학생들은 한 교실 안에서 가르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자, 이제 그만 싸워라. 어떤 사정인지는 잘 알겠다. 그나저나 큰샘이가 없으니 수업은 어떻게 한담. 너희들 큰샘이에게 한번 기회를 주지 않으련. 이번에 못한 수업은 다음 시간에 두 배로 하자꾸나. 교재를 보면서 자습을 하고 있으렴.”

바람샘은 책상에 앉아서 큰샘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지성아! 이 편지를 큰샘이에게 전해줄 수 있니?”

“예, 같은 동네에 사니까 제가 직접 전해줄게요.”


큰샘이는 창가에 걸터앉아 바람샘의 편지를 읽으며 한숨을 쉰다. 해는 서녘으로 접어들지 않고 큰샘이를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쏘아대는 것 같아, 큰샘이는 몹시 부끄러웠다. 큰샘이는 그 마음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링크
http://www.estudycare.com/board/view.asp?ID=2&TableName=uni_21&page=1&cate=

 

※ 알립니다. 지난 1회의 연재 중 실제 원고지의 내용은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잘못된 사례를 재구성한 것으로, 첫 회인 만큼 ‘내용’에 한하여 소개하였습니다. ‘원고지 쓰기’에 대한 내용은 추후 다룰 예정입니다. 참고로 원고지 사용 규정이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통상 ‘1기호 1칸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침표나 쉼표 등의 일부 기호(.,)는 관습상 ‘한 글자’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띄어쓰기 적용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원칙과 허용의 측면에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국어원’ 등 교육기관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해에 혼동을 준 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도 ‘큰샘이의 논술일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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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3-1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일기가 안보여요

승주나무 2006-03-1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곧 수정하겠습니다. 이론..
 



흐미, 새벽에 뭐 하는 짓일까. 잠도 안 오고, 일은 밀렸는데 기분은 그렇고.
기분을 좀 추스리려고 뒤적거리다가 잡힌 사진들입니다.
이 기회에 얼굴도 공개하고 저도 소중히 간직하려고 특집을 만듭니다.




1. 입대 전에는 좀 반듯하기도 했지요. 뭔가를 읽을 때는 표정이 참 평화로워보이지요^^;




2. 찾느라 애먹은 사진인데, 올려놓고 보니, 쩝.. 별루네요. 그래도 표정만은 살아 있다오



3. 마태 님을 생각하면서 한 잔 크억~ 술 앞에서는 저도 즐겁답니다^^



4. 대개는 이렇게 진지하게 돌아올 때가 있죠. 아니 미안.. 진지한 게 아니라 화가 난 것 같은데요^^



5. 초췌한 시인이라 불러 주오. 옷을 두껍게 입고, 입을 약간 벌린.. 지금 약 한 상태에요^^



6. 이 사진의 제목은 '공공의 적'입니다. 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7. 가장 번듯하고 온화한 표정이 아닌가 합니다. 일단 한 인상 가지고 들어가는 저로서는 귀한 사진이라 할 수 있지요. 저런 표정 지방에선 구하기 힘들다오^^



8. 소설가 성석제의 호랑이들과 찍은 사진입니다. '호랑이를 봤다'라는 제목에서 펜클럽 이름을 지었는데, 이번에 한 번 뵐까 해서 전화를 했더니 성석제 왈 "호랑이들은 잘 있냐?"



9. 주인이 싼 값에 큰 방을 줘서 참 고마워했는데, 큰 아이 논술 과외를 해달라며...
이 중에 한 칸은 제가 쓴 책입니다. ㅋㅋ
요 아래 이불을 숨기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 외의 장면은 상상에 맡길게요.



10. 책장 앞에서 한 칸 찍지 않을 수 없죠. 또 드물게 나타나는 온화한 표정. 그래도 머리와 메이크업은 스튜디오에서 협찬받은 거라우. 울 회사에서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는데, 화장은 다 지워지고. 집에 와서 나만의 버전으로...^^



11. 입술이 도드라지는군. 점은 더..




12. 이런 웃음도 흔치 않습니다. 덕스럽다고들 하죠(퍼퍼퍽!!!!!)



13. 꼭 읽고 싶습니다. 완독한 책이라고는 '바가바드기타'외에 없고 그냥 건드리기만 했음. 춘추좌전이 빨리 번역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평범하게 살려고요. 요즘 책을 못 읽어 기분이 싱숭생숭하답니다. 뭐 뱉아놓기 전의 느낌 같기도 하고, 임신했나? 암튼 금단현상이 심해요. 다들 위로의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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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3-18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책 많으세요. 그것두 다 굵직한 것들만. 더군다나 책을 쓰신게 한 칸을 차지하신다니. 와와.

세실 2006-03-1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머나...미남 이세요.....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 쓰는 힘도 생기는 거군요... 반갑습니다.

마태우스 2006-03-1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으로 생겼어요. 근데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시는군요!

stella.K 2006-03-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승주나무님이셨군요. 제가 상상했건 것과는 너무도 다른 님! 반가워요.^^
그런데 어쩌죠? 일전에 제가 띄워드렸던 이미지들...!ㅎㅎㅎ.
참 그거 발표는 언제 하시나요?^^

승주나무 2006-03-1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부끄러워요. 문제지, 학습지일 뿐인걸요
세실 님//이 중에서 저도 독파한 책은 몇 안 된답니다. 전시용이 대부분이죠..ㅋㅋ
마태 님//제가 이래뵈도 지성(脂性)이랍니다. 매일 저녁마다 기름종이가 껌댕이가 된다는..ㅎㅎ마태님이랑 꼭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당!!
스텔라90님//주말께에 발표할 예정이랍니다. 흥행이 저조해서 걱정이에요. 어떻게 상상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20대 같나요^^

stella.K 2006-03-1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냥 털털하고, 미소년이구 그럴 줄 알았걸랑요. 근데 넘 깔끔하시잖아요. 선생님이라 그런가?^^

라주미힌 2006-03-20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곱게 늙으셨구랴...

동그라미 2006-03-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소년인줄 알았는데.. 조금 나이가 있으시네요..

비연 2006-03-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지진희(배우?) 랑 닮으셨다는 말, 안 들어보셨어요?
암튼...사진들, 인상적입니다~ ㅎㅎ

승주나무 2006-03-3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동그라미 님//미소년의 '미'자는 아니어도 '소년'은 집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문학소년'이라고 불린 것은 어언 8년 전이군요. ㅋㅋ
라주미힌 님//님은 곱게 젊으신 것 같아요. 나이가 더 들면 제 얼굴이 더 고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연 님//지진희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데, 극찬이십니다. 제가 또 한 '인상' 하지요. 후기 인상파라는 별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