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샘이의 논술일기

3.선생님, 글쓰기와 논술의 다른 점은 뭐에요


아직 수업하려면 한참인데 바람샘은 교실에 나와 있다. 어제 큰샘이에게 편지를 써서 달래주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큰 상처를 받았다면 오늘도 수업에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 바람샘과 큰샘이 간의 신뢰가 쌓이지 못했다는 증거도 되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애착이 가는 아이였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시간이 흘러 수업시간이 가까워지자 교실 문이 사르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큰샘이가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선생님, 어제 보내주신 편지를 읽었어요. 제가 생각이 짧고 경솔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선생님과 이야기했으면 풀어졌을 텐데, 저만 생각해서 죄송해요.”

바람샘은 큰샘이가 대견했다.

“아니다. 큰샘이의 잘못이 아니라, 가르치는 우리의 잘못이 더 크지. 무엇보다 너를 위해 수업시간을 할애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지성이가 중간에 끼어든다.

“물론이죠. 이미 핫도그와 어묵을 든든히 얻어먹었다니까요!”

“하하하!”

한바탕 웃고 나니 모두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마음껏 웃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논술’에 대해서 알아보자꾸나.”

바람샘은 말을 이었다.

“선생님, 어제 보내주신 편지를 읽어봤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게 있어요. 제가 이제까지 해온 글쓰기와 논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셨는데, 논술이 다른 글쓰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큰샘이가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성이가 잘 해줄 게다.”

“지성이요?”

모두들 의아해 하는 듯이 반문했다.

“내가 어때서, 뭐!”

지성이는 큰소리쳤지만 스스로도 의아했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럼 내가 논제를 적어볼 테니, 지성이가 여기에 대답을 해보도록 해라.”

 

 


“그거야 쉽죠!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지칠 줄 모르는 특유의 폭넓은 움직임으로 상대편의 진영을 위협한다는 데 있어요. 생동감 있는 움직임은 공간을 만들어요. 그때 박지성의 시의적절한 패스가 이어지는 거죠. 이것이 박지성의 ‘창의적’인 플레이랍니다.

게다가 동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연습벌레’인 그의 성실성은 성공의 밑거름이 됩니다. 박지성의 평점 내용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부지런하다’에요.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잘 되는 거죠.”

지성이는 자신의 전공 과목이 나오자, 유려한 지식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축구선수 박지성과 이름이 같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자긍심이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해원이가 투정을 부린다.

“지성아! 이야기는 잘 했는데, 숙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구나. 내가 종합해서 이야기를 해보마. 한국 축구의 첫 번째 경쟁력은 끊임없는 체력에 있단다. 강인한 체력을 통해 상대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뛰고 많은 공간을 찾아다니지. 상대보다 많이 움직이면 분명히 유리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는 법이지. 그리고 두 번째 경쟁력은 성실성이란다. 자만하지 않고 계속 뛰고 연습하고를 반복하지. 이 두 가지 큰 바탕을 통해서 다양한 경쟁력이 생기게 되는 거란다. 지성이는 논술도 축구처럼 열심히 했주었으면 좋겠구나.”

“잘 알겠어요. 그런데, 이것이 논술과 무슨 관계가 있죠?”

큰샘이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논제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논술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현대사회에 대해서 말해보라“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단다. 지난번에 네가 썼던 논술의 논제처럼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가족의 문제’나 이번처럼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박지성의 예를 통해서 설명하라는 식의 구체적인 보다 구체적인 논제가 출제된단다. 때문에 어떤 현상의 전형이 되는 구체적인 한 사건이나 사례를 통해 그 문제를 심층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어.”

큰샘이는 뭔가 개념이 잡힐 듯하면서 여전히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큰샘이가 보았던 논제가 대부분 그랬던 것 같다.

“해원아, 네가 학교에서 받은 논술문에 첨삭 선생님이 뭐라고 적었든?”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잘 되고 있으며, 주제와 관련된 예시의 선택이 적절합니다.”

“잘 들었지. 논술은 ‘점수’를 받는 ‘시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단다. 해원이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아이야. 네가 해원이에게 배울 게 많단다. 거기다가 너의 창의력을 논술에 맞게 다듬는다면 좀 더 멋진 논술문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큰샘이는 뭔가 자꾸 열리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논술이 자신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링크
http://www.estudycare.com/board/view.asp?ID=3&TableName=uni_21&page=1&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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