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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우키요에를 따라 일본 에도 시대를 거닐다
이연식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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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구니사다의 [사농공상] 시리즈 중 <우키요에 판화 공방의 모습>
위의 그림은 우키요에에 대해서 꽤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일본의 다색판화그림인 우키요에는 사실상 화가 한명의 것이 아니다.
지금은 저렇게 구니사다라는 화가의 이름만 대중에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우키요에는 위의 그림처럼 밑그림을 그리는 에시(이 사람이 이름이 가장 알려지는 화가), 에시가 그린 밑그림을 목판에 새기는 호리시, 호리시가 만든 목판에 물감을 얹어 찍어내는 스리시가 있다.
이 과정은 에시가 그림을 그려내면 끝이 아니고 이들은 목판을 만들어내는 과정 내내 계속 협의하며 많게는 수십장이나 되는 목판의 선을 맞추고 색깔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는 한모토가 있다.
저 그림속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 또한 재밌을 법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키요에 작가 중 여자화가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 공방에서 일하는 이는 왜 다 여자일까?
웃기게도 이 그림은 우키요에의 제작 공정과 함께 미녀들의 모습도 같이 감상하라고 일하는 이들의 성별을 죄다 바꿔놓은 것이다. 즉 실제 공방은 모두 남자들의 역할이다.
여기서 또 시장과 절대 뗄레야 뗄 수 없는 우키요에의 성격이 드러난다.
에도 시대 경제력의 향상과 대체로 상인들인 조닌 계층의 성장은 문화향유의 욕구를 가져왔고, 그런 상품성에 재빨리 화답한 미술계는 저렴하게 찍어낼 수 있는 판화에 주목하여 우키요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므로 태생부터 우키요에는 시장에서의 판매와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림의 내용도 에도 시대의 풍속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 가부키공연과 가부키 배우들, 유곽거리와 유녀들의 모습, 춘화, 일본의 망가의 기원이 되는 각종 괴물들의 그림, 그리고 여행의 붐에 따른 풍경화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다채로운 소재들인데 이런 점이 우키요에가 힘을 가진 큰 요인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비슷한 시기 그림으로 우키요에와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을 고르자면 나는 풍속화보다는 민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민화의 경우 일본의 우키요에만큼의 시장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 민화영역의 다양화가 보다 폭넓게 이루어지지 못했던게 아닐까?
서양으로 가면 네덜란드쪽에서 발전했던 정물화가 우키요에와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 역시 우키요에만큼 다양한 소재와 영역으로 확대되지는 못했으니 우키요에의 발전은 독보적이라고 할만하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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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타가와 히로시게, [도토 명소] 중 <벚꽃이 만발한 신요시와라>
초기 우키요에의 소재로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가부키와 유곽거리, 유녀들이다.
가부키의 장면 배우들의 얼굴은 요즘으로 치면 브로마이드였던 것.
하지만 이쪽 우키요에들은 한국인의 감성에 맞기는 좀 힘든듯하다.(물론 나만 그럴수도..... )
정형화된 얼굴과 몸이 지극히 일본적이고 아주 미묘하게 표현되는 성격이나 감성이 일본 가부키를 잘 모르는 내가 파악하기는 힘들다고나 할까?
그에 반해 유곽의 풍경은 엿보는 재미와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유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소재였다.
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을 끈건 풍경화에 가까운 유곽지역의 그림이었다.
실제로 유곽이란 곳은 엄청 비싼 곳이어서 왠만큼 돈이 많지 않고는 가기 힘든곳.
일반 서민에게는 그저 환상의 세계일뿐일텐데 그런 곳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저렇게 그림을 팔아먹을 수 있는....
저곳이 어딘가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곳이고 그림의 색감과 거리의 모습이 예뻐서 눈길이 가는 우키요에이다.
예전에 딸과 둘이서 도쿄 여행갔을 때 아사쿠사 지역에서 숙박을 햇었는데 그곳이 바로 저 신요시와라라고 한다.
내가 자던 곳이 옛 유곽지역이었다는걸 그때는 몰랐었다.
일본의 유곽문화는 역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데 굉장히 연극적이다.
손님이나 유녀나 절차화 되어 있는 연극적 상황을 모두 겪어야 합방에 이를 수 있는데 뭐랄까?
뭔가 현실같지 않은, 마련되어 있는 무대에서 배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을 많이 준다.
이 또한 일본 문화의 독특함이겠지만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잘 모르겟다.
일본 여행 때 본 오이란(유곽에 소속된 상급 유녀)이 손님을 만나러 가는 행차 재현을 본적이 있는데 이 역시 정말 연극의 한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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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이 있는데 미인도가 빠질 수 없다.
이 책에는 역시 여러 종류의 우키요에 미인도가 등장하는데 내 마음을 움직인 그림은 아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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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하루노부, <밤의 매화>
미인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우키요에의 여인들 그림을 보면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래서 설마 사람얼굴을 실제와 비슷하게 그릴 줄 몰랐을리가 없는데 왜 그럴까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며 궁금증을 풀었다.
미인도를 그릴 때 우키요에 화가들은 실제 얼굴이 아니라 이상화 된 미인형을 그린것이다.
일종의 전형을 그린 셈인데 이 역시 화가의 개성보다는 대중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그림의 목적이 우선인 것이 이유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어쨋든 우키요에의 미인도는 그래서 얼굴이 아니라 미묘한 분위기로 표현된다는 느낌이다.
낮이 아닌 한밤에 굳이 등을 켜서 벚꽃구경을 하는 저 여인의 마음이 애잔한 포즈속에 잡힐듯하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애닳게 한다.
우키요에에는 춘화도 많고, 또 알다시피 요괴도 굉장히 많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여 굉장히 충격적인 우키요에가 있는데 이 그림을 나는 딸과 같이 갔던 도쿄의 여행에서 실제로 봤었다.
도쿄에 있는 우키요에 전문 미술관인 오타 기념미술관에서 우키요에 괴수전을 개최하고 있어 그걸 보러 갔다가....
당시 딸이 중3이었는데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하다기 보다 오히려 웃겼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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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시카 호쿠사이, [기노에노고마쓰] 중 <해녀와 문어>
우키요에 화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호쿠사이다.
우키요에 하면 떠올리는 후지산 그림이나 파도가 역동적으로 몰아치는 풍경화를 그림 바로 그 사람.(그림은 너무 유명해서 일단 생략)
그런 호쿠사이는 각종 요괴, 괴수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아 늘 괴물 스케치를 하고 다녔다는데 이런 요괴춘화도 그렸다니.....
아 그런데 너무 잘 그려서 참 뭐라 하기도 애매한..... ㅎㅎ
이렇게 다양한 우키요에 중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풍경화다.
도시를 그렸던 자연을 그렷던 우키요에의 풍경화들은 첫눈에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림을 볼 때 여러가지를 볼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색감이다.
그 색깔을 쓰는 능력이 풍경화 우키요에에서 너무 환상적으로 펼쳐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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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게, [도카이도 53 역참] 중 <고유>
에도시대는 의외로 여행이 발전했던 시대란다.
이것 역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전근대시대에 일반 서민까지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고 실제 여행을 가는건 거의 일본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에는 일본 에도막부의 독특한 제도인 산킨코타이(지방의 봉건영주인 다이묘들이 1년씩 번갈아가며 에도에 와서 생활해야 하는 제도, 일종의 지방세력 견제정책)로 인해 다이묘들과 그 일행들의 여행이 일상적이었던 것에 영향받지 않았을까싶다.
위의 그림은 책의 도판을 보면 색감이 정말 아름다운데 그걸 다시 나의 똥손으로 찍었더니 너무 탁한색이 되어 버렸다.
우키요에의 아름다운 색감을 보려면 음.... 책을 봐야겟구나. 지금 이거 보러 일본으로 갈수는 없으니....
우키요에가 색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대담한 구도와 각도로 이런 시야가 가능해?라는 신선한 통찰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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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게, [명소 에도 100경] 중 , <후카가와 스사키 십만 평>
역시 책보다 너무 색감이 안 살아서 속상한 그림이지만 구도는 보이니까.
하늘을 나는 매의 시점에서 바라본 평원의 모습이라니... 저런 대담한 구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게 우키요에의 힘이 아니었을까?
대중적으로 판매되어야 하는 그림으로서 유행에 민감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도덕적인 규제나 전통의 압박 이런 것에서 충분히 자유로웠던 그림이기에 어떤 실험적인 시도도 해볼 수 있었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런 그림을 낳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키요에는 에도 막부와 운명을 같이 한다.
막부가 무너지고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같이 들어온 사진들이 우키요에가 담당하던 역할들을 대체해버리니 가부키극장을 기반으로 하던 우키요에 외의 다른 우키요에들은 순식간에 몰락해버린다.
대중 예술이 어떻게 대중의 관심에 의해서 꽃피고 시드는지를 너무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우키요에를 좋아하기만 했지 실제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초보자수준에라도 겨우 오를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 그림은 서비스 컷! 이곳에도 많은 집사들을 위한 냥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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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나베 교사이, [교사이 화첩] 중 <괴물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