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오신 집에는 슬픔이 없어요."
"아, 그래요." 캐슬린이 말했다. 그녀의 커다란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래요." - P21

에밀리는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커튼을 걷었고, 하루가 밀려들었다. 그날 밤이 불러낸 유령이 이곳에 있었다. 한때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 - P28

 올리비에는 교실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면서 부당한 보복을 예상했으나 자신이 스스로의추측을 발설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그러지 않는 것은, 자기생각을 비밀로 감추는 것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 P34

이것이 현실이었다. 클로헤시 신부가 알든 모르든, 이것이그가 가진 것이었다. 저스티나 케이시는 이 마을에 머물 것이다. 길포일 씨가 저스티나를 더블린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게할 것이고, 매브가 저스티나를 감시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브레다 매과이어도 저스티나를 잊을 것이다. 비좁은 고해실에서는 또다시 불필요한 고해와 용서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자신에게서 신을 본 얼굴에서 만족감이 사라질 것이다. - P73

제프리가 자신의 부끄러운 사진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그에게 에벌린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벌린은 아무런 원망 없이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에벌린의 어리석은일탈을 목격했을 때, 그 또한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 P102

그들은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는 그렇지 않았으나, 본인들이 모르는 사이 그들의우정으로 전과 달라진 방 안에는 그들의 삶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통제하는 능력을 잃지않았다. 그녀는 지나간 과거를, 그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배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커피를 내오면 그는 내리는 비나 차가운 봄의 햇살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고, 다시 와일드 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넓은 현관을 배경으로 계단 위에서 있었고, 그의 백미러에 보이던 그녀의 모습은 곧 버드나무로 바뀌었다. - P117

그 이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장식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을 속이게 되기 때문이었다. 도자기 한점도 받지 않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쓸 것이다.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렸다. - P120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우리의 대화는 불완전하거나 아예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자기들 사이에 작품을 만들었고, 그 안에 우리의 존재가 놓여 있다. 마치 모자이크 기술자가 만든 걸작처럼 빈틈없이 완성된 작품.  - P138

어리석었던 그때의 나는 이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을 알지 못했다. 진실은, 그것이 인간의 정신을 찬미하는 것이라 해도, 말하기 끔찍한 내용이 있으면 퍼뜨리기 어렵다. 어둠은 빛의 당당한 광휘를 더욱 강렬하게 하지만 누가 그걸 알고 싶어 하겠는가? 결국 나는 내가 말해야 하는 일을 말할 수 있는 행운이내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 P145

자신의 친구가 된 성인 조각상들을 매일 아침 찾던 누알라는 그날 평소보다 코리의 작업장에 더 오래 머물렀다. 석쇠를든 성 로렌스, 메신저인 성 가브리엘, 아시시의 성 클라라, 사도성 토마스와 눈이 먼 성루치아, 성 카타리나, 성 아그네스,
코리는 누알라를 위해 조각상을 만들었고, 조각상들이 동요하지 않는 평정심으로 자신의 시선을 돌려보내자 누알라는 처음으로 분노가 조금씩 흘러 나가는 것을 느꼈다. 감화되어 평온함에 잠긴 누알라는 조각상의 체념을 느꼈다. 실패한 것은 누알라가 아니라 이 세상이었다. - P182

 자기 앞에 펼쳐진창창한 시간, 언뜻 보게 될 다른 비밀과 배신들 때문에 울었다. - P200

그들은 피나가 깨달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존 마이클과 함께였다면 지금보다 더 외로웠을 것이다. 오래 이어진 사컴과 함께 계획한 미래, 서로에 대한 열정과 포옹은 가슴 저미는 기억으로 남았으나 괴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이사랑한 것은, 너무나도 사랑한 것은 미국이었다. 사랑의 환상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미국이었고, 서로를 더욱 좋아하게만든 것도 미국이었다.  - P227

셰릴은 그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두려움이 아니라는 것을, 심지어 불안도 아니라는 것을 대프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늘어놓는 그의 행동에 교활한 술수가 있음을 알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나도 적었기에 술수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천성이 그와 함께 산책에 나서고 그의 과묵한 포옹을 받아들이게 했으며 자신의 동정이 그의 자양분임을 안다는 것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셰릴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대프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와클리 부부는 그의 존재를 몰랐다. - P250

"괜찮아요?" 그녀가 물었다. "괜찮은 거예요?" 말투에 불안한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야 할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사랑의 까다로운 특성을 잘 알았다. 사랑은 거의 언제나 잘못된 대상을 향했다. - P269

 두 사람은 순간 그 이미지에서 우아함이 드러나는 것을보지 못했다. 그들은 그 우아함이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지않았을 것이다. 이 연애에서 자신들에게 우아함이 있었으리라짐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으나 이해한 사랑의규칙은 끝나지 않은 것을 끝내는 괴로움 속에서도 깨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이었다. 오늘 사랑은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둘은 그 사랑을 지니고서 몸을 떼고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미래가 지금 보이는 것만큼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 그 미래 안에 여전히 두 사람의 과묵한 섬세함과 한때사랑이 만든 그들의 모습이 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채로,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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