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을로>를 봤어요.

김지수는 지금까지 봤던 어디에서보다 예뻤고,
유지태는 최고로 멋진 웃음과 눈물을 같이 보여주네요.

하지만 맘이 너무 아팠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흘러서......

전 별로 감성이 예민한 편도 아니고, 오히려 좀 무딘 편이죠.
그래서 영화보면서 우는 일도 잘 없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이놈의 감성은 슬픔쪽으로만 발달하는 것 같네요.
아마도 제가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겟죠.
어린 시절엔 사실 제 삶이 제일 소중하고 그래서 제 자신이 제일 소중했던 것 같은데....
그런 시절엔 고통엔 좀 둔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누군가의 고통이 느껴지는걸 보면 견디기가 힘들정도로 눈물이 나네요.

소중한 것이 많아져서,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남들의 고통도 그렇게 같이 느껴지나봐요.
<한국현대사 산책>같은 어쩌면 좀 딱딱한 책을 보면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와 대구지하철을 읽을때 또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수업준비한다고 현대사 영상과 사진 모아놓은 것들을 다시 보면서 편집하고 있는데...
볼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이러다가 수업하면서 아이들앞에서 우는 건 아닌지....(아! 그건 정말 싫어요)

마음은 너무 아픈 영화인데
영화속 풍경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딱 두군데를 빼고는 다 가본 곳이더군요.
어쩌면 아름다움과 슬픔은 통하는지도 모르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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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0-3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저의 게으름과 착각이 그런 오해까지.... 님의 서재 즐찾도 해놓았는데 그럴리가요. 너무 너무 죄송해요. ㅠ.ㅠ
가을로는 혼자서 보거나 둘이서 보거나 하여튼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우르르 몰려가서 볼 영화가 아닌건 확실해요. 영화의 여운이 참 오래갈 것 같네요.

이매지 2006-10-3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타짜와 라디오스타도 못 보고 있는 ㅠ_ㅠ
지태씨는 이런 역할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봄날의 간다의 상우같은 느낌.
(나름대로 지태씨 팬이라는-_-;)

바람돌이 2006-10-3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일단 제 취향에서는 가을로, 라디오스타, 타짜 순입니다. 가을로가 제일 감동적이예요. 유지태는 정말 어울리더군요. 봄날은 간다의 그 분위기와 거의 비슷해요. 근데 훨씬 성숙된 느낌이랄까 그래요.

가시장미 2006-10-3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네요. 내일 혼자 영화관가서 펑펑 울어버리고 올까요? ^-^

날개 2006-10-3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슬플까봐 겁나서 못보겠어요....ㅡ.ㅜ

조선인 2006-10-3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영화 절대 못 봐요. 광고만 봐도 그곳에서 피어오르던 매캐한 연기가 후각으로 확 살아옵니다. 무서워요. ㅠ.ㅠ

바람돌이 2006-10-3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오랫만에 뵙네요. 그동안 별일 없으셧죠? 옮기신 직장은 이제 다 적응하셧겟네요. 혼자 영화관 가서 보겠다면 이 영화를 권하겠어요. ^^
날개님/너무 슬픈데 그래도 감정을 일부러 쥐어짜지 않는 좋은 영화예요.
조선인님/앗 냄새 알레르기....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을 재현되는 장면에서는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에 또 울었답니다. 영화속에서 엄마손을 꼭 잡고 있는 초등학교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크게 들어오던지.....

하이드 2006-10-3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잠결에 읽었던 책에 나와 있었어요. ' 나이가 들 수록 인생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란걸 알게 된다' 무슨 말인지 완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왠지 서글퍼지는 말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프랑수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 때문인지, 슬픔.은 왠지 젊은이들.의 몫인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었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도. 지독하게 사랑하고 상처받고 슬플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 젊은 시절에는 그마저 성숙의 양분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슬픔이 쌓인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네요.

삼풍백화점 사고 났을때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사진중 아이를 보듬고 죽어 있는 엄마의 사진이 있었어요. 고등학교때 저희반 친구 이모였답니다. 시인이었는데, 미국에서 살다가 잠시 한국에 나왔다가 아이와 함께 봉변을 당했어요.

이런저런 상념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바람돌이 2006-10-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한다리 건너라고 하더라도 내 가까이서 그런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있었으면 더 마음이 아플거예요. 오늘도 어제 본 영화의 분위기에서 아직 못벗어나고 있어요. 이런 영화는 오랫만이네요.
슬픔은 전 그냥 만인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 슬픔이 어디를 향하느냐의 문제인것 같아요. 젊으면 젊을수록 슬픔은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이가 들어갈때의 슬픔은 자신보다는 주변의 사랑하는 것들의 고통에 더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뿐.....

sooninara 2006-10-3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꼭 봐야겠네요
아이들과 보기엔 거시기 한가요? 15세 이상 관람가네요.

바람돌이 2006-10-3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린 아이들은 좀 무섭지 않을까 싶은데.... 에고 초등학생의 수준이 감이 안잡히니 잘모르겟어요. 참고로 야한 장면은 없습니다. ^^

클리오 2006-10-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슬픔도 많아진다는 말씀에 공감입니다. 요즘은 뉴스나 그런데 나오는 사람들이야기가 남 이야기같지 않아 저절로 눈물이 나거나, 계속 재현되어 몸서리쳐질 때가 참 많습니다. 마음 아파요...

조선인 2006-10-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풍백화점 옆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더랬어요. 후각의 기억은 정말 오래 가는 듯.

바람돌이 2006-10-3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건 아마도 아이가 생긴다는게 아주 큰 요인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없을때와 있을때 고통을 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다르지 않던가요?
조선인님/그러셧군요. 님은 더 많이 아프셨겟어요. 머리속의 기억보다 항상 더 오래 가는게 몸의 각종 감각의 기억들이 맞는것 같더군요.

클리오 2006-10-3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감정이입이 실감나게 되는데,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요.. 흐윽.. 뉴스 클릭 잘못하면 괴로워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10-3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이 물씬 풍겨나는 영화라길래 저도 꼭 보고 싶었어요,
님의 페이퍼 보니 더 그런생각이 드네요,
글구 울지마세요~~~뚜욱!!^^;;

로드무비 2006-11-0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도 아이를 낳고 나서 눈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특히 아이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요.

바람돌이 2006-11-0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게 참 웃기는게 아이가 커갈수록 더 심해집니다그려....
삼순님/사계절의 모습이 담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목처럼 가을 풍경이 주를 이룹니다. 알고보면 대한민국 참 넓습니다. ^^
로드무비님/그쵸? 그래도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해지지 않는게 좋은거 맞겠죠? 그런 눈물이나 마음이 내 자식에게로만 오로지 향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터인데...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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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에게 없는 사람취급받는 완전한 왕따 두 아이. 못과 모아이가 그들이다.
(뭐 가끔 그들을 아는체 하는이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건 그들만큼 인생의 왕따, 마이너들이다.)
그런 두 녀석이 세상을 완전히 왕따 시켜버린다.
아니 아예 넉아웃시켜 버린다고 해야 할까?
탁구로 말이다.

박민규를 얘기하자면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이 책의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했고,
그 덕분에 행인지 불행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의 이미지가 어느정도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소설은 어느정도는 삼미슈퍼스타즈이 창을 통해서 읽힌다.
세상을 향해 '너네의 삶만 삶의 방식이 아니야!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구"라고 궁시렁대는듯한.....
책을 통해 들려오던 그의 궁시렁댐이 사실 어떤 외침보다도 통쾌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삼미슈퍼스타즈의 인간들보다 더 마이너인 못과 모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지구영웅전설>에선 그래도 슈퍼맨 근처에라도 가보지...
이 녀석들은 정말 대책없다.
자아관념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두 녀석이다.
왕따와 그로 인한 폭력에 단말마의 비명이라도 질러보지.....
그런 두 녀석이 탁구를 한다.
뭔가 나타날 것 같다.
두 녀석의 자존감이 나타날것인가?
천만에....
그냥 탁구일 뿐이다. 그냥 탁구를 치는 것이다.
핑퐁핑퐁......
페이지를 가득메운 핑퐁핑퐁......
거기에 땀도 열망도 없다.
그저 시간이 아무 생각없이 흘러갈 뿐이다.

그들은 같이 헬리혜성을 기다리고, 가끔은 자신들을 제외하고 난 나머지가 모두 다른 세계같다.
그리고는 묻는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에 파묻혀 살면 행복할까?
비슷한 척하면서 같은 생각인척 하면서 살면 행복할까?

<삼미슈퍼스타즈>에서 과감하게 이것도 삶이야라고 외쳤던 박민규는 그러나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완전한 마이너의 삶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에 동화되기엔 그 자신도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는걸까?
탁구로 세상을 언인스톨해버린다?
황당하지만 뭐 나름대로 통쾌하기는 하겠다.
어차피 소설인데 뭘 못하냐고......

하지만 그런식으로 세상을 다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인간의 삶의 모든 형태를 부정해버리고 나면 남는것은?
냉소도 어느정도까지는 분위기 있어보이기도 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끝간데 없이 나아가버린다면?

에이 씨~~ 도대체 뭐야?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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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0-3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월요일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바람돌이 2006-10-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도 행복한 한주 되세요. ^^

클리오 2006-10-3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우리에게는 박민규가 안맞는다니까요.. 지난번 이후로 같이 안 읽기로 하셔놓구는... ^^

바람돌이 2006-10-30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사랑은 미련이랍니다. 그래도 못버리는..... 처음 만났을때 한눈에 뽕 가버렸으니 어찌 미련이 남지 않겠어요. ^^ 이젠 정떨어진 것 같은데.... 미련도 훌훌 털어버려야지요. 박민규가 완전히 바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상은 그냥 접어둘랍니다. ^^

가시장미 2006-10-31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솔직한 리뷰 잘 보았어요. ^-^ 저도 주문했는데.. 읽고 비슷한 생각을 하게될지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들렸는데.. 잘지내셨죠? ;)

바람돌이 2006-10-3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이 책 좋아하시는 분들도 참 많아요. 아주 나쁜 소설이거나 진짜 허접한 글이 아닌 이상 좋고 싫고는 그저 개인의 취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시 장미님은 어떻게 느끼실까 저도 궁금하네요. ^^

2006-11-1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1-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근데 사람마다 느낌은 다 다르잖아요. ㅎㅎㅎ 근데 읽을 책이 없어지는 그날이 올련지는....
 
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제일 싫어하는 상사스타일 중 하나!
형식에 목숨거는 사람이다.
가끔 이런 사람 만나면 정말 짜증 만땅이다.
이런 사람은 보통 공문서를 작성해서 결제받으러 가면 문구 하나하나에 시비를 건다.
아주 사소한 것들.
예를 들면 줄바꾸기를 하고 한 줄 띄워야 하는데 붙여놨다던지....
비슷한 말을 한자어로 바꿔야 한다고 우긴다든지....
하여튼 아무도 신경쓸것 같지 않은걸 가지고 빨간줄 쫙쫙 그으면 내 머리통에 빨간줄이 쫙쫙 그이는 것 같다.

근데 이런 사소한 관료주의에도 열뻗쳐 미치겠는데,
야샤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사람으로 주민등록에 잘 못 기재된 야샤르의 인생은 좌충우돌 엉망진창 그 자체다.
우리의 착하디 착한 야샤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느냐고?
정말 풀리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야샤르를 보는건 고통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지만 결코 개운하게 웃을수가 없다.
설마 이런 일이 싶다가도 관료주의의 황당함을 생각하면 그래 이런 일이 왜 없겠어 싶기도 하다.

더더욱 열뻗치는건 죽었다고 했으면 그냥 계속 죽여주든지
왜 지들 필요할때는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말이다.
군대 갈때는 살아있고 제대할 때는 죽었고,
세금낼때는 살아있고, 유산 상속 받을때는 죽었고.....

그래도 우리의 야샤르 참 용감하고 가상키도 하다.
어쨌든 살아남았잖아
세상을 향해 "니가 아무리 날 죽여도 나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니까?"라고 중얼거리는 야샤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관료주의와 국가의 횡포에 대한 고발이 이렇게 극적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니.....
이런 소설이 나오는 세상은 그래도 뭔가 좀 바뀌지 않을까?
지금의 터키를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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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6-10-2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직장생활할때 저희 전무님이 항상 공문서에 최선(?)을 다하시더군요.
모든직원들이 빨간줄이 그어진 공문서를 가지고 되돌아나오는 것을 짜증스러워했었다는~~~ㅠ.ㅠ

짱꿀라 2006-10-28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팽배해 있는 관료주의는 언제 뿌리뽑힐런지!!! ㅠ~~ㅠ
좋은 주말 잘보내시기를....... 글 잘 읽고 갑니다.

하늘바람 2006-10-28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팠던 책이에요. 음 ~

바람돌이 2006-10-2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도 그런 상사 있으셨군요. 가끔은 그 얼굴에 빨간 싸인펜으로 쫙쫙 긋고 싶다니까요? ^^
산타님/주말 인사를 너무 늦게 받네요. ^^ 그래도 전보다는 좀 많이 나아졌지 않나요? 저는 그런것 같던데.... 적어도 요즘은 복장 가지고 지적은 안당합니다. 정장 안입고 가면 꼭 불려가서 한마디 듣고 그랬는데 그건 거의 없어졌어요. ^^
하늘바람님/다른 분들이 워낙 리뷰를 잘 쓰셔서 사실 제가 할 말이 좀 없었어요. 근데 참 찡하게 만드는 책이던데요.
 
종이 봉지 공주 비룡소의 그림동화 49
로버트 먼치 지음, 김태희 옮김, 마이클 마첸코 그림 / 비룡소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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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배드타임 스토리>란 책을 본적이 있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서양 동화들을 다시 각색한 것이었는데,
하여튼 관점은 다 수긍할만한 것이었고, 나름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정말 재미없다는 거였다.
이게 무슨 동화야? 싶을 정도로.....
아!!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무지하게 재밌는 동화는 없나?

그런데
드디어 찾았다.
<종이봉지 공주>
어젯밤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빠까지 온 가족이 내내 킬킬거렸다.
스토리도 당연히 재밌고 그림속의 허름한 공주의 모습
뺀질이 로널드 왕자의 모습
더더욱 맹해보이는 용의 모습까지 저절로 킬킬거리게 되는 그림체들.
아이들은 그림에 홀딱 빠져 내내 종이봉지 공주의 모습을 흉내내고,
용의 흉내를 낸다고 난리법석이다.
공주의 계략에 빠져 불을 다 써버리고 힘이 없어진 용이 헛바람만 내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떼굴떼굴 구른다.

내용은 더더욱 즐겁다.
공주병이 심한 아이에게 이런 씩씩하고 당찬 공주도 있어라고 보여주는 엄마의 마음은 아주 뿌듯하다.
사랑에 빠진 흔해빠진 공주가 위기를 당하자
바로 종이봉지 옷이라도 거리낌없이 있고 용감하게 왕자를 구하러 가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난다.
너무나 쉽게 슬기롭게 용을 찾아가는 공주.
그리고 그 용을 물리치는 것도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지혜로 용을 지치게 만들어 아예 푹 재워버리는 거라니.....

압권은 마지막 장면이다.
기껏 구해줬더니 왕자는 공주의 모양새가 공주답지 못하다고 책망만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왕자는 당연히 우리의 공주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뻥 차일밖에....
이 장면에서 아이는 당장
"이렇게 구해줬으니까 고마워라고 말해야지"하면서 왕자를 나무랜다.
마지막 장면에는 혼자서 멋진 포즈로 달려가는 공주의 모습이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딸들이여! 종이봉지 공주가 되거라....

보고 또 보고 싶어하는 아이를 겨우 달래서 재웠다.
오랫만에 정말 별 5개가 아깝지 않은 그림책!

그럼에도 별을 하나 깎은 건 공주가 용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용의 힘을 빼기 위해 용에게 자꾸 불을 내뿜게 한다.
그런데 그 결과
무려 백오십군데의 숲이 불타버린다.
아니 왜 환경은 생각안하는거야?
백오십군데의 숲이 불타버리면 그 나라는 망하는거잖아
에잉~~~

뭔가 다른 걸 태웠어야 했다.
용의 집이라든가 아니면 그냥 하늘에 대고 구름이나 좀 태워먹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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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7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발가벗고 해를 향해 겅중거리며 달려가는 공주!! 기억에 남아요. ^^

반딧불,, 2006-10-27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걸 울 파랑이가 보고 글쎄..이상한 공주라고 해서 제가 충격받았어요.
이미 물들대로 물들어버린 사고의 틀에 기절할 뻔했죠.

바람돌이 2006-10-2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정말 그 마지막 모습은 인상적이예요. 어찌 보면 미래소년 코난의 포비 같기도 한 것이.... 멋지죠? ^^
반딧불님/울집 예린이도 공주병은 장난 아니랍니다. 부디 부디 이런 책이 많이 나와서 균형이라도 좀 잡을 수 있었으면 하지요. ^^
 

오늘 아침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바쁘다.
옆지기는 먼저 나갔고,
나는 아이들까지 챙겨서 늘 그렇듯이 시간 빠듯하게 나온다.
아니 나올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젠장......
현관 문이 안열리는거다.

당장 왜인지는 알고 있다.
우리집 자물쇠는 예전에 이 집으로 이사왔을때 열쇠장사하던 후배가 이사 선물로 달아준거였다.
무지 좋은거라고 자랑하면서....

근데 이 열쇠가 이중잠금장치가 안팎으로 있어서,
안에서 이중잠금을 하면 열쇠가 있어도 밖에서 안 열린다.
근데 역으로 밖에서 이중잠금을 해도 안에서 안 열리는 것.
아마도 일반 주택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도둑이 대문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만든게 아닌가 싶은데...

어쨋든 집에 사람이 없이 나갈때는 나도 늘 이중잠금을 한다.
이중 잠금이라고 해봤자 간단하다.
열쇠를 그냥 한 번 더 돌리면 띠리리리~~ 하는 음악이 나오면서 잠기는 것이다.

근데 오늘 아침
집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덜렁이 옆지기가 이중잠금을 하고 나간거다.
그 순간의 황당함이라니....
시간은 흘러가고 완전히 지각이고,
아니 도데체 언제 출근을 할지, 아이 유치원은 보낼 수 있을지....
신경질 짜증 만땅에 딱 미치기 일보직전.

일단 옆지기에게 전화 걸어서 성질 바락바락 내고....
옆지기는 서둘러서 다시 집으로 오고...(그러나 거리가 장난 아니다.)
근데 그 후배한테 들은 얘기가 있어 아래쪽의 아주 작은 구멍안의 장치를 건드려주면 안에서도 열린다고 했던게 생각난다.

그 작은 구멍에 들어갈 수 있은 걸로 바늘, 볼펜, 못 다 쑤셔보다가
결국 예린이 실핀에서 20분만에 성공!
일단 전하해서 오고 있던 옆지기 돌려보내고 숨을 헐떡이며 아이들 할머니집에 데려다 주고(예린이는 밥도 쬐끔밖에 못먹고 가야 했단다.)
나는 당연히 지각!!!

이놈의 옆지기 오늘 완전히 깨갱하고 엎어져 있다.
감히 나에게 컴을 달라는 소리 한 마디 못하고.....

며칠이나 부려먹을까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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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0-2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머 밖에서도 이중잠금이 된다니 신기합니다.
전 그저 디지털 도어록이 최고더만~~ 열 많이 받으셨겠군요. 지금은 풀어지셨죠? 신랑은 주말까지 화이팅입니다~~

바람돌이 2006-10-27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목요일인데 주말은 너무 약하지 않나요? 근데 하는걸로 봐서는 깨갱모드는 오늘 하루로 끝날 것 같습니다. ㅠ.ㅠ 뒤에 들은 얘긴데 이 열쇠 만든사람 망했다더군요. 너무 튼튼해서 추가 주문이 안들어와서리.... 에휴~~

해리포터7 2006-10-2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튼튼한것도 아니되는군요..대체 어떤게 좋은걸까요...근데 정말 황당그 자체였겠습니다..

바람돌이 2006-10-2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커7님/저도 모르겠어요. 요즘 디지털 열쇠도 뭐 이런 저런 문제가 얘기되니.... 그냥 집에 훔쳐갈게 아무것도 없는게 최고겟죠. 뭐 사실 저희집도 들어와봤자 가져갈 것도 없습니다. ^^오래된 고물 가전들 누가 가져가남유? 아 새로 산 디캠이 있군요. ^^

반딧불,, 2006-10-2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지난달에 제가 사무실 문을 잠궈서 보스가 못나오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어찌나 웃었던지..(남의 일이니 이렇습니다..죄송!)

치유 2006-10-2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깨갱...후하하하..
그 아침 얼마나 조바심나고 힘빼셨을까 생각하다가 밑에 가서 웃음보가 터져버림니다..에고 너무 좋은 것도 가끔 힘들게 하는군요..

바람돌이 2006-10-2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그러고도 보스의 보복이 없었단 말입니까? 음..... 훌륭한 보스!!! ^^
배꽃님/아침에 열받고 짜증난건 말도 못합니다. 당연히 깨갱모드가 되야죠. ^^

아영엄마 2006-10-2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너무 튼튼해서 망하는 경우가 생기다니.. ^^;; 그래도 해결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사랑하는 가족이 사는 집을 굳건히 방비하려는 부군의 철통같은 의지를 봐서라도 적당히 봐주셔요... ^^

가랑비 2006-10-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정말 남의 이야기라고 이렇게 웃네요. ^^ 시껍하셨겠어요. 예린이가 점심은 잘 먹기를...

바람돌이 2006-10-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굳건히 방비하기위해 가두다니요. 그런 씰데없는 과보호를...혹시 진짜로 그런 마음 아니었는지 물어봐야겠슴다. ^^;;
벼리꼬리림/예린이 점심이야 유치원에서 먹으니 잘 먹었겠죠. 그리고 가자마자 우유도 하나씩 먹기땜시 사실 괜찮아요. 평소에 워낙 잘 먹으니 한끼쯤 굶어도 상관없고.... ^^;;
속삭인님/친절한 **님이라고 부를래요. 사실 저도 이번에 학예회 사진 찍으면서 이놈의 똑딱이의 한계를 절감! 여기 올린건 그나마 형체를 알아볼수 있는거라죠? ^^ 도움이 정말 많이 돼요. 고맙습니다. ^^

마노아 2006-10-2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보셨어요. 아찔했지만 나중에 재밌는(?) 추억이 될 지두 몰라용... 그치만 지각은 정말 난감했겠어요^^;;;

날개 2006-10-2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부려먹고 말일이 아니죠..
두고두고 잊을만하면 끄집어내는 겁니다...흐흐흐~

바람돌이 2006-10-2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두고 두고 생각하면 열만 뻗치던걸요. 나중에 호호 할머니 되면 재밌을려나요? ㅎㅎㅎ
날개님/두고 두고 잊을만하면 끄집어낸다굽쇼? 그거 제가 무지 잘하는건지 어찌 아셨습니까? 남자들 그럴때마다 기함하고 넘어가던데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