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을로>를 봤어요.

김지수는 지금까지 봤던 어디에서보다 예뻤고,
유지태는 최고로 멋진 웃음과 눈물을 같이 보여주네요.

하지만 맘이 너무 아팠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책없이 자꾸 눈물이 흘러서......

전 별로 감성이 예민한 편도 아니고, 오히려 좀 무딘 편이죠.
그래서 영화보면서 우는 일도 잘 없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이놈의 감성은 슬픔쪽으로만 발달하는 것 같네요.
아마도 제가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겟죠.
어린 시절엔 사실 제 삶이 제일 소중하고 그래서 제 자신이 제일 소중했던 것 같은데....
그런 시절엔 고통엔 좀 둔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누군가의 고통이 느껴지는걸 보면 견디기가 힘들정도로 눈물이 나네요.

소중한 것이 많아져서, 사랑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남들의 고통도 그렇게 같이 느껴지나봐요.
<한국현대사 산책>같은 어쩌면 좀 딱딱한 책을 보면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와 대구지하철을 읽을때 또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은 아이들 수업준비한다고 현대사 영상과 사진 모아놓은 것들을 다시 보면서 편집하고 있는데...
볼때마다 눈물이 나네요.
이러다가 수업하면서 아이들앞에서 우는 건 아닌지....(아! 그건 정말 싫어요)

마음은 너무 아픈 영화인데
영화속 풍경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딱 두군데를 빼고는 다 가본 곳이더군요.
어쩌면 아름다움과 슬픔은 통하는지도 모르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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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10-3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저의 게으름과 착각이 그런 오해까지.... 님의 서재 즐찾도 해놓았는데 그럴리가요. 너무 너무 죄송해요. ㅠ.ㅠ
가을로는 혼자서 보거나 둘이서 보거나 하여튼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우르르 몰려가서 볼 영화가 아닌건 확실해요. 영화의 여운이 참 오래갈 것 같네요.

이매지 2006-10-3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타짜와 라디오스타도 못 보고 있는 ㅠ_ㅠ
지태씨는 이런 역할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봄날의 간다의 상우같은 느낌.
(나름대로 지태씨 팬이라는-_-;)

바람돌이 2006-10-3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일단 제 취향에서는 가을로, 라디오스타, 타짜 순입니다. 가을로가 제일 감동적이예요. 유지태는 정말 어울리더군요. 봄날은 간다의 그 분위기와 거의 비슷해요. 근데 훨씬 성숙된 느낌이랄까 그래요.

가시장미 2006-10-31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네요. 내일 혼자 영화관가서 펑펑 울어버리고 올까요? ^-^

날개 2006-10-3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슬플까봐 겁나서 못보겠어요....ㅡ.ㅜ

조선인 2006-10-3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영화 절대 못 봐요. 광고만 봐도 그곳에서 피어오르던 매캐한 연기가 후각으로 확 살아옵니다. 무서워요. ㅠ.ㅠ

바람돌이 2006-10-3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오랫만에 뵙네요. 그동안 별일 없으셧죠? 옮기신 직장은 이제 다 적응하셧겟네요. 혼자 영화관 가서 보겠다면 이 영화를 권하겠어요. ^^
날개님/너무 슬픈데 그래도 감정을 일부러 쥐어짜지 않는 좋은 영화예요.
조선인님/앗 냄새 알레르기....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직전의 상황을 재현되는 장면에서는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에 또 울었답니다. 영화속에서 엄마손을 꼭 잡고 있는 초등학교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크게 들어오던지.....

하이드 2006-10-3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잠결에 읽었던 책에 나와 있었어요. ' 나이가 들 수록 인생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란걸 알게 된다' 무슨 말인지 완전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왠지 서글퍼지는 말이어서 기억에 남아요.

프랑수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 때문인지, 슬픔.은 왠지 젊은이들.의 몫인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었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도. 지독하게 사랑하고 상처받고 슬플 수 있는 것도 젊은 시절. 젊은 시절에는 그마저 성숙의 양분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슬픔이 쌓인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네요.

삼풍백화점 사고 났을때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사진중 아이를 보듬고 죽어 있는 엄마의 사진이 있었어요. 고등학교때 저희반 친구 이모였답니다. 시인이었는데, 미국에서 살다가 잠시 한국에 나왔다가 아이와 함께 봉변을 당했어요.

이런저런 상념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바람돌이 2006-10-3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한다리 건너라고 하더라도 내 가까이서 그런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있었으면 더 마음이 아플거예요. 오늘도 어제 본 영화의 분위기에서 아직 못벗어나고 있어요. 이런 영화는 오랫만이네요.
슬픔은 전 그냥 만인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 슬픔이 어디를 향하느냐의 문제인것 같아요. 젊으면 젊을수록 슬픔은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이가 들어갈때의 슬픔은 자신보다는 주변의 사랑하는 것들의 고통에 더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뿐.....

sooninara 2006-10-3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꼭 봐야겠네요
아이들과 보기엔 거시기 한가요? 15세 이상 관람가네요.

바람돌이 2006-10-3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린 아이들은 좀 무섭지 않을까 싶은데.... 에고 초등학생의 수준이 감이 안잡히니 잘모르겟어요. 참고로 야한 장면은 없습니다. ^^

클리오 2006-10-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슬픔도 많아진다는 말씀에 공감입니다. 요즘은 뉴스나 그런데 나오는 사람들이야기가 남 이야기같지 않아 저절로 눈물이 나거나, 계속 재현되어 몸서리쳐질 때가 참 많습니다. 마음 아파요...

조선인 2006-10-3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풍백화점 옆에 있는 아파트에 살았더랬어요. 후각의 기억은 정말 오래 가는 듯.

바람돌이 2006-10-3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건 아마도 아이가 생긴다는게 아주 큰 요인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없을때와 있을때 고통을 대하는 마음이 완전히 다르지 않던가요?
조선인님/그러셧군요. 님은 더 많이 아프셨겟어요. 머리속의 기억보다 항상 더 오래 가는게 몸의 각종 감각의 기억들이 맞는것 같더군요.

클리오 2006-10-3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감정이입이 실감나게 되는데,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요.. 흐윽.. 뉴스 클릭 잘못하면 괴로워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10-31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이 물씬 풍겨나는 영화라길래 저도 꼭 보고 싶었어요,
님의 페이퍼 보니 더 그런생각이 드네요,
글구 울지마세요~~~뚜욱!!^^;;

로드무비 2006-11-0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도 아이를 낳고 나서 눈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특히 아이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요.

바람돌이 2006-11-01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게 참 웃기는게 아이가 커갈수록 더 심해집니다그려....
삼순님/사계절의 모습이 담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목처럼 가을 풍경이 주를 이룹니다. 알고보면 대한민국 참 넓습니다. ^^
로드무비님/그쵸? 그래도 다른 이의 고통에 무감해지지 않는게 좋은거 맞겠죠? 그런 눈물이나 마음이 내 자식에게로만 오로지 향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