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를 가겠다고 가겠다고 노래를 부른지 진짜 6주만에 드디어 구룡포를 다녀왔다. 기장에서부터 구룡포가지 31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 하자고 한건 그냥 드라이브만 하면 가능한거였고, 나처럼 가다가 멈춰서 구경하고 사진찍고 뭐먹고 이러는 사람은 이렇게 구간을 3번에 나눠서 드디어 구룡포까지 갔다오게 되는거다.
구룡포는 나에게는 나름 추억의 공간인게 여기를 딱 한번 가봤었는데 그게 고3 겨울방학 때 대입시험치고 결과를 기다릴때였다. 나의 절친이 어느날 가출을 했다. 대입시험을 망치고 엄마랑 싸우다 가출한것. 다른 친구랑 둘이서 이 미친년이 추운 겨울에 어딜 간거야 하면서 걱정을 엄청 하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친구야! 나 집에서 가출해서 구룡포 할머니집에 와있는데 진짜 심심해서 미치겠다. 놀러 좀 와주라" 아 진짜 이게 가출한 애가 할말인가? 그리고 가출을 무슨 할머니집으로 하냐? 하여튼 친구어머니한테 연락은 하고 우리가 애 데려올게요 하고는 구룡포로 갔던게 첫 방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구룡포 도착했을 때쯤에는 우리도 막 들떠서 가출한 애 데려가는거는 나중이고 그냥 막 신나서 여행온 기분으로 즐기려고 했다. 마음은 그렇게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딱 하루만에 내 친구가 왜 우리한테 전화를 했는지 알겠더라.... 아 진짜 너무 너무 심심하다. 바닷가도 가고 동네도 몇바퀴 돌고 그러고 나니까 할일이 아무것도 없네...... 오죽하면 할아버지 짐자전거를 갖고 동네 국민학교 운동장 가서 자전거 연습을 햇을까? 이 때 자전거를 못타는 친구들끼리 궁리하며 배운 바람에 나의 자전거 실력은 아직도 삐뚤빼뚤이다.....
어쨌든 이렇게 나름 추억서린 구룡포를 드디어 갔는데 옛날 모습 하나도 기억 안남. 하기야 기억이 나면 이상한 거겠지? 또 10년전쯤에 지자체에서 이곳에 남아있는 일본인 가옥들을 다시 정비해서 체험공간으로 만들어 나름 핫해지기도 해 이제 구룡포 하면 과메기 말고도 유명한게 생기기도 했다. 아 맞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있구나... 그 드라마 덕분에 더 핫해진 곳이다.
딱 도착하니까 입구에 분식집이 있는데 대게 라면, 대게 내장비빔밥, 대게 어묵 이런걸 파는거다.
구룡포 왔으니까 나중에 물회먹어야지 했는데 그런건 배부를 때 얘기고....
막 출출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유홋을 어찌 버티리.... 내가 사진은 대충 찍었지만(빨리 먹고싶어서....) 요기 대게 메뉴들 다 무진장 맛있었다. 배는 빵빵해지고 기분은 좋아서 행복하게 구룡포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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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제법 많아서 집을 반쪽 밖에 못찍었다. 나머지 오른쪽 반쪽은 똑같으니 상상의 힘으로 붙여 보시길......
일제시대 이곳에 살던 일본인의 가옥을 근대 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주택이 온전하게 보전된 경우가 드문데 군산에 있는 히로쓰 가옥이후 처음인 듯하다.
넓은 정원을 갖추고 이층집으로 넓은 방이 4개씩이나 되는 꽤 큰 규모의 부잣집이다. 이곳을 역사관으로 꾸며 당대 일본인들의 생활모습을 재현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아 진짜 여기 안내판들 어찌나 성의없이 써놨는지 진짜 내가 다시 써주고 싶을 정도. 우리학교 애들 수행평가 내주면 좀 잘쓰는 애들 써오는 수준이다. ㅠ.ㅠ
이 곳 구룡포에 왔던 일본인들은 보통 일본의 가난한 어부들이었고, 그들이 식민지 이주 정책에 따라 한몫잡아보려고 이곳으로 이주해왔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실제로 다들 한 몫 잡았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이곳에 살고 있던 어부들이 어업권을 빼앗기면서 수탈당했던 역사가 있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또 이곳의 일본인들과 조선인들이 함께 만든 문화가 있을 것인데 그런 것들에 대한 조사가 하나도 안된듯 그저 일본인 이주 어민들의 꿈이 실현된 곳 정도로 설명해놨으니 안타까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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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동네 풍광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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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라는 마을 이름은 원래 10마리의 용이 승천하려고 했는데 한 마리가 실패하여 바다에 빠지고 9마리의 용만 승천했다하여 구룡포란다. 뭔가 좀 억지스러운데 그래도 그런 전설을 또 미술가가 받아들여 이런 조형물을 만들어 승천하지 못한 소년을 이렇게 용이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되살려낸다. 그리고 용이의 친구 아라와 함께 구룡포항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조형물을 만들었는데 이 곳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용이의 시점에서 이렇게 구룡포 항구의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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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산책하면서 보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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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바퀴 휙 돌고 다시 일본 가옥거리로 내려와서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우리 동백이의 술집이 실제로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줄 서는 곳이어서 진짜 사람 없을 때 찍는다고 고생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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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옆집 까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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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데 어디서 커피를 마실 것인가 무진장 고민함.
바깥 외관은 아래쪽 사진에 찍힌 집이 더 예뻤거든.....
그래서 밖에서 고민하다가 들어가보기로.... 막상 들어갔더니 아래쪽 사진의 집 내부는 의외로 평범함.
드라마 촬영지 오른쪽 까멜리아의 내부는 아 정말 들어가봐야 한다. 예전 일본인 가옥의 기본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곳곳에 올드한 분위기의 공간들이 보석처럼 숨어있는 곳이다.
일부 공간은 동백서점으로 운영되는데....
책들은 일반 책은 판매하지 않고, 저렇게 포장되어 있는 책들만 판매용 책이다. 포장지에 쓰여진 키워드를 보고 사서 두근거리며 풀어보는 재미가 있는..... 그러나 내게는 맘에 드는 키워드가 하나도 없었고, 다들 약간 베스트셀러의 냄새가 낫다고나 할까? 그래서 서점에 가면 책 한권은 사들고 나온다는 나의 지론을 깨고 여기서는 사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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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페 내부를 돌아 돌아 발견한 보석같은 공간!
아 진짜 여기 너무 예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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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주문한 커피를 놓고 남편이와 둘이서 알콩달콩 다정한척 하며 대화 중.
역시 안타까운건 일회용 커피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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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여기서 뭘 발견했냐 하면 책 좋아하는 알라디너로서 당연히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을 안 살펴볼 수가 없는데,
서가에 채털리 부인도 아니고 차탈리 부인도 아니고 익숙치 않은 차텔리부인의 사랑이 있는거다.
바로 요 책 - 실비아 크리스텔의 아름다운 얼굴이 떡하니 박혀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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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983년 책이다. 와 이 때 책은 번역을 어떻게 했을까 막 궁금해서 열어보는데
옛날 2벌식 타자기 글씨체에 첫페이지부터 오자와 띄어쓰기 오류, 심지어 아래쪽 제목도 틀렸어
책 머리에가 책 리머에로...... ㅎㅎ
그래서 아래 글 뒤에 역자는 <차텔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명심할 것은 온전한 사랑이란 육체와 정신이 결합된 것임을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고 그걸 독자가 알아야 한다고 점잖게 주장하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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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책은 진짜 날림으로 만들어지고 날림으로 번역되었는데 더 놀란건 책 뒤편의 책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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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정가 2,300원. 230원 아님....
아닛 1983년의 2,300원이면 지금 얼마쯤이지? 꽤 큰 돈인거 같은데? 하면서 또 막 계산을 안해볼 수가 없다.
뭘로하지???
아 물가수준은 교통비로....
검색해보니 1983년의 서울 버스비가 120원이고 지금은 1,600원.
요걸로 계산해보니까 물가가 13.3배 올랐고, 저 책값을 계산하면 29,900원 그러니까 그냥 3만원인것.
와 진짜 페이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이 책이 3만원?
게다가 이 때 당시 사람들의 소득수준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으므로 실제 체감 책값은 저 3만원의 2배 정도는 됐을 것이다.
와 우리 나라 책값 진짜 비쌌구나.
지금 책값은 정말 많이 안오른거구나.....
앞으로 책값 비싸다고 투덜거리면 안되겠다가 오늘 얻은 교훈을 얻으면서 오늘 여행 끝! ^^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입구에서 파는 에그 타르트 한 상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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