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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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난 번 봄에 이어 여름을 읽었다.


오늘은 덜 내리쬐었지만 어제는 쩅쨍 내려쬐는 햇빛이 금세 세상을 달구는 통에 꼭 봄이 아니라 여름인 줄 알았다.

봄과 가을은 항상 짧아 아쉽기만 한데 어째 가면 갈수록 더 짧아지는 것만 같다.

지난 가을에 트렌치코트도 거의 입지도 못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었으니깐.

이번 봄에도 얇은 자켓을 마음껏 입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석어호에서 취해 노래하다 石魚湖上醉歌 _원결 元結


석어호는

마치 동정호에

여름물이 불어 군산이 푸른 것 같네

골짜기는 술잔 삼고

호수물은 술연못 삼으니

많은 술꾼들 모래섬에 둘러앉았네

사나운 바람 몇 날 이어지고 큰 물결 일어나도

술배를 막을 수 없네

내 긴 술잔 들고 파구산에 앉아

주위 객들에게 술을 따라 근심을 씻게 하네


石魚湖, 似洞庭, 夏水欲滿君山青. 山為樽, 水為沼, 酒徒歷歷坐洲島.

長風連日作大浪, 不能廢人運酒舫. 我持長瓢坐巴丘, 酌飲四座以散愁.



낙양 사람인 원결은 천보 12년에 진사과에 급제하고 안사의 난 때 강남으로 피난을 갔다.

이 때, 사사명의 반란군을 진압하는데 참여하여 공을 세웠다.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신랄하게 사회를 비판하였으며 정치현실과 백성들의 고통을 반영한 시가 많다.


石魚湖(석어호), 似洞庭(사동정), 夏水欲滿君山青(하수욕만군산청). 山為樽(산위준), 水為沼(수위소), 酒徒歷歷坐洲島(주도력력좌주도).

長風連日作大浪(장풍련일작대랑), 不能廢人運酒舫(불능폐인운주방). 我持長瓢坐巴丘(아지장표좌파구), 酌飲四座以散愁(작음사좌이산수).


만년에 도주자사로 있을 때 지은 시로, 원결은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문을 많이 지었다고 알려진다.

원결의 특징 중 하나가 근체시를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오언고시를 쓰며 질박하고 필력이 굳세다는 점인데 여기서 근체시는 한시의 일종으로 외형률이 엄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를 보면 과장법과 상상력을 동원했음을 알 수 있는데, 몇 자 밖에 되지 않는 연못을 광대한 동정호로 바꾼 점 그리고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을 풍류주객으로 표현한 점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표현력을 보면 단순히 범상한 자연을 아름다운 인문자연으로 바꾸어놓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름밤의 노래 夏夜歎 _두보 杜甫


길고 긴 한낮 해 질 줄 모르고

찌는 듯한 더위 내 마음까지 태우네.

어떻게 만리 부는 바람을 얻어

내 옷 시원하게 펄럭이게 할까

아득한 하늘에 밝은 달이 뜨고

우거진 숲 속으로 희미한 달빛 비치네

한여름 밤 짧기도 하여

창을 열어 바깥 바람 들이네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생각건대, 긴 창을 맨 병사들

한해 다가도록 변경을 지킨다네

어찌하면 한번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무더위에 괴로워하면서도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네

밤 새워 순라 돌며 조두 두드리니

시끄러운 소리 사방으로 퍼지네

청색 자색 관복을 몸에 걸치더라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리

성 북쪽에 구슬픈 호가 소리 들리니

두루미는 소리치며 날개 펴고 빙빙 도네

게다가 또 더위에 지쳤으니

간절히 태평 시절 바라네


永日不可暮, 炎蒸毒我腸.

安得萬里風, 飄颻吹我裳.

昊天出華月, 茂林延疎光.

仲夏苦夜短, 開軒納微涼.

虛明見纖毫, 羽蟲亦飛揚.

物情無巨細, 自適固其常.

念彼荷戈士, 窮年守邊疆.

何由一洗濯, 執熱互相望.

竟夕擊刁斗, 喧聲連萬方.

靑紫雖被體, 不如早還鄕.

北城悲笳發, 鸛鶴號且翔.

況復煩促倦, 激烈思時康.



현대의 신유학자 마일부는 이렇게 평한다.

"두시 <여름 밤의 노래>의 뛰어난 점은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네 구절에 있다. 사물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아래 부분은 긴 창을 둘러멘 병사들의 노고를 흥기시켰으니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다. 자세하게 읽어보면 곱고 낭랑한 음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당시와 송시의 차이점이다."


永日不可暮(영일부가모),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虛明見纖毫(허명견섬호), 羽蟲亦飛揚(우충역비양).

物情無巨細(물정무거세), 自適固其常(자적고기상)

念彼荷戈士(념피하과사), 窮年守邊疆(궁년수변강).

何由一洗濯(하유일세탁), 執熱互相望(집열호상망).

竟夕擊刁斗(경석격조두), 喧聲連萬方(훤성련만방).

靑紫雖被體(청자수피체), 不如早還鄕(부여조환향).

北城悲笳發(배성비가발), 鸛鶴號且翔(관학호차상).

況復煩促倦(황복번촉권), 激烈思時康(격렬사시강).


夏夜歎, 글자 그대로 여름 밤의 탄식이다.

푹 푹 찌는 듯한 여름을 잘 표현한 시로, 더위에 대한 느낌을 병사에게 확장시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대부분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들의 시집만 자주 접할 뿐 따로 중국 한시는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말그대로 중국 당나라의 시를 의미한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로 불렸고 그 당시 시인들은 시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당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매순간 함께 한 그들이기에 계절 또한 그들의 감정에 섬세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어제는 오랜만에 남동생과 데이트 겸 산책을 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쨍쨍한 줄 전혀 몰랐다.

동생은 근래 들어 푹 푹 찌는 날씨라며 커피와 에이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반팔 입고도 더워하는 사람들 보니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금방 여름이 오겠구나 싶었다.

푹 푹 찌는 날씨는 둘째치고 개인적으로 여름 날씨는 습해서 싫다. 꿉꿉함과 습함 자체를 싫어하는데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습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장마는 심하지 않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 쨍쨍한 날씨와 달리 눈물 나는 하루였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조언도, 위로도 받으며 몽땅 흡수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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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이번 주, 추가로 읽은 책들을 담은 책탑이다.

책탑을 담고선 고개를 돌려 책장을 한참 쳐다봤다.

이제야 책장 정리를 3분의 2 정도 마쳤는데 정리하면서 자꾸 헛웃음이 났다.

사실 눈으로 슥 보면 물론 책이 꽤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는데 막상 꺼내 정리하다보니 정말 헛웃음이 날 정도로 많았다는 것이다.

재독하지 않아도 책들은 따로 추리고 정리했는데도 참 많다, 하하핫.

당장 이사가지 않을 거니깐 차라리 마당에 있는 창고를 개조해서 책장을 넣을까도 생각했지만, 상황이 바뀌어 2-3년 내에 이사를 가게 되면 괜히 힘빼는 작업이니 일단 어떻게든 쑤셔 넣어야하나 싶기도 하다.

엄마께서 우스갯소리로 이 책들로 북카페 차려도 되겠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차려도 될 정도의 양이니 나중에 아뜰리에를 차리게 되면 한 켠에는 북카페를 만들어야겠다, 이 책 그대로 옮기면 되니깐.

나머지 3분의 1도 정리해야 하는데, 언젠가 정리할 수 있겠지, 하하핫 ꔷ̑◡ꔷ̑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니콜 슈타우딩거

암 환자들의 대부분이 예고없이 병을 통보받는다.

특히 비로소, 드디어 자신의 삶에 마주한 사람들이 병에 걸릴 때면 곧바로 절망의 순간에 빠져든다.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라는 말과 함께.

저자는 새로운 삶 앞에서 느닷없이 암을 만나 끝내 유방을 절제하고 자궁을 적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였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긍정적인 태도가 어떻게 지금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전하고 있다.



『피에 젖은 땅』 | 티머시 스나이더

역사=벽돌책은 언제나 옳다.

각 나라의 자료들을 통해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성사를 포괄하면서 정치적 대량학살의 ‘진실’에 가장 근접하는 방식으로 한나 아렌트의 말이 담지 못한 실체들, 프리모 레비와 같은 생존자들의 기록 너머에 있는 진실, 히틀러와 스탈린을 떨어뜨려놓고 다뤘을 때 놓치게 되는 허점 등을 보충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거지 부부』 | 박건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이들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 하는 것일 뿐이다.

거침없이 살아도,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며,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이름 짓고 집도 절도 없이 국외를 떠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 저우신위에

“돈을 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인문학과 과학적 분석기법을 통해 돈과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다.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이 담겨있다.



『와인 폴리 : 매그넘 에디션』 | Madeline Puckette, Justin Hammack

차와 관련된 책은 많이 읽어봤지만 와인과 관련된 책은 읽은 적이 없어 순전히 호기심에 의해 이 책, 저 책 찾아보다가 발견한 책인데 와인의 양조, 시음 방법, 서빙 및 보관법 등의 와인 기본 지식부터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찾는 방법까지 나와있어 와인 입문서로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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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책장 정리를 시작했는데 끝이 보이질 않는다.

데려오고 보내고를 그렇게 반복했는데도 정말, 책이 많구나를 다시금 느꼈다.

책 중에서 어떤 책들은 한 번 읽고 끝이긴한데 그 중에서는 재독하는 책들도 있다보니 놔두게 되는 책들도 꽤 된다.

참, 책만큼은 미니멀 라이프가 잘 되질 않는다.

지금도 방 한 켠이 전부 책장인데 몇 년 후에 이사가면 서재만큼은 제대로 꾸미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나저나 책장 정리는 언제쯤 끝이 나려나ꔷ̑◡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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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0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만큼은 미니멀 정리가 안되는 1人!
아메바처럼 끊임없이 증식해나가는 ㅎㅎ
마음의 양식도 아메바처럼 증식 하겠죠 ~*

저도 이사 갈때 방 가득 채운 분량 만큼 처분 했는데
이사 이후에 다시 증식中

하나님 책장 정리 하는것도 운동!
쉬엄 ~쉬엄 |n^ω^|η

하나의책장 2021-04-30 08:27   좋아요 2 | URL
저도요ㅠ 어째 책만큼은 미니멀함을 실천할 수 없는 것 같아요ㅎ 더 늘리지 않겠다고 생각해도 야금야금 늘어나니, 후에 이사갈 때 이걸 어떻게 챙겨가는지도 문제예요😂

새파랑 2021-04-20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은 역시 세워놓는 것보다 쌓아놓는게 더 좋은거 같아요^^

하나의책장 2021-04-30 08:28   좋아요 2 | URL
그죠? 그게 책탑의 매력인 것 같아요ㅎㅎ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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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 앞에서든 개인적인 자리에서든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말실수를 저지른다. _하버드대학 교수 스테판 포스차드


"왜 나는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살면서 이런 후회 한 번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말하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단련되는 능력이다.

다짐만 한다고 해서 절대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말하기 능력 또한 제대로 알고 터득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구체적 상황들을 예시로 들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저자, 리우난은 가오산 교육과학기술원으로부터 고급 강사로 인정받아 활발히 활동했으며 전국 연설대회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았다.

라디오 방송과 대형행사 사회자로 수차례 무대에 섰고 웅변대회와 말하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수많은 학생에게 말하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을 들은 후 전국말하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학생들이 많다.


이 책은 그간의 말하기 교육과 경험, 노하우가 충실하게 담겨 있다. 말재주가 좋은 사람은 모든 일이 더 순조롭게 풀린다. 반면 말재주가 좋지 않은 사람은 말실수로 더 쉽게 친구를 잃거나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뛰어난 말재주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단련된 능력이다.

일상의 사례에 이론과 실천을 결합하여 누구든 배우고 실천한다면 말하기가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끌리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간관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말하기 능력이다.

호소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호감도 또한 높아진다. 우호적인 어감이 친근감을 줘 상대방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쉬운 것 같아도 쉬운 법이 없는, 참 어렵기만 한 것이 인간관계이다.

'친분'있는 관계에 놓여있을 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관계에서 우리는 '거절'도 선뜻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나 거절하고 거절당하는 일이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켜 관계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절'은 난이도가 가장 높은 소통 방식에 속한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교묘하면서도 영리한 기술인 '완곡한 거절'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의 이해를 구하면서 실망과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첫째, 상대의 부탁 이유를 거절 사유로 전환한다.

"경험이 많을텐데 도와주세요."라고 상대가 말할 경우, "도와드리고 싶죠. 제가 이 일을 해본 적은 있긴 하지만, 제 경험이 오히려 속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요하시면, 제가 더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드릴게요."라는 식의 답변을 한다면 부탁한 상대를 배려하고 있음을 드러낼 수 있다.

둘째,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거절을 표한다.

예로서, 상대방이 초대를 했는데 이미 약속이 있어 거절해야 하는 상황일 경우 이런 식으로 답하면 된다.

"초대해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이미 있어서 못 갈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갈게."

처음엔 초대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를 표한 뒤 가지 못하는 이유와 함께 유감을 표하면 된다.

'시간이 없어서 못 갈 것 같아.'의 직설적인 표현보다 훨씬 완화된 표현이니 상대방도 분명 이해해줄 것이다.

셋째, 상대의 감정을 먼저 읽어준다.

부탁을 거절하면 상대방도 상처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할 경우에는 꼭 '진심'을 충분히 표현해야 한다.

넷째, 화제를 돌려 거절을 표한다.

다섯째, 동문서답도 통한다.

여섯째, 여지를 남겼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거절한다.


간혹 실수했지만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혹은 부끄럽고 민망해 변명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관계 악화만 불러일으키기에 더 늦지 않게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산다. 인간관계에서도 분명 실수는 발생한다.

사과라는 것은 잘못을 시정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잘못을 바로잡는 기회는 물론 상대방의 이해를 구하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젯밤,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다가 정말 토할 뻔 했다.

그야말로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은 하늘을 찔러, 기자들이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을 때 당당하게 벗는 그 모습을 전문가들은 분명 "아, 나 지금 완전 멋있는데."라는 환상에 빠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보다가 정말 토할 뻔 했다.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었으니 자신이 그 일을 저질렀음에 대한 인정 또한 없는 것이다.

남녀 가리지 않고 스토킹을 했으니 이런 사이코패스는 분명 사회에 다시 나오면 또 일 저지를 인간, 아니, 짐승이다.




말하는 기술을 익히면 대화가 즐겁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상대방과 관계를 맺는 순간, 대화로 시작하기에 대화에도 기술이 꼭 필요하다.

잘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이 대화인데 이에 서투르면 대인관계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칭찬'은 한 사람의 잠재력과 지혜를 자극한다.

대화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술 중 하나가 칭찬이다.

칭찬은 제때 할 줄 알아야 하며 이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무엇이든지 적당히가 좋다. 이를 넘어간 순간 진심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 칭찬하는 것과 뒤에서 칭찬하는 것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바로 '인사'이다.

언제 인사할까 고민하지 말고 눈을 마주침과 동시에 인사하면 된다. 덧붙여, 그 인사에 관심을 담는 것이 좋다.

인사는 당신의 인상, 사람들과의 관계, 교류와 협력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지 않으면 당신이 그에게 혹은 그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산다. 이런 선입견을 주기 싫다면 당신이 변화해야 한다. 가볍게 "좋은 날입니다."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책에서는 교제, 대화, 감정, 설득, 강연, 토론, 협상, 면접의 상황에서 필요한 대화의 기술들을 빼곡히 담았다.

화술과 관련된 자기계발서는 본인을 위해서라도 꼭 챙겨 읽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잘한다는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는데, 이 또한 '노력'이었다.

난 항상 대화를 나눌 때 매순간 진심을 담아 말한다.

학창시절에는 소설, 에세이에서 터득했던 것들이 전부였지만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화술과 관련된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정독하며 부족한 점을 고치고 보완하였다.

평생을 누군가와 대화하며 살아야 하기에 말하기 기술은 꼭 제대로 터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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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봄을 노래하다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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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약한 빗줄기가 내리고 쌀쌀하면서도 볕은 따뜻하다.

특히, 황사가 하늘을 덮은 것 보니 분명 봄이다.

꽃을 만질 때 라넌큘러스를 많이 들여올 때면 이미 봄이 왔음을 느끼는데, 이제 라넌큘러스가 가고 작약의 시기가 온 것을 보니 여름도 성큼 다가오겠구나 싶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그렇게 한 계절이 찾아오면 그 시기에 맞는 시들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번 봄에 새롭게 읽은 시는 바로 '당시'이다.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絕句 절구 _두보 杜甫


길어진 해에 강과 산은 아름답고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롭네.

언 땅 녹으니 제비 날아 다니고

따스한 모래밭에 원앙 잠들었네.


遲日江山麗, 春風花草香.

泥融飛燕子,  沙煖睡鴛鴦.



처음부터 모르는 시가 나왔으면 분명 어려움도 없지않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첫 시에서 아는 시가 나와 순간적인 안도감이 찾아왔다.

아마 한시를 접해봤다면 두보의 절구는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이라 불리는 두보는 '시성'이라고 불린다.

사회성을 반영한 그의 시는 뛰어난 문장력을 뽐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시를 잘 지었지만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해 방랑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의 시에서 사회 현실에 관련된 감정, 인간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묻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遲日江山麗 (지일강산려), 春風花草香 (춘풍화초향).

泥融飛燕子 (니융비연자), 沙煖睡鴛鴦,(사난수원앙).


절구는 당시 두보가 온갖 곤경을 겪고서 완화계 일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지은 5언 절구 두 수 가운데 첫 번째 수이다.

이 때, 심리적 안정감을 찾은 두보이기에 그가 보는 자연사물에 대해 느끼는 희열감도 남다르다.

전체 시는 대구와 경물묘사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했지만 조탁한 흔적이 없어 독특한 풍격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를 읽을 때는 각각의 경물을 통해 행간에 녹아있는 작자의 감정을 읽어낸다면 읽는 맛이 두배가 될 것이라 저자는 덧붙인다.



春思 그리움 _이백 李白


연 땅 풀은 아직 연푸른데

진 땅 뽕나무는 이미 녹색가지 드리웠네.

그대 돌아올 날 생각하는 날은

첩의 애간장 끊어지는 때.

봄바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하여 비단 휘장으로 불어오나?


燕草如碧絲, 秦桑低綠枝

當君懷歸日, 是妾斷腸時.

春風不相識, 何事入羅幃.



이백은 당나라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 시선이라 불리며 두보와 함께 '이두'라고 병칭된다.

앞서 소개했듯이, 두보의 시는 세상에 집착한 유교적 현실주의시가 주를 이루었는데 그에 반해 이백은 술을 통해 세상을 초월하는 신선의 경지를 노래했다고 한다.

또한, 두보는 수정의 수정을 거듭해 정밀한 시를 썼다고 하는데 이백은 그에 비해 자유롭게 시를 썼다고 한다.


燕草如碧絲 (연초여벽사), 秦桑低綠枝 (진상저록지).

當君懷歸日 (당군회귀일), 是妾斷腸時(시첩단장시).

春風不相識 (춘풍부상식), 何事入羅幃 (하사입나위).


이백이 악부 형식으로 지은 고시이다.

그에게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심리를 묘사한 시가 꽤 많은데 이 시도 그 중 하나이다.

봄바람 부는 어느 날, 마음 다독이며 살고 있는 여인의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소식 없는 낭군 소식에 여인은 그리운 마음에 낭군이 계신 연 땅을 상상한다.

하지만 지금 있는 땅은 무성한 뽕나무 잎에 가지가 눌려 낮게 드리울 정도로 봄이 무르익었다.

그만큼 생각도 깊어지는 나날인데 봄바람은 쉼 없이 불어오니 몹쓸 봄바람이라고 할 수밖에.



아마 대부분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들의 시집만 자주 접할 뿐 따로 중국 한시는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말그대로 중국 당나라의 시를 의미한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로 불렸고 그 당시 시인들은 시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당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매순간 함께 한 그들이기에 계절 또한 그들의 감정에 섬세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봄만을 모은 당시를 쭉 읽다보면 참 신기하게 '봄'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특히나 이 책은 읽고 이해하기 쉽게 풀이되어 있어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내면의 봄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은 꼭 접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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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18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쉬 꽃구경은 하나님 서재방에서 ! 작약 좋아하는 1人 매년 6월이면 간송 미술관 상반기 전시전 회화전 갔었는데 ㅎㅎ 코로나가 끝이 안보이네요 하나님 건강 잘 챙기세요 하나님은 북플계 플로리스트 이쉼 ^@@^

하나의책장 2021-04-19 00:46   좋아요 2 | URL
코로나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요새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간혹 보는데 얼른 끝나길 바랄 뿐이에요ㅠ 정말! 글에서 만난 scott님의 이미지가 작약이랑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제 작약 들여올 때면 scott님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04-18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춘사 좋아하는 시예요
너무 애절해서 가슴이 저며오죠.
당시 삼백수를 꺼내보게 되네요
이밤에 잠못들듯 ^^

하나의책장 2021-04-19 00:49   좋아요 1 | URL
우와, 저도요^^ 그레이스님도 한시 좋아하시나봐요ㅎ 주말이 순식간에 흘러갔네요. 이번 한 주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