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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ㅣ 당시 사계
삼호고전연구회 옮김 / 수류화개 / 2019년 8월
평점 :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난 번 봄에 이어 여름을 읽었다.
오늘은 덜 내리쬐었지만 어제는 쩅쨍 내려쬐는 햇빛이 금세 세상을 달구는 통에 꼭 봄이 아니라 여름인 줄 알았다.
봄과 가을은 항상 짧아 아쉽기만 한데 어째 가면 갈수록 더 짧아지는 것만 같다.
지난 가을에 트렌치코트도 거의 입지도 못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었으니깐.
이번 봄에도 얇은 자켓을 마음껏 입기도 전에 여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저자, 강민우, 권민균, 김자림, 서진희, 차영익은 삼호고전연구회로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졸업생이 주축이 되어 2010년부터 중국 고전을 현대인의 독법에 맞게 번역하고 그 의미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석어호에서 취해 노래하다 石魚湖上醉歌 _원결 元結
석어호는
마치 동정호에
여름물이 불어 군산이 푸른 것 같네
골짜기는 술잔 삼고
호수물은 술연못 삼으니
많은 술꾼들 모래섬에 둘러앉았네
사나운 바람 몇 날 이어지고 큰 물결 일어나도
술배를 막을 수 없네
내 긴 술잔 들고 파구산에 앉아
주위 객들에게 술을 따라 근심을 씻게 하네
石魚湖, 似洞庭, 夏水欲滿君山青. 山為樽, 水為沼, 酒徒歷歷坐洲島.
長風連日作大浪, 不能廢人運酒舫. 我持長瓢坐巴丘, 酌飲四座以散愁.
낙양 사람인 원결은 천보 12년에 진사과에 급제하고 안사의 난 때 강남으로 피난을 갔다.
이 때, 사사명의 반란군을 진압하는데 참여하여 공을 세웠다.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 신랄하게 사회를 비판하였으며 정치현실과 백성들의 고통을 반영한 시가 많다.
石魚湖(석어호), 似洞庭(사동정), 夏水欲滿君山青(하수욕만군산청). 山為樽(산위준), 水為沼(수위소), 酒徒歷歷坐洲島(주도력력좌주도).
長風連日作大浪(장풍련일작대랑), 不能廢人運酒舫(불능폐인운주방). 我持長瓢坐巴丘(아지장표좌파구), 酌飲四座以散愁(작음사좌이산수).
만년에 도주자사로 있을 때 지은 시로, 원결은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문을 많이 지었다고 알려진다.
원결의 특징 중 하나가 근체시를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오언고시를 쓰며 질박하고 필력이 굳세다는 점인데 여기서 근체시는 한시의 일종으로 외형률이 엄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를 보면 과장법과 상상력을 동원했음을 알 수 있는데, 몇 자 밖에 되지 않는 연못을 광대한 동정호로 바꾼 점 그리고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을 풍류주객으로 표현한 점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표현력을 보면 단순히 범상한 자연을 아름다운 인문자연으로 바꾸어놓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름밤의 노래 夏夜歎 _두보 杜甫
길고 긴 한낮 해 질 줄 모르고
찌는 듯한 더위 내 마음까지 태우네.
어떻게 만리 부는 바람을 얻어
내 옷 시원하게 펄럭이게 할까
아득한 하늘에 밝은 달이 뜨고
우거진 숲 속으로 희미한 달빛 비치네
한여름 밤 짧기도 하여
창을 열어 바깥 바람 들이네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생각건대, 긴 창을 맨 병사들
한해 다가도록 변경을 지킨다네
어찌하면 한번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무더위에 괴로워하면서도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네
밤 새워 순라 돌며 조두 두드리니
시끄러운 소리 사방으로 퍼지네
청색 자색 관복을 몸에 걸치더라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감만 못하리
성 북쪽에 구슬픈 호가 소리 들리니
두루미는 소리치며 날개 펴고 빙빙 도네
게다가 또 더위에 지쳤으니
간절히 태평 시절 바라네
永日不可暮, 炎蒸毒我腸.
安得萬里風, 飄颻吹我裳.
昊天出華月, 茂林延疎光.
仲夏苦夜短, 開軒納微涼.
虛明見纖毫, 羽蟲亦飛揚.
物情無巨細, 自適固其常.
念彼荷戈士, 窮年守邊疆.
何由一洗濯, 執熱互相望.
竟夕擊刁斗, 喧聲連萬方.
靑紫雖被體, 不如早還鄕.
北城悲笳發, 鸛鶴號且翔.
況復煩促倦, 激烈思時康.
현대의 신유학자 마일부는 이렇게 평한다.
"두시 <여름 밤의 노래>의 뛰어난 점은 '밝은 달빛 한 가닥 비추니 밤벌레들 날개 펴고 날아다니네. 세상 만물은 크건 작건 편안하려고 하는 것이 본 모습이라네.' 네 구절에 있다. 사물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했다. 아래 부분은 긴 창을 둘러멘 병사들의 노고를 흥기시켰으니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다. 자세하게 읽어보면 곱고 낭랑한 음조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당시와 송시의 차이점이다."
永日不可暮(영일부가모), 炎蒸毒我腸(염증독아장).
安得萬里風(안득만리풍), 飄颻吹我裳(표요취아상).
昊天出華月(호천출화월), 茂林延疎光(무림연소광).
仲夏苦夜短(중하고야단), 開軒納微涼(개헌납미량).
虛明見纖毫(허명견섬호), 羽蟲亦飛揚(우충역비양).
物情無巨細(물정무거세), 自適固其常(자적고기상)
念彼荷戈士(념피하과사), 窮年守邊疆(궁년수변강).
何由一洗濯(하유일세탁), 執熱互相望(집열호상망).
竟夕擊刁斗(경석격조두), 喧聲連萬方(훤성련만방).
靑紫雖被體(청자수피체), 不如早還鄕(부여조환향).
北城悲笳發(배성비가발), 鸛鶴號且翔(관학호차상).
況復煩促倦(황복번촉권), 激烈思時康(격렬사시강).
夏夜歎, 글자 그대로 여름 밤의 탄식이다.
푹 푹 찌는 듯한 여름을 잘 표현한 시로, 더위에 대한 느낌을 병사에게 확장시켜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대부분 관심이 없지 않는 이상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나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들의 시집만 자주 접할 뿐 따로 중국 한시는 접한 기억이 거의 없다.
당시는 말그대로 중국 당나라의 시를 의미한다. 당나라는 시의 나라로 불렸고 그 당시 시인들은 시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섯 글자, 일곱 글자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
당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매순간 함께 한 그들이기에 계절 또한 그들의 감정에 섬세한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이구나를 느꼈다.
어제는 오랜만에 남동생과 데이트 겸 산책을 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쨍쨍한 줄 전혀 몰랐다.
동생은 근래 들어 푹 푹 찌는 날씨라며 커피와 에이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벌써 반팔 입고도 더워하는 사람들 보니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금방 여름이 오겠구나 싶었다.
푹 푹 찌는 날씨는 둘째치고 개인적으로 여름 날씨는 습해서 싫다. 꿉꿉함과 습함 자체를 싫어하는데 이번 여름은 또 얼마나 습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장마는 심하지 않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 쨍쨍한 날씨와 달리 눈물 나는 하루였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조언도, 위로도 받으며 몽땅 흡수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어서, 따뜻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