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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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머니가 있었기에 이순신이 있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모친 변씨는 이순신의 기둥이었고, 하늘이었다.


이순신과 관련된 위인전 한 권쯤은 누구나 읽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마치고 이순신과 관련된 책을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은 이순신의 모친이었던 초계 변씨의 인물을 담은 이야기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의 세계에 빠져들게 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저자, 윤동한은 한국콜마(주) 회장이다.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내고, 1990년에 한국콜마를 설립하여 화장품과 제약업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2014년 다산경영상(창업경영인 부문)과 국민훈장 동백장, 2018년 한국능률협회가 제정한 ‘한국의 경영자상’, 2019년 언스트앤영(EY) 최우수 기업가상을 수상하였다.

역사와 인문학을 접목한 창업 경험과 경영을 바탕으로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2016)를 출간했다. 2018년에는 목화씨를 들여온 고려인 문익점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인으로 해석하여 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기업가 문익점』을 출간했고, 이어서 2019년에는 역사경영에세이 두 번째 시리즈로 이순신의 곁을 지키며 임진왜란 극복을 위해 80세에도 현역으로 참전한 영웅 정걸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80세 현역 정걸 장군』을 펴냈다.




Ⅰ 이순신 그리고 그의 모친 초계 변씨


초계 변씨는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서울 건천동에서 낳았다.

지금의 충무로 근처로, 이순신이 서울 태생임을 알 수 있다.

1545년 음력 3월 8일, 양력으로 치면 4월 28일이다.


순신의 아버지 이정은 초계 변씨와의 사이에서 희신, 요신, 순신, 우신을 낳았다.

서울 건천동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이순신은 어린 시절부터 그야말로 사내 대장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주변 인물들의 기록물을 살펴보면 이순신의 모습은 꽤 다양하게 평했지만 언제나 골목대장이었고 공부보단 전쟁놀이를 더 좋아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순신의 모친인 변씨도 자제력있고 온순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 순신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학문하는 자세도 좋고 집중력이 뛰어나니 과거까지 갈 수 있게 준비해야겠어. 그런데 이 아이는 얼마나 활동적인지, 아무리 봐도 외조부를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무과 급제도 좋겠지. 잘 지켜봐야겠어."


모친 변씨는 둘째 요신에게 승보시를 보게끔 하려고 동학에 보내고 순신을 서당에 보냈었다.

맏아들 희신은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동학을 다녔다는 기록은 없다. 그럼에도 본가를 지키고 부모를 훌륭히 봉양했던 것이 바로 맏아들 희신이었다.

모친 변씨는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잃은 아픔이 있어 남은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잃지 않기 위해 애썼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순신이 정읍 현감으로 발령났을 때도 모든 식솔을 이끌고 정읍으로 이주했을 정도였으니깐.

이렇듯 이순신이 가족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배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Ⅱ 모친 변씨, 이순신의 기둥으로 스승이 되다


아버지 이정은 직함은 있었으나 벼슬에 나가지는 못했었다. 2대째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니 가문이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모친 변씨가 고단했던 서울살이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 아닐지 추측하고 있다.

지금도 모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은 수도권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방이 아닌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마찬가지로 아들들을 출세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조건에 부합한 지역이 서울이었지만 이전에 집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몰락한 가문이라는 평판도 지우고 싶었을 것이다.

모친 변씨가 서울을 떠나 아산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산 시곡이 변씨 가문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을 되짚어보면, 처음부터 이순신은 무인의 핏줄이 흐르고 있음을 외가쪽에서 알아봐주었다고 한다.)

모친 변씨는 순신이 급제하고선 변방을 돌아다닐 때 꿋꿋하게 가문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철저한 재무관리를 통해 집안을 다시 일으켰다고도 전해진다.

이순신의 꼼꼼하고 청렴한 그리고 독립적인 재무 능력 또한 모친 변씨에게 물려받았을 것이다.

이후, 둘째인 요신이 병사하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었다. 그리곤 첫째 희신마저 사망하게 되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집마저 불에 탔다고 한다.

아득한 슬픔과 어려움이 연달아 닥치는데도 그녀는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으니 현실을 순응하며 좌절하거나 부정하지도 않고 오롯이 다시 일어설 생각만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독립심과 대쪽같은 성격을 그대로 받았기에, 이순신은 청렴한 공직자가 될 수 있었다.



Ⅲ 모친 변씨, 결국 이순신을 만나지 못하다


이순신이 파직당하고 의금부에 하옥되었을 당시, 모친 변씨 또한 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들의 마지막 희망이자 기둥이었음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변명하지 않는 아들이다.

의금부에서 고문을 당해 죽으면 죽었지,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아들이다.

노환으로 병중에 있던 그녀는 아들의 대쪽같은 성격을 알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향한다. 그녀의 나이, 여든셋이었다.

"내가 죽고 아들이 살아야 한다면 마땅히 죽겠다."

모친 변씨는 막내인 우신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뱃길에 오르게 된다.

사실 모두가 말렸었다.

음력 2, 3월에는 배를 띄우지 않는다. 바람이 제멋대로 불 뿐더러 물길도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신을 향해 험난한 길을 나섰지만 법성포 앞바다를 지나면서 게바위까지 왔으나 도착 직전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순신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4월 11일 맑다.

새벽꿈이 매우 어지러워 다 말할 수가 없다. 덕을 불러서 대략 말하고 또 아들 울에게 이야기했다.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이 무슨 징조인가!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는 줄도 몰랐다. 종을 보내어 소식을 듣고 오게 했다. 금부도사는 온양으로 돌아갔다.


4월 12일 맑다.

사내종 태문이 안홍량에서 들어와 편지를 전하는데, "어머니께서는 숨이 곧 끊어질 듯합니다. 초9일에 위·아래 모든 사람이 모두 무사히 안홍량에 도착하였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법성포(영광군 법성면 법성리)에 이르러 배를 대어 잘 적에 닻이 끌려 떠내려가서 배에 머물며 엿새나 새로 떨어져 있었으나 탈 없이 만났고 무사합니다"라고 했다. 아들 울을 먼저 바닷가로 보냈다.


4월 13일 맑다.

일찍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니를 마중 가려고 바닷가로 가는 길에 흥찰방 집에 잠깐 들러 이야기하는 동안 아들 울이 종 애수를 보내면서 "아직 배 오는 소식이 없다"고 하였다. 또 들으니, "황천상이 술병을 들고 변흥백의 집에 왔다"고 한다. 흥찰방과 작별하고 변흥백의 집에 이르렀다. 조금 있으니,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를 전했다. 뛰쳐나가 가슴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늘이 캄캄했다. 곧게바위(아산시 염치읍 해암리)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애통함을 다 적을 수가 없다. 뒷날에 대강 적다.


4월 19일 맑다.

일찍 나와 길을 떠났다. 어머니 영전에 하직을 고하며 울부짖었다. 천지에 나 같은 사정이 어디 또 있으랴!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조카 뢰의 집에 이르러 조상의 사당 앞에서 아뢰었다. 금곡(여ㅕㄴ기군 광덕면 대덕리)의 강 선전의 집 앞에 이르니 강정·강영수 씨를 만나 말에서 내려 곡했다. 그 길로 보산원(연기군 광덕면 보산원리)에 이르니, 천안군수가 먼저 냇가에 와서 말에서 내려 쉬었다 갔다. 임천군수 한술은 중시 보러 서울로 가던 중에 앞길을 지나가다 내가 간다는 말을 듣고 들어와 조문하고 갔다. 아들 회·면·울, 조카 해·분·완과 주부 변존서가 함께 천안까지 따라 왔다. 원인남도 와서 보고 작별한 뒤에 말에 올랐다. 일신역(공주시 장기면 신관리)에 이르러 잤다. 저녁에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위인전 세트를 선물로 받았었다.

중간 중간 그림은 첨부되긴 했지만 거의 글로만 이루어진 책이기에 굉장히 지루할 법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성장과정을 시작으로 업적을 이루기까지의 모든 것을 읽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 한 켠에는 풍만함이 가득했었다.

그 때를 시작으로 역사책에 푹 빠졌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며 전권을 열 번도 넘게 재독했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쯤 사촌동생에게 물려주기 위해 여의도에서 만나 건네줬었는데 잃어버렸다고 한다;

벚꽃구경을 더 한다는 말에 우리집은 먼저 출발했었고 사촌동생네는 조금 더 있다 간다고 했었는데, 트렁크를 정리하다가 깜빡 잊고 길에다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다시 가보니 이미 사라진 후였다고 한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다시 그 전집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출판사나 위인전 시리즈 이름이 기억나질 않아 결국 찾는데 실패했고 지금도 그 위인전이 가끔씩 생각난다.

위인전 전집 중 나에게도 베스트 5가 있었다.

「세종대왕」, 「장영실」, 「유관순」, 「이순신」, 「신사임당」이 그 주인공이다.

실제로 이 다섯 인물의 책은 열 번이 아닌 수십 번은 읽고 또 읽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쓰라고 하면 무조건 다섯 분의 이름을 남겼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이었기에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았으나 이순신에 대한 인물의 성장과정이나 업적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사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세세하게 다루지를 않으니 「징비록」 등 여러 책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순신 어머니'에 초점을 맞춘 책이 눈에 띄게 되어 얼른 하나의 책장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한석봉도 어머니에게 큰 가르침을 받았듯이, 이순신 또한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많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친 변씨가 얼마나 자식에게 큰 사랑과 가르침을 주었는지 눈에 선했다.

프로그래밍의 힘이라는 한 영상이 있었다. 부자가 부자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자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부자들의 자식은 그 어떤 실패를 해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한 자의 자식은 실패를 맛보면 금방 좌절하게 된다고 한다.

무슨 차이일까? 무의식적으로 입력된 프로그래밍의 차이였다.

부모가 자식에게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과 행동이 자식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참 보람차다! 내일을 위해 또 힘내야지!'

'오늘 하루 참 힘들다. 온몸이 쑤신다. 돈은 도대체 언제 모을 수 있는 거냐.'

의식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은 의식하고 있기에 내뱉기 전에 머릿속에서 수정할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은 그간의 행실이 쌓고 쌓여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과 행동마저 훌륭했던 인물, 이순신의 모친인 변씨가 딱이지 않는가!


어머니가 있었기에 이순신이 있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모친 변씨는 이순신의 기둥이었고, 하늘이었다.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문득 읽다가도 어떻게 이런 세세한 자료를 구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책을 읽기 전, 저자와 목차를 읽는 습관이 있는데 저자의 이력이 참 독특했었다.

후일담에 따르면 턱없이 부족한 자료로 인해 집필을 멈추기도 했었다는데 참 대단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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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휘명 지음 / 히읏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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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달랐다.

설레고 애틋했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여느 연인들처럼 이별을 맞았다.

그 후, 우연히 예전에 사용했던 휴대폰을 켜게 된다.

그리곤 우연히 보게 된 메시지함에 있는 글자 하나하나가 다시금 서로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저자, 오휘명은 남에게 어떻게 불리고 어떤 걸 해줄 수 있고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해왔다.

그리고 요즘은 그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막연한 응원과 위로, 거짓 없는 대화를 좋아한다.

쓴 책으로 『그래도 사랑뿐』, 『서울사람들』, 『AZ』, 『곁』, 『당신이 그 끌림의 주인이었습니다』 등이 있다.




그녀, 성하


문득 제법 괜찮은 여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찬 바람 부는 아침 출근길에도 핫초코보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았고, 상의와 하의의 색상을 어떻게 맞춰서 입어야 하는지도 매우 잘 알게 됐다. 풋내가 날 것 같이 목선이 다 드러나도록 짧았던 머리카락도 이젠 어깨에 넉넉하게 닿는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내가 그토록 바랐던 어른의 삶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제법 성숙한 사람이 됐다고 여겼지만, 이렇게 현명치 못한 선택으로 괴로워할 때면, 아직도 어느 부분은 어린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 시간이면 집안에 혼자. 옛날처럼 홀로 어딘가를 떠돌지도 않았다. 몇몇 친구는 벌써 결혼까지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애인 한 명쯤은 옆에 달고 다녔다. 죽을 만큼 부럽다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가끔 알 수 없는 기분이 되긴 한다. 그녀들을 만날 때면 그녀들은 늘 애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곤 했다. 그리곤 이전엔 들어본 적 없었던 찡찡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게 부럽다기보단, 묘하게 위장 아래쪽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 들어 버티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그게 부러움이었을까.



그, 효빈


미국 출입국신곳서를 반납하고 나서야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 년 만이었다. 순전히 취업을 위해 회사에 제출한 영어능력시험의 (얼떨결의 고득점)성적표였지만, 그것 때문에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내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영어는 철저히 읽고 쓰기에만 특화되어 있었다는 것도 이 땅을 밟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 나는 업무를 마치면 곧바로 아주 좁고 낡은 아파트로 향했고, 도중에 중식당에 들러 볶음면 따위를 포장했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중국인이 된 것만 같았다.


도착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를 생각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내게만큼은 아니었다.

많은 것이 바뀌어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 자신도 참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잊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다. 막막했다. 섬 또는 미아가 된 기분이 이것과 비슷할까.


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라 끊임없이 물결치는 목록을 바라보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가진 사람이고, 어떤 것을 겪은 사람이었나?'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목록의 꾸준한 흐름과는 반대로 나의 의식은 별안간 정체되어, 스스로의 물음에 대해 그 무엇도 확실히 대답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나의 몸이랄지 머리 어딘가가 뻥 뚫려있어, 스스로가 누락된 자료가 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메세지



성하 근사해라.


그리고 나는 그 도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돼.

널 생각하고 추억하는 일은

끝이 없이 쌓여만 있어.

그리고 바쁘게 그것들을 해내고 나면,

나는 다시 너에게서 비롯된 여가활동을 하곤 해.

예를 들면 너와의 이런 메시지들은

너의 문학이 되고

내가 몰래 찍은 네 옆모습은

너의 미술이 되는 거야.

네게 전화를 걸면 들려오는 것은

너의 음악이 되는 거고.


성하 오늘은 음악 들으면서 잠들겠네.


맞아, 그리고 그 음악에는

끝이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끝이 없는 음악도,

영원히 죽지 않는 도시도 있다고 믿어.


성하 그래, 그 도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너고.

지금도 바쁘시겠어요. 귀여워라.


할 일이 산더미야.

이따가 음악 꼭 들려줘.

보고 싶어, 깊숙이.



효빈 뭐야, 만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여전히 귀엽네.

어쨌든 조심히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미 얼굴 보고 사과한 거지만,

아까 한 말은 정말 미안해.

실수였어. 상처 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괜찮아. 나도 너 따라서

무시무시한 말을 했는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유별나고

모난 구석이 많은 사람이라서

연인 사이=서로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자주 서로에게 조그만 상처를

내는 관계라고 생각하거든.

아까도 우리가 서로를 너무 아껴서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상처를 낸 거라고 생각해.


효빈 매일 나보고 '로맨티시스트 씨'라고 하더니,

정작 네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말을 하고 있네.

그 말 마음에 들어.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마음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상처가 지나간 후엔 다시 그 상처를

서로 핥아주는 동물들인가 봐.

지금처러 미안해하고, 다시 소중히 여기고.




며칠 전, (한국에서)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 모두들 TV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의 순간 하나하나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을 것이다.

'사랑'은 참 예쁜 단어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물론 남이 전해주는 연애 이야기마저 언제 들어도 참 몽글몽글하니깐.

『메시지를 입력하세요』 또한 그랬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달랐다.

설레고 애틋했지만 결국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여느 연인들처럼 이별을 맞았다.

그 후, 우연히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무심코 켜게 되었다.

자연스레 들어가게 된 메시지함.

그곳에는 뜨겁고도 애틋했던 사랑만이 가득했었다.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니 지난날의 열렬한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내 그리워하게 된다.

그렇게 성하와 효빈은 서로를 그리워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 나는 너를 아직도 깊숙이 보고 싶어 해. "


연애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나 첫사랑도 겪어 봤고 간질간질한 사랑도 겪어 봤고 애달픈 사랑도 겪어 봤었다.

첫사랑, 대부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첫'사랑인만큼 순수하고 예쁘게 그리고 열렬하게 사랑했었는데 몇 번의 엇갈림 끝에 결국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리곤 몇 번의 사랑을 거친 후에 또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연애하는 내내 영원할 줄만 알았던 사랑은 결국 다름과 오해로 인해 끝이 나고 말았지만, 사랑과 관련된 책을 보면 그 사랑과 첫사랑이 떠오르긴 한다.


오랜 기간동안 연애하며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결혼 앞에서 이별을 택하고 오히려 짤막하게 만났지만 특별한 끌림에 의해 곧장 결혼한 이들도 꽤 많다.

참, 사랑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쉬우면서도 어렵다.

그래도 거쳐가는 사랑에서 배우는 게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책 속에서, 성하가 직장 후배인 나윤에게 해준 말이 있다.

"내 생각엔 대화를 조금 해보는 게 좋겠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말이야. 둘은 너무 잘 맞고, 어떻게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정도로 이상적인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역지사지라는 말도 있잖아.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역지사지를 누구보다 잘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야. 상대방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걸 잘 알아낼 수 있으니까."

"실제로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의 언덕을 오르는 사람 중 그 누구도 힘을 들이지 않고 그것을 오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무서운 것도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나윤 씨는 지금 용기가 필요해.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가 안아줄 용기가. 그건 그 사람 역시 마찬가지고. 일단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


다양한 인생사 속에 살고 있으니, 나 혹은 주변 누군가가 성하와 효빈일 수도 있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달랐던 그들이었다.

맞는 것이 없었다. 달랐다. 모든 것이 달랐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도 알았지만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알파벳 Z의 다음은 A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다시금 서로를 안아주게 되었다.

연인이든, 부부든 마찬가지다.

알파벳 Z의 다음은 A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은 인정해 준다는 것, 또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커다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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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2 19: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연애와 너무 멀어져서인지 ㅠㅠ 연애소설 안 읽은지 정말 오랜거 같아요. 맨날 달콤한 연애뒤엔 음모가 도사리는 이런 것만 봤더니 ㅎㅎ 뭔가 리뷰도 달콤합니다 하나의 책장님 *^^*

하나의책장 2022-06-27 15:56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읽어본 연애소설이었어요! ㅎㅎ
저도 미니님처럼 로맨스가 곁들어져 있지만 음모가 있는 소설들을 주로 읽었었거든요☞☜

scott 2022-04-17 1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의 웹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ㅎ^

코로나로
연애도
모든 것이 전과 달라진 세상인 것 같습니다 ^^

하나의책장 2022-06-27 16:00   좋아요 1 | URL
정말요! 마지막 연애가 딱 코로나 전이었거든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 연애의 마침표를 찍었었는데 코로나가 딱 터지고나선 집에만 있다보니 연애라는 것이 조금은 멀게 느껴져요.
함께 했을 때도 좋았지만 혼자 있을 때의 즐거움이나 편안함을 알아버려서, 지금은 혼자인 상태가 참 좋아요^^
 
착한 여자가 더 상처받는다
라이이징 지음, 신혜영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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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문득 조그마한 불화가 생긴다면 곧장 생각하게 된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내가 어느 부분에서 잘못을 저질렀을까?'

나의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상대방은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예의와 존중이 중시되는 관계라면 상관없지만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위치를 '을'로 만든다면 마냥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놔도 좋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실제 정신과 의사가 상담했던 다양한 사연들을 다루었으며 사연에 대해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것까지 담겨 있다.


저자, 라이이징은 정신과 전문의, 공중보건석사, 의학박사이다. 의학센터 주임을 맡았고 여러 차례 의술 연구를 진행했다.

국제 학술 간행물에 논문 열 편을 기고했고, 현재 개업하여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문과적 뇌로 이과적 사고 훈련을 받았으며,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결혼 경험이 의사 경력보다 3년이 적다. 일만 많고 낭만 같은 것은 잘 모른다.




Ⅰ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엄마'라는 짐을 내려놓다


♠ 사연 | 효도는 아들의 책임이지 며느리의 의무가 아니다


시부모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역시 그냥 순순히 따르는 게 모두가 편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감정 없는 로봇으로 만들어갔다.


그녀는 결혼 전에 친정에서 정말 행복했다. 오히려 결혼 후 시집에서의 노동이 힘들었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아내와 며느리로서 여러 역할을 해야 했고 거기에 회사까지 다녀야 했으므로 그녀는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야말로 남편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내 부모님이야, 당신 부모님이야?

비록 시어머니의 친구분이 '정말 훌륭한 며느리야'라는 말을 남기긴 했으나 '친정에서 그러고 살다가 이렇게 좋은 집으로 시집왔으니 당연히 감사하며 살아야지'라는 노골적인 눈빛에 그녀는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한 번씩 그녀가 옆에 있는 것을 잊었는지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꾸만 그녀의 친정을 흉봤다. 마치 그녀가 결혼을 통해 고통에서 구제된 것처럼 말했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은 결혼 후의 삶이 쉽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왜 결혼 후에 남자의 생활은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걸까. 남자들은 결혼 후에도 전과 다를 것 없이 쉽고 편하다. 그런데 왜 여자는 시집에도 적응해야 하고 시집 식구들의 요구사항에도 따라야 하며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평가까지 받아야 할까.


과거에 여성이 약했던 것은 경제 문제에서 기인한다.

남편은 결혼 후 집을 떠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아들로 살았다. 거기에 아내가 성실한 사람인 덕분에 '효도는 남에게 맡기고' 본인은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살았다. 책임감도 떠넘기고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까지 저버렸다.

균형을 잃은 관계는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부모는 특권을 가졌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서로 '존중'해야 그 관계가 오래간다.


시부모님을 남편의 부모라고 생각하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잘 지낼 수 있다. 효도는 남편의 책임이지 그녀의 의무가 아니다.

나의 노력과 희생에 묻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위 사연과 마찬가지로 맞벌이인 경우) 남편과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원래 가족도 아니었던 며느리도 함께 살면 가사를 분담해야 함을 아는데, 아들로서 당연히 아들의 역할과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아닌가.

남자들이 자신의 부모 앞에서는 입을 닦을 수 있어도 아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부모는 아들이니까 받아주지만 아내는 그냥 넘어가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너무 말을 잘 들으면 자아를 잃을 수도 있다.



▶ I think …


딸처럼 예뻐해주시는 시부모님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일부일 뿐이다.

처음엔 새식구이기에 잘해줄 순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점차 흐를 수록 느끼게 된다.

결국 시부모님에게 남편만 자식일 뿐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Ⅱ 나의 원칙을 지키면서, 상처받은 나를 사랑으로 감싸 주자


♠ 사연 | 은혜에 보답하라는 형의 강요에 그는 반드시 싫다고 말해야 한다


한 남자가 오랜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에 오게 되었다.

건장한 체격이지만 두 눈은 실핏줄이 터졌고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상담 내내 아무 일 없다고만 하면서 수면제만 처방받으려고 했던 그가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섯 형제 중 막내였던 그가 태어났을 때 첫째 형은 거의 어른이었다.

고 3이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형제 중 가장 먼저 결혼한 큰형과 큰형수는 돈에 예민했고 둘째 형네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넷째, 다섯째 형들은 스스로 돈을 벌고 있었으며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막내는 아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돈이 필요할 때면 형들의 잔소리를 번갈아가며 들어야 했다.

명절 때는 형수들까지 잔소리를 보태니 여자친구 집으로 피신해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급하게 결혼이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나무라지 않고 차분히 새식구를 맞아들였지만 형과 형수들은 아버지 돈으로 장가간다고 비꼬았고 새로 식구가 된 그의 아내를 탐탁치 않아했다.

나이차가 워낙 큰데다 대꾸할 능력도 없다보니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로 인해 부부가 매우 힘들어했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분가였다.

하지만 본가에 혼자라도 내려가면 형과 형수들의 잔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가족 단톡방에서는 막내가족을 향해 온갖 비난과 조소가 가득했다.

아버지는 뵙고 싶지만 형들의 잔소리에 전화마저도 못하자 결국 그는 불면증까지 생긴 상태였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형과 형수는 부모가 아닌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부모처럼 행동하고 있다.

덧붙여, 금전문제에 가장 예민한 첫째와 둘째가 가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키워준 은혜를 갚아야 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요?"

"당연히 부모님이죠!"

"형들은요?"

"제가 어릴 때 형들은 학생이었어요.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같이 놀지도 않았고 온전히 부모님께서 저를 케어해주셨죠. 그리고 형들도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지원해주셨어요."


나보다 윗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진심으로 무엇을 해준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예의로 존중해드리는 것으로도 할 도리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베푼 것도 없으면서 '도덕심'을 무기 삼아 자기 대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우리가 다 상대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고수해야 하는 원칙이고 중심이다.

그에게 중요한 사람은 아버지이자 돌봐야 하는 대상은 아내와 아이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무리 혈육이고 연장자라 할지라도 '남'이라고 봐야 한다.



▶ I think …


남자든, 여자든 실제 형제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새겨야 할 말은 무엇일까?

그들이 마음대로 말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듯이, 당사자 또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을 권리가 있다.

위 사연처럼 톡방에서 비난하는 말을 받았을 때 당사자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그들이 원맨쇼하듯이 내버려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아예 신경쓰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연락을 끊고 차단하면 된다.

잔소리는 듣기 싫은데 전화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화는 받되 잔소리나 비난이 시작된다면 휴대전화를 옆에 내려놓고 본인 할 일만 하는 현명함도 장착해야 한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다.

특히 연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도 널리고 널렸다.

담담하게 돌아보며 생각해야 한다.

혹시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그 사람에게 어떤 빚을 진 게 아닌지.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면 무시해도 된다.

"우리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준 사람이다."




Ⅲ 결핍된 인생은 그 사람의 원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사연 |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준 가장 큰 상처


그녀의 엄마는 노는 것을 좋아해 딸을 돌보지 않았고 그녀는 양쪽 할머니 집을 전전하며 부모없는 아이처럼 성장했다고 한다.

아빠는 구치소에 들어가 있거나 집에 있을 때면 엄마에게 폭행을 휘둘렀다.

자녀 양육에는 관심은커녕 걸핏하면 그녀에게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후, 엄마는 남동생을 낳았고 그녀는 남동생과 의지하며 덜 외로울거라 생각했지만 엄마는 남동생만큼에게는 큰 사랑을 주었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자기가 정말 뭘 잘못한 건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복도 깨끗하지 못했고 학용품도 부족했었다. 학교에 내는 비용 또한 제대로 낸 적 없는 학생이니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심지어 엄마에게 맞아 뼈가 부러졌을 때 오랜만에 온 아빠에게 강간당했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그녀는 집을 나왔다. 지옥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혼자 힘으로 산 것이다.

일생을 함께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지만 결혼에 있어서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누워있기만 하니 남자친구는 별말 없이 조용히 출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 위에 있는 과도가 눈에 띄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손목을 긋는 게, 죽는 게 낫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칼이 손목을 파고드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 정신과 의사의 분석


"누구에게나 행복한 가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엄마와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십 대 중반때, 관계를 맺어 그녀를 낳았던 것이었다.

과연 합의된 관계였을까?

표면적으로 성범죄 사건이 될 수 있었으나 양쪽 부모님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때문에 서둘러 합의하여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도 부부관계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그녀의 엄마는 정신적으로도 점점 피폐해지는 상태이니 애초에 외조부모가 그 때 고소를 해야 했었다.

같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무마때문에 여성들의 비극은 끊이질 않는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가해자는 절대로 피해자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그건 무고하게 태어난 작은 생명에게도 마찬가지다.



▶ I think …


피가 섞였다고 반드시 사랑이 있는 건 아니다. 살려면 그들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 사연만 봐도 선택 한 번으로 인해 3대가 무너지는 꼴이 되었다.

그녀의 아빠는 가해자이자 조부모는 방조자였지만, 그녀가 태어나고서부터는 그녀의 엄마는 더욱 더 폭력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잘못한 건 어른인데 아무 죄없는 그녀가 쓸모없는 인간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이 살게 된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우리가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곧 우리의 내면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방치되고 비난받아 왔기에 이미 성장했어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른이 된 이후에 후유증이 크게 남아 버려질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책에서 나온 모든 사연이 실제 진행했던 상담 내용들인지라 나 혹은 주변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여유로운 집안을 바탕으로 자상하고 다정한 부모님, 우애좋은 형제, 그리고 딸처럼 여겨주시는 시어머니와 언제나 내 편인 남편, 말 잘 듣는 토끼같은 자식들. -이렇듯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 아래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들을 누리지는 못한다.


혹시 그것 아는가?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화목하고 다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만 애쓰고 잘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모두가 잘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만 흔들림없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흔들림없이 단단해야, 조금의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공동체 내에 한 사람이 상처주기 시작하면 결국 상처받은 사람은 마음을 닫아버릴 것이고 결국은 침묵 나아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단하게 쌓는 것은 꽤 쉬운 일일 수 있으나 부서지고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란 쉽지 않다. 허물어진 크기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책에 나온 사연 중 비슷하게 겪은 사연이 있었기에 더 와닿았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가족 험담을 하는 것 같아 성인이 되어서도 얘기하고 다니진 않았다.

어떤 일을 겪었던 간에, 가족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니 괜히 분란을 조장하고 싶지 않아 혼자서 삭히고 삭혔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이 나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잠깐동안이기에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람 눈에는 화목하고 다정함만 가득한 가족 품에서 자라났구나로 보이는 것 같다.


흔히들 겪는 사춘기 없이 부모님 속 한 번 끓이지 않는 착하고 예의 바른 딸, 어른들은 날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옥죄어 오는 느낌이 나날이 심해졌고 중학생 때부터 두통과 위염에 시달리기 시작했었다.

한 번씩 마음에 생채기를 받으면 모른 척 하며 넘기고, 그 순간순간이 반복되니 당연히 마음은 병 들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의사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해 주신다. (집안과 친한 의사선생님인지라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시는 분 중 한 분이다.)

굉장히 예민한 시기이기에, 대부분 예의범절 모르거나 성격이 엇나가는 등 어떤 부분 하나라도 삐딱하게 클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참 잘 컸다고.

병원 갈 때면 항상 위로 한 마디, 격려 한 마디씩 해주시는데 그럴 때면 철옹성같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

아마 나를 조금은 봐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친하게 지내시는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나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시기를 계기로 전부터 관심있었던 심리학을 배우게 되었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또 이야기를 꺼내면 나도 모르게 구구절절 쓰게 될 것 같아 이만 줄여야겠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이 있는데 여자든, 남자든 꼭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꼭 버려야 한다.

물론 상대방도 내가 한 것처럼 잘해줄 순 있겠으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책 제목부터 대상이 '여자'라는 사실에 너무 여성에게 편향된 내용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 사연에도 언급했듯이 여자, 남자라는 구분이 없다. 여자에게도, 남자에게도 충분히 입장 바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밀린 서평이 너무 많다.

마음같아선 하루에 서너개씩 뚝딱 올렸으면 좋겠지만 몸이 좋질 않아 하루에 하나 올리는 것도 참 버겁다.

가뜩이나 안 좋은 몸에 후유증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정말 체력이 1도 없나보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쓰다 만 서평이 열 개나 넘는데 누군가 마무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마법지팡이 한 번 휘둘러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 임시저장글에 쓰다 만 서평들 좀 마무리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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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04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설명에 더해진 하나의책장님의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마다 다르니까,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도 괜찮더라구요.
잘 읽었습니다. 하나의책장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6-27 16:06   좋아요 1 | URL
어떤 관계든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선이 넘어가면 결국은 가까워졌다는 것인데 좋은 관계를 쭉 유지할 수 있는 관계도 있는 반면에 마냥 잘해주면 권리라 생각해 도를 넘기도 하고 일부는 배신을 하기도 하니깐요.
짤막한 짤을 우연히 봤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그러셨더라고요.
인생은 항상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 사실 마냥 잘해주는 쪽에 속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믿었던 사람에게 당해보니 참 힘들더라고요.
그 때 이후로 관계에 있어서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scott 2022-04-17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 사회에서 착함은
타인에게 쉽게 이용당하고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것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 ^ㅅ^

하나의책장 2022-06-27 16:07   좋아요 0 | URL
정말요! 백 번, 천 번 옳아요!
scott님 덕분에 마음에 한 번 더 새겨봅니다.
적당히 선하게! 적당히 너그럽게!
 
다 내 편이 되는 말하기 - 나의 말과 생각, 운명을 바꾸는 36가지 언어 기술
황시투안 지음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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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과연 언어의 힘을 측정할 수나 있을까?

불가하다. 다만,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총, 칼을 들지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낼 수도, 희망을 잃게 만들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나아가 그 힘을 어떻게 활용해야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면 주목하길 바란다.


저자, 황시투안은 베테랑 심리학 멘토이다. 20여 년간 실용심리학에 전념해 심리학 이론을 기업 관리, 결혼, 가정, 자녀교육 등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

중국의 유명 심리학 플랫폼인 ‘이신리(壹心理)’를 창립하고 투자하여 재미있고 따뜻한 실용적인 방식으로 사회와 조직, 그리고 개개인에게 가치 있는 심리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즈후이창싱, 우한심 등의 심리학 단체를 만드는 데도 투자했다.




Ⅰ 지혜로운 언어 모델로 소통 문제를 해결한다


소식의 「염노교-적벽회고」 중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는 사이에 적국의 배는 재가 되어 버렸다네."

나는 이 적국의 배를 사람 마음속에 있는 악마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기술을 잘 사용하면 우리 마음속 악마는 담소를 나누는 사이에 사라져 버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대의 완고한 신념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말의 기술'이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마지막 군주였던 송강왕은 주변국들과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으며 국력을 키웠지만, 기세가 등등해져 점차 폭군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충신들이 제발 민심을 돌보라 간청하여도 무시하였고 고언을 전하는 충신들의 목은 가차 없이 베어 버렸다고 한다.

그 때, 달변가 혜앙이 등장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용맹스러움과 힘 같은 것들이다. 의로움과 어짊 따위에 대해서는 듣고 싶지도 않다. 그대는 무엇을 말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는가?"

"대왕은 용감한 자가 대옹과 이 나라를 보호하길 원하시지요? 하지만 그들이 대왕과 이 나라를 해하지 못할 수는 있으나 그런 마음을 품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신에게는 그들이 그런 마음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좋다. 딱 내가 원하는 것이로구나."

"그들이 적대적인 마음을 품지 않을 수는 있으나, 대왕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으리란 보장은 여전히 없습니다. 신에게는 남녀를 불문하고 하늘 아래 모든 이들이 대왕을 사랑하며 대왕께 충성을 다하게 할 방법이 있습니다. 대왕께서는 이 방법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빨리 말해 다오, 정말로 궁금하구나."

"공자와 묵자의 가르침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들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군주처럼 추앙을 받으며, 관직이 없음에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남녀가 목을 길게 빼고 발끝을 세운 채로 그들을 우러러봅니다. 만 대나 되는 전차를 거느리는 대송나라의 군주인 대왕께서 진심으로 그들 같은 뜻을 펼치시면 온 백성이 대왕을 우러러보게 되고, 그들보다 훨씬 큰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말 한번 기막히게 잘하는구나. 저 몇 마디로 나를 설득하다니."


강왕의 말처럼 혜앙은 단 몇 마디로 폭군을 설득시켰다.

즉, 적절한 언어의 기술만 습득한다면 인간의 완고한 신념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Ⅱ 설득, 공감, 지지를 끌어내는 잠재의식을 활용한 어법


미국, 한 농장에서 열일곱 살 소년이 갑작스레 전신마비에 걸리게 되었다.

용하다는 의사 세 명을 불러 진찰하게 했지만 세 의사 모두 같은 말을 하였다.

"죄송하지만 아드님은 곧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은 엄마를 본 소년은 이렇게 다짐한다.

'의사의 단언이 절대 현실이 되지 않게 할 거야.'

사실 소년은 몸만 움직이지 않을 뿐 정신은 맑게 깨어 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소년의 엄마는 다시 의사를 불렀다.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소년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을 본 의사는 꽤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년을 다시 진찰해 본 의사는 또 한번의 가슴 아픈 진단을 내리게 된다.

"아이가 목숨을 유지할 순 있어도 다시 걷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소년은 또 다시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된다.

'절대 의사의 단언이 현실이 되게 하지 않을 거야.'

그 후,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년은 보란듯이 일어나서 다시 걷게 되었고 여든 살까지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일화는 실제 유명한 심리치료사였던 밀턴 에릭슨의 경험담이다.

'현대 최면의 아버지'인 밀턴 에릭슨은 의료 최면, 비지시적 최면의 창시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말 한마디가 사람의 질병은 물론 심리적 문제 나아가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최면이라고 하면, 이성을 잃게 한 후 상대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는 최면에 대한 큰 오해이다.

최면과 함께 자주 사용되는 말이 트랜스(trance)이다. 옆에 누가 오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처럼 무언가 몰입돼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트랜스는 일종의 최면 상태로, 주의력이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옮겨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확실한 일을 보는 순간, 뇌는 곧장 확실한 답을 얻으려고 한다.

심지어 미완성된 일에 대해서도 완성하려는 충동을 보인다.


어느 날, 에릭슨이 미국 중남부의 마을 한 곳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에릭슨의 제자가 살고 있었는데, 제자는 에릭슨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선생님, 제 고모를 좀 도와주세요, 고모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큰 집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어요. 생활 방식을 바꿔 보라고 여러 차례 권했지만 고집이 너무 강해서 제 얘기를 듣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께서 와서 좀 봐 주시면 안 될까요?"

제자의 말처럼, 집에 가보니 얼굴에 생기가 없고 근심이 가득했다.

에릭슨은 노부인에게 방을 둘러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었다.

모든 방들이 생기 하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때, 방 한 칸의 창가에서 제비꽃 화분 몇 개를 발견하게 된다.

에릭슨은 그 때 입을 열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군요."

순간 노부인은 감동한 듯 대답했다.

"집에서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조금 심어 봤어요. 얼마 전에 꽃을 피웠더라고요."

이어진 에릭슨의 말은 이후 노부인의 미래를 바꾸게 된다.

"부인의 이웃 혹은 친구들이 그들 인생의 특별한 날, 예를 들어 결혼식, 출산 또는 생일날에 이런 아름다운 꽃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별다른 조언 없이 이 말을 남기곤 에릭슨은 유유히 마을을 떠났다.

이후, 노부인은 제비꽃을 대량으로 심기 시작했고 이웃의 특별한 날들을 기억하여 그 날이 다가오면 예쁘게 핀 제비꽃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제비꽃 여왕'으로 불렀고 그녀의 장례 때는 마을 지방 신문에 기사가 크게 났다고 한다. _'제비꽃 여왕 영원히 잠들다'


이렇듯, 뇌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공백을 만들어 뇌가 상상을 통해 채우게 하는 것이, 바로 최면이다.

에릭슨은 이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면은 내담자가 의식하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트랜스 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지시적으로 자연스럽게 트랜스 되는 것이다."

추상적이긴 하나, 의식보다 잠재의식이 더 지혜롭다는 것이다.

미래의 주인은 우리의 깨어 있는 의식이 아닌, 내면에 숨겨진 잠재의식이다.




Ⅲ 다툼 없이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언어의 마술


우리는 하나의 가치관이 생겼을 때, 각종 증거를 모아서 어떻게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 증거들이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우리는 그 증거들을 하나하나 긴밀하게 연결해 반박할 수 없게 하고, 그 관념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원인이다.


세 명의 강도가 다이아몬드를 훔쳤다.

훔친 다이아몬드를 나누려고 보니 보석 하나가 남았다.

그중 힘이 센 첫번째 강도가 말했다.

"내가 두목이니까 마지막 하나는 내가 가지는 걸로 한다."

그 말을 듣곤 두 강도가 황당해하며 물었다.

"네가 왜 두목인데?"

첫 번째 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내가 세 개의 보석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내가 두목이다."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일상에서도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신념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 행동은 곧 결과이며 오늘을 만들어낸다.

즉,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과거의 관념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신념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깨부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바꾸고 싶다면 그의 신념을 변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의 힘을 역이용해 무력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기존의 관념을 없애 버리고 이해를 크게 바꾸는 것, 언어의 마술이라고도 불리는 이 어법은 마술과 비슷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마술처럼 언어의 마술 또한 습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연습해야 한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제대로 장약해야지만 신비한 작용을 발휘할 수 있다."


언어의 마술을 일종의 교묘한 틀 부수기 어법이다. 이는 상대방의 틀에 도전할 수 있지만 상대방과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고, 교묘한 수법으로 상대방이 고집하는 생각을 없애 버린다. 언어의 마술은 정말 근사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책에서 여러 번 강조하듯이, 언어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무력없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말'이다.

갈수록 간사해지고 악해지는 것도 사람인지라, 물론 '말'로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나 분명 언어의 기술을 습득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시킬 순 있다.


총, 칼을 들지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낼 수도, 희망을 잃게 만들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책에서는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어법부터 잘못된 신념을 깨부수는 방법과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나와있으니 꼭 참고해봤으면 좋겠다.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즉, 남이 보고 있지 않을 때나 듣고 있지 않을 때도 언행을 삼가고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_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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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 - 난임이라는 숲에 홀로 서 있는 당신에게
윤은주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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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친한 언니의 아픔때문이다.

몸이 좋질 않아 만나지를 못하니, 마음을 전하고자 소포 하나를 보내고 싶었다.

선물과 함께 책 세 권을 상자에 담았는데, 그 세권 중 하나가 바로 『이제는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이다.


심리상담사인 저자는 직접 난임을 겪게 되었다.

난임 시술의 결심부터 과정에서 오는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크고 힘든 것인지 알기에 그 모든 것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저자, 윤은주는 학교와 교육청에서 상담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가족상담을 전공한 후, 본격적인 프리랜서 상담심리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아동 및 청소년, 부모 그리고 부부, 가족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15여 년의 기간을 많은 내담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마음의 움직임과 흐름을 보고 마음의 소리를 들었던 지나 온 시간들, 결국 그 시간들이 나의 난임 과정에서 스스로 내담자가 되어 돌볼 수 있게 한 자원이 되었다. 현재는 그 자원을 가지고 난임을 경험한 상담심리사로, 난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상담에 몰두하고 있다.




Ⅰ 망설임의 이유들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지는 나이와 함께 내가 만끽했던 자유로움은 허전함과 외로움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 둘이서만 계속 살아도 될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남편은 "우리에게 아이가 생겨도 좋겠지만, 난 아이 없이 이렇게 사는 것도 좋아"라며 항상 똑같은 대답으로 결론을 냈다.

남편의 이 말이 나에게 왠지 모를 위안과 안심을 주었다.


아이가 왜 내게 오지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는 나날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심적으로 부담이 되어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의 말을 빌려보자면, 의외로 아이를 너무나 기다리지만 난임 시술에 대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연임신을 기다릴 수도 있는 것이고 부모가 될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될 수도 있는 등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무엇보다 난임 병원이라는 자체에 대해 큰 벽을 가지고 있어 들어가는 것조차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도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 피임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았다면 난임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막연히 자연임신이 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기다리고 원한다면 적극적인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권유한다.

먼저 마중을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Ⅱ 첫발을 내딛다


저자는 한동안 고민에 휩싸이다 난임 병원 가는 것을 결심하게 된다.

처음부터 아이 먼저 가지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일과 공부를 놓치고 싶지 않아 미룬 것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가지려고 하니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자연임신되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에 휩싸이다 결국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나, 결심만으로 순조롭게 이행되는 것은 없었다.

의외의 걸림돌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남편이었다.

저자의 남편은 난임 병원에서 시술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겨우 마음먹었는데 남편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은 저자의 머릿속에 없었었다.

시술 거부 이유는 한결같았다. 여자인 몸으로 홀로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렇게 입씨름하며 시간만 그저 흘려보내다 결국 저자의 울부짖음에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래, 시술하자. 병원 가자. 이정도로 아파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막연하게 아이가 안 생기는 것이 그냥 나 때문인 것도 같았어. 그래서 당신이 힘든 것을 더 겪게 하고 싶지 안았는데. 그런데 이미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니……."

"그래, 해보자."



그리고… 혹시, 안 됐나요?


주변에 난임이었던 지인들이 좀 있어 시험관 시술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들어본 적이 있다.

겪어보지 않았던 굉장한 아픔 그리고 불편함을 느껴야 하며 무엇보다 불안하고 우울해지기까지 한다고 한다.

성격 또한 예민해져 모든 것들이 마냥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주로 이렇게 들어봤기에 얼마나 아픈 시술인지 와닿았었다.


시험관 시술을 한다고 한들, 한 번에 성공하면 행운이지 한 번에 성공하는 일도 드물다고 한다.

즉, 시험관 시술에 성공해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해도 마냥 임신이 되었다고 할 순 없다,

초기에 유산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일부는 습관성 유산까지 앓게 되어 몇 번이고 힘들게 시술했지만 계속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 의사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말이라고 한다.

"혹시, 안 됐나요?"


몸에 난 상처와 마음에 난 상처의 치료는 같다.

다만, 몸에 난 상처는 눈으로 볼 수 있어 약 먹고 바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치료가 굉장히 어렵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유산의 아픔을 겪게 되면 오롯이 자신의 탓이라고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꼭 필요한 것이 자기 위로라고 한다.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 심적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곧 신체로도 이어지니 또다시 자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친한 언니의 아픔 때문이다.

몸이 좋질 않아 만나지를 못하니, 마음을 전하고자 소포 하나를 보내고 싶었었다.

선물과 함께 책 세 권을 상자에 담았는데, 그 세권 중 하나가 바로 『이제는 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이다.

결혼도 안 한 나에게는 아직 한정적이고 생소한 소재이기도 해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사실 난임이라는 문제가 이제는 누구에게나 남 일이 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쓰게 되었다.


간절히 원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임신이다.

더군다나 요새는 내,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로 인해 난임인 여성들의 수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12년간의 난임을 겪고 13년 만에 소중한 딸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을 감내했던 저자의 마음가짐과 용기에 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막상 본인에게 닥치면 상상도 못 할 아픔이 될 것이다.

책에서는 병원 선택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물론 현실적인 조언까지 담겨 있어 실제 '난임'으로 고민인 이들에게 꼭 건네주고 싶다.


덧붙여, 결혼을 안 했어도 산부인과에 가서 주기적으로 검사받는 것도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편견처럼 산부인과 가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생리통이 너무 심해 쓰러질 뻔한 적도 있어서 결국 내과에 가서 진통제를 맞고 약을 처방해온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어려서, 산부인과 가는 게 부끄러운 것 같은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가보라고. 산부인과도 여성들만을 위한 내과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나도 산부인과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었다.

생리통이 심한 경우라면, 꼭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경험이 없다면 노출될 일이 크게 없지만, 예를 들면 혹이 있어 생리통을 크게 앓고 있는 건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2살배기 어린아이가 대회에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보고 푹 빠졌었다.

그때부터 나의 노노카 사랑이 시작되어 나도 모르게 일본어 공부에도 능률이 나름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나 방송 매체에서 나오는 어린아이들 보면 마냥 예뻐 보이는데 자기 자식은 얼마나 더 예쁘겠는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딱 들어맞지 않겠는가.

지금도 난임 병원을 다니며 아픔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여성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하루빨리 어여쁜 아기천사가 내려와 사랑을 주고받는 행복한 나날들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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