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 - 함께여서 행복했던 내 아이의 어린 시절
조혜연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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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가끔은, 저 먼 타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다.

이 순간 발을 내딛고 있는 이곳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었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웠던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자체에 큰 흥미를 느껴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 잠깐이나마 영어 학습지를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깨달았던 것 같다.

더 알고 싶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영단어책을 놓지 않았고 TV에서 나오는 CSI 시리즈나 외국영화에 푹 빠져 자연스레 TV는 케이블 채널로 돌리기 일쑤였다.

가끔은, 저 먼 타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다.

이 순간 발을 내딛고 있는 이곳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었다.

잠깐이었지만 미국에서 한 달 조금 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고 한 달 못 되게 한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더듬더듬거렸지만, 천천히 선생님과 대화하며 공부를 하였고 당시 한 달 딱 되려고하니 말문이 터지려고 했었다.

안타깝게도 개학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문득 들었던 생각이 미국에서 최소 두달만 지내면 자연스레 말문은 터지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런던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읽게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상상할 수조차 없어 아쉽지만) 엄마와 딸의 런던 생활기는 언젠가 타국에서 잠시라도 지내보고 싶은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평소 여행과 관련된 책을 즐겨읽는 편인데 특히 여행에세이를 많이 보는 편이다.

책장에 꽂혀진 여행책들을 보면, 오롯이 여행지만 나온 책들이 1/5이라면 여행에세이가 그 나머지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얽혀있지만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그 외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일드를 보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어까지 천천히 배워가고 있으니 이는 친한 친구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 친구 덕에 일본의 문화에 대해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

그렇게 친구 덕에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평소 온라인 서점에서 오는 신간 메일을 보거나 앱에 들어가 신간들을 쭉 살펴보며 책을 주문하곤 하는데 우연히 【와세다 유치원…】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교 때, 와세다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꽤나 익숙해 나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건 여행 에세이구나!)


규모가 큰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1-2년 정도 해외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일종의 관례인 셈인데 저자의 남편 또한 한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였다.

대부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저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자 남편의 선택은 바로 일본이었다.

그렇게 남편의 유학을 계기로 저자와 자녀들은 2년 못 되게 일본에서 머물게 된다.

1년 6개월 동안의 생활 속에 잊지 못할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자는 단번에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이라고 답하고 싶다고한다.

너무도 힘들었지만, 너무도 기억하고 싶은 추억, 그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의 기록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유치원이 구립과 시립으로 나뉜다.

저자는 구청에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원비도 저렴하기에 아이들을 구립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게 된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두려움과 무서움이 따라와 자연스레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저자의 우려와는 달리 첫 날 아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유치원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1년 내내 언어 스트레스가 약간 있었을지 몰라도 유치원을 안 간다며 떼를 쓴 적은 없었다고 한다.

마성의 유치원이라고도 불리우는 와세다 유치원은 아담하지만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들이 일년 내내 가득했고 모든 프로그램들은 놀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1년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에피소들이 가득한데 그 중 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둘째 아들이 집에서 놀던 장난감을 유치원에 들고 가게 되었고 선생님이 집에 갈 때 돌려주겠다며 장난감을 압수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둘째가 생전 부리지도 않은 떼를 부리고 너무 울어대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아빠에게 한참 혼이 난 아이는 제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할 정도였다.

다음 날, 저자가 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 아이가 심하게 떼를 쓰면 집에서도 엄하게 대할 때는 엄하게 대하니 단호하게 대해도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답변은 매우 뜻밖이었다.

"어머님,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은우가 그런 행동을 보인 데에는 분명 은우만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너무나 들어보고 싶은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 그럴 수가 없어서 그게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할 뿐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뿐입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절대 무조건 엄하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이 아닌 '왜'에 초점을 맞춘 선생님의 답변에 저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를 학대하였다는 뉴스를 볼 때면, 그 포악한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상처받은 아이를 생각하면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

가해자인 어린이집 교사들은 대부분 '말을 안 들어서.', '밥을 안 먹어서.', '잠을 안 자서.' 등의 이유를 내밀곤 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둘째는 이후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가끔씩 떼를 쓰곤 했지만 그 때마다 선생님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신뢰를 쌓아갔다.

점점 일본어 실력이 늘며 자신의 이야기를 선생님께 전달할 수 있게되자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의 둘째같은 경우는 모국어도 아닌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기에 더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성인과는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아 울고 떼를 쓸 때는 일단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생아를 생각해보라. 갓 태어난 아기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우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전달하지 않는가.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내게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책(여행 에세이)은 끊임없이 보네.'

여행 에세이는 일반적인 에세이와는 다르게 더 넓고, 더 색다른 공간에서 느낀 경험을 기록한 것이기에 읽고나면 그 느끼는 바가 매우 깊다.

물론, 그 여행지의 이야기는 덤이긴 하지만 나는 새로운 공간에서 느꼈던 그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책을 통해 느껴보고 싶어 매달 여행 에세이는 꼭 읽는 것이다.

『와세다 유치원에서의 1년』에서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만족스러운 여행이자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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