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일 15도~26도 맑음



구기자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보통 새 가지에서 꽃을 피우는데, 이런 특성을 가진 식물들이 많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 열매는 새 가지에서 나오는가 보다. 새로운 나는 새로운 마음에서 비롯되듯이 말이다. 



구기자꽃도 작긴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참 예쁘다. 멀리서 언뜻 보기보다 가까이 다가가면 예쁜 것들도 많다. 한발짝 다가가기, 상대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한 방법이다. 



드디어 진짜 도라지싹이 났다. 처음에 도라지씨앗인줄 알고 뿌렸던 곳에서 올라온 것은 황기였다. 



황기도 제법 자라서 풀과 구별된다. 황기를 심었던 곳에서는 지난해 자랐던 자소엽이 싹을 내서 함께 자라고 있다. 자소엽의 생명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해 그냥 두면 주위로 점차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다. 



아무튼 기어코 도라지 싹을 보게 되니 진짜 기쁘다. 도라지 심은 곳 주위의 풀들을 뽑고 또 뽑아서 헷갈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식물들은 정성을 쏟은 만큼 상대를 대해준다. 그럼에도 더덕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아직 싹을 구별할지 모르니, 풀들도 함부로 뽑지 못하겠고... 도라지싹의 기쁨을 더덕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또 이렇게 기다리는 수밖에. 초조해하지 말자. 기다리고 지켜봐주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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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일 13도~29도 맑음



약초농원에서 주문한 어성초 종근이 도착했다. 어성초는 약모밀로 약초 중의 하나다. 잎에서 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를 알코올에 담가서 화장수로 쓰거나 벌레를 없애는 천연약재로도 쓴다. 잎을 말려 달여먹으면 여성질환이나 아토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개인적 경험으로는 사람마다 그 효과에 차이가 있는듯하다. 십여년 전 상당 기간 상복했지만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 시간이 지나 몸도 변했을려나. 직접 키워서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다. 어성초잎은 비린내가 심해 모기를 쫓는데도 사용된다. 그런데 말려서 차로 만들면 이 비린내가 제법 많이 사라진다. 



어성초는 생명력이 강하다고 한다.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데, 한번 번성하기 시작하면 주위가 온통 어성초밭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성초를 심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많았다. 다른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심어보고 잘 퍼진다면 퍼지는대로 뿌리채 캐어서 약재로 쓸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부지런을 떤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종근에서 싹이 나오는 게 먼저다. 지난번 종근을 심었던 감초의 경우엔 거의 전멸이다. 물론 감초는 습한 곳이 아닌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을 좋아하는데, 집 땅의 여건이 맞지않아 걱정되긴 했었다. 어성초에겐 잘 맞는 땅일테니, 내심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감초의 실패를 통해 종자의 근본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됐다. 작물의 특성을 잘 살려서 제대로 기능을 살릴 수 있으려면 조건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개천에서는 송사리가 잘 자라지 용이 나기 어렵다. 물론 환경을 이겨내고 잘 자라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다. 그런데 이 환경조성을 위해선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작물의 특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의 특성을 아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것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을 때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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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일 13도~29도 흐리다 밤에 비



시골에선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개복숭아를 볼 수 있다. 그냥 따먹기에는 달콤하지 않지만 청이나 술을 담기에는 괜찮다. 



아직 다 익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익은 것만 반 바구니 정도 땄다. 꼭 매실을 닮았다. 청을 담글 땐 덜 익은 상태로 따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열매가 익는 정도에 따라 성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맞추어 익는 정도를 선택하면 될듯 싶다. 



먼저 수확한 개복숭아는 박박 씻어준다. 잔털이 많아 이것을 없애고 꼭지도 따준다. 씻다보니 꽁무니에서 진액이 흘러나온다. 설탕으로 담그면 이 진액들이 스며나와 설탕에 녹는 것일테다. 벌레먹거나 상한 것은 제외하고 좋은 것만 골랐다.



열 소독한 병에 개복숭아와 설탕을 1 : 0.8 정도 비율로 섞어준다. 



보통 1:1로 섞는 경우가 많은데 달콤한 과일류는 설탕을 조금 적게 넣어도 괜찮다. 풀 종류처럼 당 성분이 없는 것들은 1 : 1로 섞어주어야 진액일 잘 빠져나온다.



날이 초여름 날씨인지라 하루만 지나도 설탕이 다 녹아내렸다. 녹지않고 가라앉은 설탕은 잘 저어준다. 지난해 담근 개복숭아청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선물하는 재미가 꽤 괜찮다. 올해는 아직 집 뒤의 개복숭아를 담그지 않은 상태다.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서 이번에 담근 것과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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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일 12도~29도 맑음


머지않아 장마가 올 것이다. 그전에 숙원사업을 해결해야겠다.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발랐다.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오일스테인을 발라줘야 한다고 한다. 데크는 방부목이지만 벌레와 자외선, 방수를 위해 오일스테인을 발라주지 않으면 오래 쓸 수 없게 된다. 오일스테인은 겉에 코팅을 해주는 니스와 달리 나무에 스며들면서 이런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나무의 결도 잘 살려주는 장점이 있다. 



오일스테인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잘 섞어준다(교반). 침전물이 있어서 섞어주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봤을 때는 데크가 밤나무색이라 판단했는데, 색이 다소 붉은 감이 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는한 정확한 색을 주문하는 것이 쉽지않아 보인다. 



데크도 데크지만 가장 신경이 쓰였던 곳은 창틀 바깥기둥이었다. 햇빛과 비에 급속히 노화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붓질을 하다 조금만 삐끗해도 오일스테인이 창에 튀어 급히 닦아내야 했다. 오일스테인은 초보자도 쉽게 바를 수 있는거지만, 집중해서 다루어야 할 부분이 있다. 벽과 접촉하는 부분에선 벽에 묻지 않도록 붓을 세워 바르다 조금만 틀어져도 오일스테인이 방울방울 튀기 때문이다. 



한 번 바르는데 거의 3시간이 소요됐다. 하필 이날 29도까지 오르는 땡볕이라 더 힘들었다. 데크가 7~8평 정도 되는데 오일스테인을 거의 6리터 정도 쓴듯 보인다. 한 번 바르고 나서 마른 후 덧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어 그냥 한 번만 바르고 말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발라야지~. 하지만 꼭 오늘 다시 바를 필요는 없잖아. 



그래서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덧칠을 했다. 덧칠을 할 때는 속도가 더 날듯했는데, 걸리는 시간은 똑같았다. 나무 틈과 틈 사이를 꼼꼼히 칠하려다보니 시간을 단축시킬 수가 없었다. 얼마나 두껍게 칠하느냐, 나무의 재질이 무엇이냐 등등에 따라 오일스테인이 마르는 시간은 차이가 난다. 빨리 마르면 서너시간 뒤면 마르기도 한다. 



오전 중에 작업을 마쳤는데 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였는데 제법 내렸다. 데크를 보니 뿌듯했다. 방수가 잘 되는듯 보였다. 조금 더 바싹 마른 뒤에 비가 내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만하면 됐다. 숙원사업을 풀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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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일 맑음


씨알이 작아 별로라며 나무를 쳐버리라 했던 토종뽕나무에 오디가 열렸다. 



하지만 열매는 쉽게 딸 수 없는 법. 이맘때면 뽕나무이가 극성이다. 오디 열매는 물론 잎 뒷면에 하얀 실처럼 나풀거리는게 보이는데, 뽕나무이가 탈피를 하고 남긴 흔적들이다. 님추출물과 황을 섞어서 뿌렸다. 박멸은 아니더라도 크게 번지는 것을 막아주면 좋겠다. 올해는 오디를 좀 따서 청을 담가볼 생각이다. 술은 글쎄? 썩 즐기는 편이 아니다보니 담글지 말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뽕나무 주변에 있는 블루베리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삐쭉삐쭉한 것이다. 뽕나무 주위 5그루 중 3그루에 이런 현상이 보인다. 뽕나무의 타감작용일까. 뽕나무 뿌리가 워낙 잘 퍼지고 실뿌리가 많아 블루베리들이 시달린 탓일까. 오디를 얻는대신 블루베리를 잃는 셈인가. 역시나 얻는게 있으면 어김없이 잃는게 있는가 보다.  



약초인 지황 중 2개가 꽃을 피웠다. 아마 씨알이 굵은 것이었는가보다. 다른 지황은 잎만 내놓고 천천히 자라는 중이다. 



잎보다 훨씬 큰 지황꽃. 활짝 피면 꽤나 매혹적이다. 



포도에도 꽃이 피었다. 포도꽃은 워낙 작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올해는 유심히 바라본 탓에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 포도는 지지를 하지 않고 땅에서 그냥 자라도록 놔둔 혹은 방치한 포도다. 자연 그대로 두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해서 한 그루 따로 심어둔 것이다. 아직 키는 크지 않았는데, 포도꽃은 꽤 많이 달렸다. 반면 지지대로 올려놓은 포도는 꽃송이를 달 준비만 하고 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 중 열매를 빨리 맺고 있는 것들이 많다. 고추도 그렇고, 오이도 그렇고, 포도도 꽃을 피웠으니. 성장보다는 생식에 치중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것은 아닐텐데. 이유가 궁금하다. 생식에 치중하더라도 건강하게 잘 자라만 준다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매일 매일 빠르게 변하는 식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그 댓가로 쭈그려 앉아 풀을 뽑는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뽕나무와 블루베리처럼 공짜로 얻는 건 없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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