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일 맑음
씨알이 작아 별로라며 나무를 쳐버리라 했던 토종뽕나무에 오디가 열렸다.
하지만 열매는 쉽게 딸 수 없는 법. 이맘때면 뽕나무이가 극성이다. 오디 열매는 물론 잎 뒷면에 하얀 실처럼 나풀거리는게 보이는데, 뽕나무이가 탈피를 하고 남긴 흔적들이다. 님추출물과 황을 섞어서 뿌렸다. 박멸은 아니더라도 크게 번지는 것을 막아주면 좋겠다. 올해는 오디를 좀 따서 청을 담가볼 생각이다. 술은 글쎄? 썩 즐기는 편이 아니다보니 담글지 말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뽕나무 주변에 있는 블루베리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잎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삐쭉삐쭉한 것이다. 뽕나무 주위 5그루 중 3그루에 이런 현상이 보인다. 뽕나무의 타감작용일까. 뽕나무 뿌리가 워낙 잘 퍼지고 실뿌리가 많아 블루베리들이 시달린 탓일까. 오디를 얻는대신 블루베리를 잃는 셈인가. 역시나 얻는게 있으면 어김없이 잃는게 있는가 보다.
약초인 지황 중 2개가 꽃을 피웠다. 아마 씨알이 굵은 것이었는가보다. 다른 지황은 잎만 내놓고 천천히 자라는 중이다.
잎보다 훨씬 큰 지황꽃. 활짝 피면 꽤나 매혹적이다.
포도에도 꽃이 피었다. 포도꽃은 워낙 작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올해는 유심히 바라본 탓에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 포도는 지지를 하지 않고 땅에서 그냥 자라도록 놔둔 혹은 방치한 포도다. 자연 그대로 두면 어떻게 자라는지 궁금해서 한 그루 따로 심어둔 것이다. 아직 키는 크지 않았는데, 포도꽃은 꽤 많이 달렸다. 반면 지지대로 올려놓은 포도는 꽃송이를 달 준비만 하고 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 중 열매를 빨리 맺고 있는 것들이 많다. 고추도 그렇고, 오이도 그렇고, 포도도 꽃을 피웠으니. 성장보다는 생식에 치중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한 것은 아닐텐데. 이유가 궁금하다. 생식에 치중하더라도 건강하게 잘 자라만 준다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매일 매일 빠르게 변하는 식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물론 그 댓가로 쭈그려 앉아 풀을 뽑는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뽕나무와 블루베리처럼 공짜로 얻는 건 없는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