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7월 13일 흐린 뒤 비(장마) 21도~25도


요즘 일기예보는 거의 일기 중계도 제대로 안 될 정도. 수시로 예보가 바뀐다. 날씨가 그야말로 예측불가라는 이야기. 슈퍼컴퓨터로도 계산이 안된다는 소리. 점점 더 날씨의 변동 폭은 커질 것이고, 예보는 더욱 어려워질 듯하다. 다만 위성과 컴퓨터의 계속되는 발달이 이런 변동성까지 잡아낼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올해 도라지를 심은 곳에 금화규가 몇 개 싹을 터서 자라고 있다. 지난해 금화규를 심었던 자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셈이다. 도라지보다 키가 빨리 크니, 경쟁에서 유리하다. 도라지 사이에서 키를 키우던 금화규가 불과 무릎 높이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씨앗을 뿌려 키워낸 금화규는 자연스레 싹을 틔운 것보다 2배 정도 빨리 자라고 있다. 



금화규는 골든 히비스커스로 불리는데, 뿌리와 줄기, 꽃, 잎을 모두 약재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꽃과 잎은 밥을 할 때 함께 넣어서 밥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차로도 먹을 수 있다. 금화규 꽃은 아침 일찍 피어서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리는데, 다음날 다시 꽃을 피우지 않고 바로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꽃이 핀 날 오전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꽃을 건조시킬 때는 수술과 꽃받침을 제거해야 한다. 이 두 가지에 알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로 건조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건조기를 사용한다. 집에 건조기가 없어서 그늘진 곳에 놔두기로 했다. 햇빛을 직접 쬐면 꽃잎이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서다. 콜라겐 성분이 많아 건조하는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듯하다. 지난해에는 꽃을 따서 밥을 할 때마다 넣어 먹곤 했다. 거의 무색, 무취인지라 요리시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할 수 있겠다. 올해는 상황을 봐서 시간이 된다면 잎차도 한 번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난해 만들었던 청과 술은 추출이 잘 되지 않아서 양이 거의 없다. 올해 또 한번 시도해볼지는 고민이다. 


놔두면 절로 자라는 것. 자연이란 그렇게 스스로 그러하게 나서 자라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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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1일 비온 후 갬 21도~28도


한달 여 전쯤 싹을 틔웠던 커피싹은 정말 더디게 자란다. 

아, 물론 더디다는 감정은 주관적이다. 빨리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기준으로 삼았기에 더딜 뿐이다. 만약 사람이라면 한 달 새 5센터미터 정도 자랐다면 엄청나게 빨리 자란 것일 터다. 



커피나무가 어서 자라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싹을 바라보니 더디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적어도 3년, 길게는 5년 정도 걸릴 것이다.(대부분의 과수들도 이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어야 할 것이다. 

커피가 잘 자라는 온도는 예상 외로 21~25도라고 한다. 열대의 뜨거운 온도 속에서 자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30도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커피나무가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이유일 게다. 반면 겨울엔 최저 7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커피싹이 한 개만 났다면 조마조마 했을 것이다. 싹이 자라다 죽는다면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테니 말이다. 다행히 10개 넘게 심은 커피열매 중 싹이 하나 더 났다. 비슷한 시기에 심었지만, 환경이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싹이 트는 속도가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종자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든 싹이 또 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나에 올인 하는 것의 긴장감.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을 움츠리게 만든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 우리에게 여분이 필요한 이유이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최고의 복지란 이런 여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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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2~8일 장마기간인데 가끔 소나기만


연일 이어지고 있는 무더위.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바뀌어 있다. 혹시나 비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물에 물을 주지 않고 있다. 불안하다. 날이 습해 공기는 메마른 느낌이 없지만, 여전히 가뭄의 영향 아래 있는 듯하다. 물을 줄까 고민되지만, 어김없이 일기예보는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하니 선뜻 물을 주기가 어렵다. 


이런 땡볕에도, 또는 이런 땡볕 덕분에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백도라지의 하얀 꽃들은 하나 둘 피어나는가 싶더니 하룻새 무더기로 피었다. 



참깨와 검은깨는 아직 키가 다 크지도 않았는데 벌써 꽃을 피웠다. 아무래도 양분이 부족해서 얼른 꽃을 피운 듯하다. 시험삼아 몇 개 씨를 뿌려둔 것인데 일단 발아와 성장은 그럭저럭 잘 된다. 하지만 양분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인지 빨리 성장하지는 못했다. 올해 깨를 거두는 것을 보고, 괜찮게 수확이 된다면 내년엔 좀더 많이 씨를 뿌리고 양분도 충분히 주어야 할 성싶다. 



올 봄에 옮겨 심었던 원추리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풀더미 속에서도 잘 자라주었다. 주위 풀을 정리하고 꽃을 보니 훨씬 예쁘다. 실제 꽃을 심었다고 해서 꽃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길을 지나치다 예쁜 꽃을 보면 눈길이 간다. 꽃을 심는 마음은 내가 혼자서 실컫 꽃구경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화사하게 해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들 일상에 <꽃을 심는 마음>이 심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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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1~7일 때때로 장맛비


1주일 정도 더 딸 수 있었던 블루베리는 새들의 차지가 되어버렸다. 실컷 블루베리를 다 먹어치운 새들은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먹을 것을 다 먹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 모양새다. 머지않아 사과가 익어갈 시기가 오면 또다시 찾아올텐데 대책을 세워야 한다. 


블루베리 맛에 비해 복분자는 덜 맛있는가 보다. 새들의 취향이 아닌가? ^^;



복분자는 송이송이 달린 것 중 끄트머리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익어가고 있다. 




볕이 좋아서일까. 익어가는가 싶다 생각했는데 하루 하루 금방 수확할 것이 생겨난다. 



몇일 째 아침마다 작은 바구니 한 개 분량을 따고 있다. 생으로 먹어보는데 당도가 그리 높지 않아 살짝 단 맛을 풍긴다. 하지만 씨앗이 씹히면서 자꾸 이 사이에 끼어 먹는 게 불편하다. 생으로 먹기보다는 갈아먹는게 더 낫지 싶지만, 갈아도 여전히 씨앗은 식감을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사흘 정도 딴 분량을 모아서 청을 담갔다. 그러고도 계속 딸 것이 생기는데 일부는 술을 담갔다. 앞으로 따는 것들은 청을 더 담그고 나머지는 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워낙 날이 뜨겁다 보니, 집안에서 불을 쓰는 일은 주저하게 된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냥 청으로 다 담가버릴까 고민 중이다. 


복분자를 먹으면서는 식자재의 식감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됐다. 하기야 요즘 아침마다 빵을 먹고 있는데, 다양한 빵을 먹으면서 맛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식감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을 떠올린다. 딱딱한 정도와 쫄깃한 정도 등도 빵의 맛에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과일도 식감이 중요할 터다. 개인적으로 배를 좋아하는데,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배의 석세포가 주는 식감을 좋아한다. 만약 식가공을 하게 된다면 이런 식감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하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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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6월 30일 비 


밤새 비가 엄청 쏟아졌다. 새벽에 문을 쾅쾅 두두리는 소리가 난다. 이웃 복숭아 주인이시다. 집과 과수원으로 올라오는 길이 토사로 막혔다고 한다. 



길 한쪽 사면에 방수천(갑바)으로 처리해둔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천이 삭아 이번 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대략 트랙터 바가지로 2 바가지 분량이다. 많다면 많은 양이지만, 이만큼 내린 비에 쓸려 내린 것이 이 정도라면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왕래하는 차라고 해봐야 이웃집 과수원과 내가 다니면 되니 큰 지장은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아침에 일을 보아야 하고, 복숭아 과수원도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 시기인지라 길을 터놓아야 했다. 과수원집 주인과 힘을 합쳐 1시간 정도 삽질을 하니 길이 트였다. 오가는데는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일단 길만 터 놓은 상태인지라 다시 큰 비가 내린다면 흙이 또 밀려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큰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기를 빈다. 물론 비가 내리고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내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가 난감하다. 장마가 끝나면 다시 방수천을 대야 하나 고민해보지만, 방수천을 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다면 흙이 쓸러내려가지 않고 물이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에게도 길이 필요하다. 길이 없을 때 물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그 길이 토사를 쓸어내려가고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길은 바로 잡혀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기 전 길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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