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빈스 에버르트 지음, 조경수 옮김 / 이순(웅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연달아 번개에 맞을 확률과 거의 같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주위에 많은데 번개를 두 번 맞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확률이 잘못된 것일까. 이것은 사람들이 로또는 당첨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번개는 맞지 않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때문이다. 번개가 내리칠 때 마치 로또에 당첨되고자 하듯이 모든 사람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우리는 주위에서 번개를 두번 연달아 맞은 사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것의 진짜 의미를 파헤쳐보고자 하는 책이다.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라기 보다는 논리적이면서도 다소 엉뚱한 그래서 재기발랄한 유머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자, 그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착시가 일어나는중요한 이유 가운데하나는 외부 신호의 처리다. 사람의 망막에는 약 1억 3000만 개의 수용기가 있지만, 시신경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100만개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시각적 현실의 99퍼센트는 뇌가 스스로 대충 만들어내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능력이지만 이것은 우리 뇌의 큰 단점이기도 하다. 뇌는 구조와 질서가 전무한 경우에조차 구조와 질서를 인지하고 그로부터 법칙성을 유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판적이 되고 뭐든지 다 믿지는 마라.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어느 정도 자의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밖에 없다. ..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뇌는 현실을 그럴싸하게 속여 믿게 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런 속임수를 알아차리는 능력도 있다. 바로 그것이 이 책에서 다루려는 주제다.라고 책은 목적을 밝히고 있다. 

사고의 오류는 대부분 논리의 오류가 아니라 편파적 지각에서 기인한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표상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알아내려면 현실과 대조해봐야 한다. 바로 이것이 과학의 기본 사유이다. 과학적 사고는, 진부하게 말하자면, 추측을 검토하는 방법이다. 내가 냉장고에 아직 맥주가 있을지도 몰라 라고 추측한 뒤에 사실인지 확인해본다면 나는 사실상 이미 초기 형태의 과학을 행하는 것이다. 반면에 신학에서는 대개 추측이 검토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냉장고에 맥주가 있어 라고 주장하기만 한다면 나는 신학자다. 만약 확인해본다면 과학자다. 확인하고 맥주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맥주가 안에 있어 라고 주장한다면 비교도이다. ... 그러나 설령 가능한 실험을 모조리 다 했다고 하더라도 빌어먹을 냉장고 안에 실제로 맥주가 있는지 결코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 일말의 의심이 늘 남아 있다. 어떤 실험을 하건 실제의 작은 일부밖에 볼 수 없기 떄문이다. 그래서 과학에는 절대적으로 확실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90쪽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은 공식과 숫자에 대해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식의 한계가 어디인지 배운다. 무엇보다도 과학이 의미를 배운다. 회의하고 비판적 질문을 던지고 권위자를 맹신하지 않는 것을. 그런 까닭에 과학과 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96쪽

미신이 논리보다 매혹적인 건 확실하다. 이와 관련해 1970년대 동물행동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학자들은 3미터 길이의 우리를 만들어 그 끝에 먹이 그릇을 두고 실험용 쥐를 집어넣었다. 실험 방식은, 우리 문을 열고 10초 후에야 쥐가 그릇에 도착한다는 가정하게 10초 후에 그릇에 먹이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릇까지 가는 데 10초보다 시간이 덜 걸리면 그릇은 비어 있다. 몇번의 시험 끝에 쥐는 먹이의 등장과 경과시간 사이의 명백한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대개 그릇까지 가는 데는 2초 정도가 소요되었으므로 나머지 8초를 어떻게든 허비해야 했다. 그래서 가령, 괜히 세 바퀴를 회전했다. 그러고는 회전을 해야 먹이가 생긴다고 착각했다. 그 결과 쥐는 먹이 그릇으로 달려갈 때마다 번번이 똑같은 의식을 면밀하게 실행하게 되었다. .... 모든 일의 배후에는 보다 고귀한 이유가 있으리라고 넘겨짚고 싶어하는 우리의 뿌리깊은 욕구가 저절로 믿음을 낳는다. 나쁜 일이 닥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그 의미를 궁금해한다. 놀랍게도 잘 지내거나 나쁜 일이 전혀 없을 때는 의미를 묻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신비주의에 몰두함으로써 깊은 갈망이 충족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통제한다는 망상도 하게 된다. ... 어떤 말이나 방법이 믿을 만한지 혹은 수상한지, 어떻게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까? 나의 충고는 이렇다. 비판적이 되고 증거를 요구하라. 109쪽

통계의 가장 흔한 오류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이다. 예를 들어보자. 치열교정이 사춘기의 원인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치열교정과 사춘기는 상관이 있다. 두 사건은 같은 시기에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두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해서 꼭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원인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디오 게임과 폭력 행위, 황새 개체군과 출생률, 쓰레기 분리율과 이혼율을 보라. 약간만 술수를 쓰면 거의 모든 것들 사이에 상관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계는 그릇된 해석의 온상이다. 118쪽

신경생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염가 구매에 대한 기대가 대뇌지피질을 마비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전기 충격을 받으면 팔을 들어올리게 하는 대뇌 운동영역에 전극장을 갖다댔다. 그러고 나서 피험자들에게 팔을 든 이유를 묻자 그들은 들고 싶었으니까요라고 끈질기게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우리도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믿게 하기 위한 뇌의 영리한 피알용 개그이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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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0년도 전에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이런 농담을 했다. 지성인이란 섹스보다 재미있는 일을 발견한 사람이다.... 원인은 인간의 강한 이해 욕구다. 우리가 뭔가를 이해할 때마다 뇌는 행복 호르몬 도파민 분비로 보상한다. 나 어땟어 란 질문에 뇌의 보상체계는 신체 자생의 마약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인류의 아득한 선사시대에 발생했고 성중추도 자리하고 있는 바로 그 뇌영역에서 일어난다고 추측된다. ...아이작 뉴턴은 금욕에 이르는 길은 무절제한 생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독서나 다른 사물에 대한 명상을 통해 딴 쪽으로 돌리는 것이다라고 생각했기에 결코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231쪽

흥미롭게도 섹스는 우리가 재미를 보거나 해파리의 지적 결함을 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생충을 막기 위해 발달했다. 살아남기 위해 생명체는 빨리 변해야 한다. 박테리아, 바이러스,벌레 군단이 모든 생명체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이 병원체들은 전부 똑같은 약점을 가진 자가수정하는 생물들을 만나면 질풍같이 전체 개체군을 파멸시킨다. 반면에 유성생식을 하면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가 혼합되고 면역체계가 변한다. 따라서 기생충은 번번이 다른 조건에 직면하게 된다. 달팽이처럼 자가수정하는 몇몇 생물은 기생충의 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섹스로 전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238쪽 
 

피를 나눠먹는 흡혈박쥐들의 예에서 보듯 진화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생물들이 상호의존하는 긴밀한 사회 구조에서 살 때 아주 저절로 도덕적 행동이 발생한다. 반면에 그런 구조가 없으면 서로 특별히 공평하게 대할 이유도 없다. 공평함과 도덕은 명백히 생물학적이며, 전혀 종교적으로 생겨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 엄격한 성도덕을 뒷받침하는 일반적인 종교적 근원들은 진짜 휴머니즘적 가치들과는 별 상관이 없고 오로지 권력 문제와 관련이 있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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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물리쳐라.행동요법에 따르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평가이다. 137쪽
 

모든 것이 넘쳐나고 누구도 자기 행동에 제대로 책임질 필요가 없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욕심을 부린다. ... 우리는저임금, 고용 축소, 환경 파괴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지만, 그런 짓을 몸소 실천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한다. 174쪽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확신을 갖고 시작한다면 의문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기꺼이 의문을 갖고 시작한다면 확신으로 끝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과학의 광팬이다. 이데올로기나 종교, 세계관과는 반대로, 과학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스스로 생각하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남들이 하는 말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53쪽 

우리는 타인의 의지나 생각대로 생각하면서 마치 전기 충격이 아닌 자기의 의지대로 손을 들었다고 주장하듯 자신의 생각이라고 주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바삐 돌아가는 세상이긴 하지만, 잠깐만 멈추어 자기만의 생각을 해보자. (그런데 도대체 왜 세상은 이리도 바쁘게 돌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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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이 남긴 글은 무척 많다. 마음 속 깊이 주옥같이 남을 명언들도 부지기수다. 그중에서도 혼란스럽던 내 영혼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조계산 산방에서 수행을 하던 시절. 한 스위스의 철학자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그 철학자가 "스님이 혼자서 이런 산중에 사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법정 스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산중에서 사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직까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어떤 틀에도 갇힘이 없이 그저 내 식대로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보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오히려 먼지투성이 사회의 본모습을 자각하게 만든다.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준 또다른 가르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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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은 향긋하다. 구린내가 나지 않는다. 향기의 비밀은 똥을 구성하는 인돌이라는 구성 성분에 있다. 인돌의 성분이 적을 때 자스민과 같은 향을 내뿜는다. 하지만 인돌의 성분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 많아지면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코끼리 똥은 적은 인돌 덕분에 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향은 사자들의 성 호르몬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코끼리 똥을 본 사자들은 몸에 비비기도 하고 심지어 핥기도 한다.  

지난 11일 법정스님이 입적했다. 무소유라는 책을 통해 알려진 법정스님은 가시는 길마저 향기를 뿜는다. 법정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기꺼이 나눠 쓰는 것이 무소유다. 마치 코끼리 똥의 인돌같이 필요한 것만 가질 때는 그 사람에게서 향이 날 것이요,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할 땐 고약한 냄새가 날 터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이 치러진 비가 오는 일요일. 곰곰히 생각해본다. 향기로운 사람으로 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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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 The Lovely Bon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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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으로 항간이 떠들썩하다. 청소년 성폭력에 살인까지 벌어진지 보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피의자가 잡혔다. 하지만 피의자가 범죄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진짜 범인인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성범죄의 90% 이상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딸 낳아 기르기 겁난다는 부모들의 한탄이 허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영화 '러블리 본즈'는 성범죄의 희생자인 한 소녀가 죽은 뒤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았다. 현실과 천국 사이에 놓인 경계선에서 천국으로 가기를 주저하는 소녀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를 둘러싼 주위 배경으로 표현됐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환상적인 모습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어두우며 또 가끔은 숨막히도록 겁난다.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는 증오심과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애달픔이 교차한다. 또한 막 사랑을 불태우고자 했던 남자친구와의 첫키스를 완성하고 싶은 들뜬 마음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화는 죽은 소녀의 심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이 오히려 영화를 어둡게 만든다. 소녀가 자신의 사체가 숨겨진 곳에서 나와 천국으로 향한다는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도 영화의 우울함을 지울 순 없다.  

영화는 청소년 성범죄의 가해자는 항상 이웃에 있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범죄자는 단 한번의 범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또한 피해자의 가족들이 얼마나 큰 슬픔에 처하는지도 보여준다. 딸의 죽음을 함께 극복하지 못하고 잠시 떠나 있어야만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그 슬픔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죽은 소녀가 처한 사후세계에 있다. 사후 세계라는 것을 결코 볼 수 없는 현실의 인간들은 항상 상상 속에서 그 세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영화는 그 사후 세계를 만드는데 온힘을 쏟았다. 따라서 죽은 뒤의 모습은 관심사가 아니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사후 세계를 알고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흥미없는 영화가 될 듯 싶다. 다만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희생된 소녀의 천국으로 가기까지의 심리가 마음에 여운을 남길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도 범죄자들은 결국 영화처럼 파국으로 치닫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진정 그들의 마음 속에 그 어떤 뉘우침도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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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럿거스대 엘리자베스 트라이코미 박사팀이 불평등을 못참는 뇌 보상회로의 활동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로 촬영한 논문을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심리학 실험으로만 증명돼 왔던 인간 심리의 기제가 뇌의 영역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심리학 실험 '최후통첩 게임'은 1999년 인도네시아에서 실제로 행해진 것으로 불평등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진짜 화폐로 20만 루피아(약 250만원) 를 실험자 한 명에게 건네고, 이 실험자는 다른 실험자에게 배분을 한다. 만약 다른 실험자가 그 배분을 인정하면 둘은 그 배분대로 돈을 갖게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둘 다 돈을 못받게 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두번째 실험자는 어떻게 배분되더라도 공짜로 얻는 돈이기 때문에 승낙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99대 1이나 98대 2의 불평등한 배분에 대해선 불가를 외치는 사람이 많았다.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더라도 불평등을 참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과 비슷한 실험 과정에서 사람의 뇌가 활발히 작용하는 부분을 발견한 것이 이번 미국 럿거스대 박사팀의 논문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백만장자들의 수입이라거나 유명 스포츠 스타나 영화배우 들의 년간 수입에 입을 쩍 벌리면서도 한탄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도대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냐고 생각하는 기저엔 차이는 인정하지만 그 정도까지의 차이는 인정할 수 없다는, 그것은 불공평하다는 감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불공평함에 대해서 인정하거나 또는 분개하는 것일까. 최후통첩 게임의 경우 몇 대 몇 정도로 나누었을때 최대한 용납 가능한 수준이었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용납 수준이란 것이 본능적인 것이지, 사회적, 교육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아 변화 가능한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지 않을까. 자본주의라는 체제에서 살던 사람과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 던 사람의 기준도 똑같은지 실험해 본다면 유익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자극하는 욕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불공평을 수긍하는 태도도 유연(?)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도시와 농촌, 세대간의 차이는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반면 우리는 때론 복불복(1박 2일에서 보여지는 것처럼)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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