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이 남긴 글은 무척 많다. 마음 속 깊이 주옥같이 남을 명언들도 부지기수다. 그중에서도 혼란스럽던 내 영혼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조계산 산방에서 수행을 하던 시절. 한 스위스의 철학자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그 철학자가 "스님이 혼자서 이런 산중에 사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법정 스님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산중에서 사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직까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어떤 틀에도 갇힘이 없이 그저 내 식대로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걸 보면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있기에 오히려 먼지투성이 사회의 본모습을 자각하게 만든다.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준 또다른 가르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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