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시리즈 <소년의 시간>. 넷플릭스 25년 3월 13일 개봉. 영국. 4부작. 범죄, 스릴러.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진행된다. 우리는 왜 혐오와 분노에 쉽게 빠지는가. 만약 이 학교에 학생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선생을 맡는다고 상상하면 두려움이 먼저 든다. ★★★★☆ 9점/10점
2.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친다. 놀랍게도 동급생 소녀인 케이티 살해 혐의다. 제이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범행장면이 담긴 CCTV가 있다. 제이미는 진짜 범인이며, 만약 그렇다면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3. 이 시리즈는 4회인데 각 회 마다 원 테이크로 촬영과 편집이 이루어져 있다. 1회는 경찰서, 2회는 학교, 3회는 보호관찰소, 4회는 제이미의 집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 2회의 경우엔 공공건물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데, 이것을 원 테이크로 담고 있는 것에 놀랍다. 연기나 기술적 측면에서의 놀라움과 함께 원 테이크로 표현된 여러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몰입되는 장점도 있다. 굳이 어렵게 원 테이크로 가야만 할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들었지만, 컷의 구분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에 현장감이 살아나고, 감정 몰입도 커진다.
4. <소년의 시간>에서는 사건과 인물의 묘사 이외에도 장소에 대한 설명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피의자에 대한 권리보호에 매뉴얼 등으로 정립하는 등 꽤 신경을 쓰는 경찰서의 풍경, 선생님의 목소리가 수시로 드세지는 모습과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제멋대로인 학생들로 가득찬 학교, 자신의 일을 마냥 하고 있지만 만족하고 있는 직원은 없을 것 같은 보호소 모습, 이웃의 따가운 또는 조롱이나 비난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마을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2회 학교를 배경으로 한 전개는 과연 이 학교에 학생으로 또는 선생으로 다닐 수 있을까 싶은 두려운 마음이 일 정도다. 공포물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학교라지만, 정말 학교는 언제 이렇게까지 끔찍한 곳으로 변했을까.
5. <소년의 시간> 시리즈의 핵심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인셀'이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라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시리즈를 보면서 인셀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되고, 이것이 SNS와 연결되면서 어떤 부작용을 불러오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인셀이란 비자발적 독신주의를 일컫는 말로 1990년대 말 캐나다의 한 여학생이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엔 이성에게 매력적이지 못해 생겨나는 좌절감이나 고립감을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극단적인 여성 혐오나 폭력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 인셀은 SNS를 통해 점점 더 과격해졌으며, 결국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여러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6. SNS의 '좋아요'는 마법의 클릭이다. SNS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람들의 본능에 가까운 인정욕구를 자극하기에,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의 낭패감 또한 이루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바라본 <소년의 시간>이 갖는 시사점은 바로 인정욕구라고 생각한다. 인셀이라는 것도 결국 이성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의 발로요, 사이버 불링과 같은 온라인 상의 왕따와 같은 폭력 또한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픈 집단성의 폐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SNS로 인해 이런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경쟁을 거름 삼아 성장하는 자본주의 세례 속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패배와 낙오로 직결된다. <소년의 시간> 속 제이미는 자본과 경쟁, 무리짓기와 SNS라는 조건이 건재한 현실 속에서 과연 상상 속의 인물로만 남겨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