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뮤지컬, 120분, 감독 윤제균 출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 


1. 안중근의 노래

익히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활약상. 왼손 네번째 손가락을 자르고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시간이 흘러 이윽고 하얼빈 역에서 방아쇠를 당기고, 범죄자가 아닌 전쟁포로임을 주장하며 당당하게 재판을 받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영화의 관건이었을 터다. <국제시장>으로 잘 알려진 윤제균 감독답게 안중근의 모습을 근엄하고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풀어서 담아내고 있다. 초기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을 연출한 감독답게 드라마 중간에 코믹적 요소도 감칠맛 나게 사용한다. 또한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를 통해 감정의 파고를 치솟게 만든다. 장면 전환도 세련됐다. 다만 이야기나 관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2. 설희의 노래

영화 [영웅]은 완벽한 논픽션이 아니다. 가상의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라는 역이다. 명성황후를 모시던 궁녀로 시해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이윽고 일본으로 건너가 이토를 살해하기 위한 게이샤가 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복수에는 실패하고, 이토가 하얼빈에 간다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명성황후>와 <안중근>을 잇는 가교가 되는 인물이지만, 홀로 일본에 있다보니 다른 인물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양새. 그럼에도 김고은의 노래 실력에는 새삼 감탄하게 된다. [영웅]속 넘버 중 극이 끝나고 나서도 맴돌 정도의 중독성 있는 넘버는 개인적으론 없다고 보여지지만, 영화 속에서 꽤나 몰입하게 되는 넘버들은 대부분 김고은이 부르는 곡이다. 


3. 만인의 노래

영화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이 한 사람의 거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염원과 노력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도 상기시킨다. [영웅]은 한 개인의 영웅적 활약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뜻을 함께 한 동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안중근의 고뇌와 용기는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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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릴러 / 118분 / 감독 안태진 /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 15세 관람가


인조와 소현세자 간의 갈등과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 소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여 만든 팩션영화다. 인조로 나오는 유해진의 살벌한 연기와 위기에 처한 맹인을 연기한 류준열의 아슬한 연기가 빛을 발하고, 소현세자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의 반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소현세자가 청에 인질로 잡혔다 영구귀국한지 불과 석달도 못 되어 학질로 죽는다. 죽기 전 이틀간 침을 맞았다. 소현세자를 담당한 의원은 이형익으로 인조의 애첩 조소용의 친정에 출입하던 자로, 3개월 전 특별채용되었다. 세자의 죽은 몸을 본 이세완은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와 얼굴 반을 덮어놓은 상태이고 얼굴빛이 검었다고 말한다. 독살을 의심한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중심으로 소현세자가 죽게 된 과정을 상상한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속에서는 이형익이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가진 천경수를 발탁해 궁으로 데려온다. 주맹증의 특성이 영화의 묘미를 불러오고, 제목 또한 그래서 [올빼미]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소현세자가 왕이 될 것을 견제하는 인조와 그의 첩 조소용, 그리고 어의 이형익은 영화 속에서 함께 소현세자를 죽이는데 모의하고 이를 실행한다. 하지만 이형익이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독침을 미처 한 개 뽑지 못하고, 천경수가 이를 발견해 보관한다. 그리고 세자빈에게 편지를 통해 범인과 그 증거물을 넘긴다. 세자빈은 인조와 첩, 어의가 있는 방을 찾아가 물증인 독침을 내보이며 세자를 죽인 범인을 밝혀달라 간청한다. 이때 정말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인조의 독백에 가까운 말 "칠칠치 못한 놈"을 듣는 천경수가 범인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세자빈에게 목격자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범인이 밝혀지는 반전과 함께 목격자가 밝혀지지 않아야 하는 급박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기존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한 컷을 꼽으라면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강렬한 한 씬이었다. 뒤이어 목격자이지만 범인으로 몰린 천경수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 궁금케 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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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다. [정이]를 비판하는 목소리 중 '신파'라는 부분이 가장 커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오히려 이런 신파적 요소를 SF장르에 녹인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정확히는 "눈물 흘릴  수 있는 고전적 멜로에 SF를 가미")를 한 것으로 안다. 신파적 요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파가 꼭 비판받아야 하는지는 좀 더 많은 대화가 오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할리우드의 많은 작품들이 가족애를 다루지만 '신파라 별로다'라는 비판은 이제 벗어난 듯 보인다. 즉 신파라 하더라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해 보이긴 하다. 최근 한국영화 [비상선언]의 경우에도 결말 부분이 신파적이라며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신파적 감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영화의 성공과도 꽤나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족애 중 하나라 할 수도 있는 모성애에 대한 천착이 유난히 크다할 수 있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이는 사람들도 많다. 엄마의 자기 희생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엄마에 대한 요구가 예전과 조금씩 달라져 꼭 엄마와 자기 희생이 완벽하게 동의어이진 않지만 말이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은 이런 희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튼 [정이] 또한 이런 경향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엄마, 이젠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지 말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요."라고 응원하는 영화처럼 읽힌다. 


[정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엄마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일종의 오마주일련지, 짜깁기 일련지 혼란스럽다. 영화 초반부 액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정이가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것은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중후반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은 윌 스미스의 [아이, 로봇]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이런 액션신의 CG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반면 오히려 연구소장 김상훈(류경수)의 오버스러움과, 박사 윤서현(고 강수연)의 고풍스러움이 영화와 잘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조화 속에서 김현주의 감정 묘사(로봇 얼굴을 통한 눈동자 만으로도)와 액션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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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극, 123분, 22년 12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감독 김경원 출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


범죄영화를 보면 크게 [범죄도시]처럼 액션의 짜릿함을 주는 류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도둑들]처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는 류의 영화가 있는 듯하다. 


최근 본 [자백]을 비롯해 반전을 주는 영화들은 한 번의 반전에 그치지 않고, 최소 두 번의 반전을 노리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말이다. 


영화 [젠틀맨] 또한 두 번의 반전을 통해 극적 재미를 더하고자 한다. 이 반전은 보통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른 반전인 경우가 많다. [자백]의 경우에도 소지섭과 김윤진의 관점에 따라 사건은 다른 양상을 띠고,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모양새다. [젠틀맨]도 주지훈과 최성은의 관점에 따라서 사건의 모습이 달리 보이고, 마지막에 이르러 실상이 밝혀진다. 


문제는 이 반전의 짜임새다.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처음의 시선과 마지막 시선과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가 재미를 좌우한다고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젠틀맨]은 나름 시선의 격차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설득력을 얻기 위한 설정이 과도한 경우가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그 예측에 맞추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면, 오히려 그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런 철저한 계산을 보여주는 시리즈 물로 [종이의 집]을 들 수 있겠는데, 시리즈가 거듭 되면서 너무나 잘 짜여진 각본이 말 그대로 각본처럼 느껴져 개인적으론 오히려 재미가 줄어들었다. 영화 [젠틀맨]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 균형을 맞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게다가 그 균형점이란 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젠틀맨]이 재미있으면서도 개운한 맛을 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인건 아닐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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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드라마 112분 12세 관람가

감독 임진순 출연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


1. 마동석의 주먹 한 방!이 아니라 입담 한 방!으로 관객의 웃음을 잡으려 했지만, 글쎄....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말 장난은 술자리 친구도 자주 하는걸. "뭔 말인지 알지?"(이 대사는 영화 속 마동석이 줄기차게 하는 말임)


2. 영화의 배경은 2007년 압구정.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들어서던 시기, 압구정 토박이인 대국(마동석 역)은 최고 실력의 성형외과 의사지만 면허가 정지된 지우(정경호 역)를 만나, 사업수완을 발휘,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원스톱 서비스 성형병원 빌딩을 꿈꾼다. 이를 위해 압구정 정보통인 미정(오나라 역)과 큰 손 태천(최병모 역), 인맥 규옥(오연서 역)을 한데 엮는다. 


3. 코미디로서 영화<압꾸정>은 사회 풍자적인 그림자는 희미하고, 슬랩스틱도 아니고, 그저 말 장난에 주력한다. 가끔씩 허를 찌르는 말 장난에 피식 웃음을 흘리지만, 마동석의 주먹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피식, 피식 거리며 볼 수 있을 정도. 그렇다고 드라마로서 <압꾸정>은 등장인물들 간의 권모술수와 배신 등이 큰 반전을 주지도, 잘 짜여져 있지도 않다. 약간 성긴 느낌이라 이야기로서의 몰입도가 크지는 않다. 


4.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선징악의 짜릿함도, 착한 악당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렇다고 옆집 사람들만큼의 친근함도 없어 영화를 보고 나서의 감정이 애매모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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