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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길잡이 - 자연을 그리워하는 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ㅣ 귀농 길잡이
전국귀농운동본부 엮음 / 소나무 / 2006년 5월
평점 :
요즈음 귀농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 증가추세는 더할 기세다. 그런데 귀농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중매체에서 가끔 접할 수 있는 부농에 대한 접근법이다. 즉 농사를 직업의 하나, 그것도 블루오션의 하나로 바라보는 것이다. 도시에서 창업을 하듯 농사를 잘만 지으면 억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는 도시민의 직업이 농업으로 바뀌었을뿐 삶의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두번째는 시골을 별장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유롭게 은퇴한 사람들이 건강도 챙길겸 시골에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마치 TV 프로그램 잘먹고 잘사는 법에나 나올 법한 사례들 말이다. 세번째는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는 삶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도시의 무한경쟁과 소비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할 수 있는 즉 자립할 수 있는 대체적인 삶을 바란다.
이책 <귀농 길잡이>는 세번째 관점에서 농촌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책이다. 앞서 귀농한 사람들의 소중한 경험담이 녹아져 있다.
먼저 농사를 짓기 위해선 4W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4W란 Way, Water, Worker, Wife다. 즉 맹지가 아닌 길이 난 땅을 구입해야 하고, 깨끗한 물이 있어야 하며,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협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 네가지가 갖춰진 후에는 의식주, 의료, 교육에 있어서 자급자족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옷을 직접 지어입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에 염색 정도만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먹는 것은 쌀의 경우 논 한마지기 200평당 3가마 즉 3인 식구가 먹을 만한 양이고, 부식으론 간장, 된장, 김치를 담아먹을 정도, 밭은 400평 정도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살 집은 헌집 고치기부터 시작해 단열이나 태양열을 이용한 집짓기, 빗물 저장통과 같은 에너지 순환을 생각해 직접 짓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뒷간은 이것이 거름으로 활용해야 하므로 부숙이냐 발효냐에 따라 그 종류를 결정해야 한다. 의료는 우리 전통의 뜸과 침을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 교육은 대안교육이나 홈스쿨링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에 완벽한 자급자족이 안될 경우나, 재해 등을 대비해 약간의 여유로움을 얻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생계+a를 위한 돈벌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시에서 귀농한 사람들은 친지나 지인들을 활용한 유통망 확보를 공고하게 해야 한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유기농이나 태평농법과 같은 안전한 농산물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덧붙여 가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농가공은 크게 장류와 효소, 차로 나눠볼 수 있겠다. 알음알음 팔 게 아니라면 식품제조업 허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귀농을 위해선 삶의 철학을 점검해보고, 근본부터 바꿔나갈 용기를 갖추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으론 모종이나 벌키우기, 콩심기 등등 아주 구체적인 작물키우는 법 등이 나오고 있어 길잡이라고 하기엔 한발 앞서 나가 있는 내용들도 있어 당혹스럽게 만든다. 농사가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작도 해보기 전에 겁부터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읽어볼 필요는 있다. 또한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농작물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일구어진 것인지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부자되기를 권하는 사회, 부자만 되면 모든게 달라질 것 같은 세상, 하지만 그 부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서 누군가는 가난해야 큰 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제도(행운의 편지같은 제도)들을 뒤로하고, 직접 몸으로 흙과 사람들을 만나는 길을 택한다는 것. 그것이 귀농이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첫발을 내딛는게 조마조마하다. 머리로는 시멘트를 벗어나 흙을 향해 걷고자 하나 아직 발이 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첫발을 떼는 법을 조금이나마 다양하게 가르쳐준다. 그리고 힘내라 한다. 그래, 스스로 서는 법을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