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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에서 낮잠을 청하고 있는 이 검둥이를 보면서 맨 처음 떠오른 말은 개 팔자가 상팔자였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잠이 오면 잠을 청하고, 때 되면 주어지는 밥을 설렁설렁 먹을 수 있으니 상팔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군다나 살생을 금지하는 절간에서 살다보니 복날 걱정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렇게 사진을 찍듯 절 구경 오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눈초리 정도 귀찮을 뿐일 것이다.
한때 사람이 먹지않고 자지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의 웬만한 갈등은 다 사라지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즉 상팔자라고 할 수 있는 기 전제조건조차 사라져버린다면 모두가 상팔자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세상살이 힘든 것의 대부분은 먹는 문제가 아니던가. 자유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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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재패니메이션 '최후의 여전사 벡실'을 보면서 이런 상상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2067년 안드로이드 개발에 열중하던 일본이 유엔연합에서 떨어져나와 10년간 쇄국정치를 하다 미국의 첩보원들이 일본에 침투하면서 그 비밀의 베일이 벗겨진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안드로이드화하는 것을 인간 진화의 최종목표로 바라보는 일본 내 한 집단의 광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참뜻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여기서 자칭 자신을 신이라 부르는 박사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살 수 있는 불사의 존재가 됐으니 행복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감정의 격랑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니 불행으로부터 벗어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드로이드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그것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상팔자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면서도 사람의 기본적 생활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애써야 하는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뜻할 것이다. 그러니 상팔자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런 상팔자를 타고 태어날 수 있을까.
그냥 꿈 깨고 낮잠이나 실컷 청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의 낮잠을 즐기는데는 허허로운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