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의 사진으로 본 삶 흔적
김창수 지음 / 파미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사진을 찍다보면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눈으로 보이는 감흥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것들을 집어넣으려 하지만, 막상 찍혀진 사진을 보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를 옳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제를 부각시켜줄 부제를 제외한 다른 피사체들은 미련 없이 빼내어야 한다. ...사진을 '뺄셈의 예술'이라고 한다.(51쪽)

사진가는 있는 대상물 중에서 구성에 필요 없는 사물을 사진 찍는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아니면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이용해서 하나씩 제외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66쪽)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필요 없는 정보를 버리는 것도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126쪽)

사진이 풍경과 사물을 담아낼 때 조차도 그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인생이 녹여져 있다. 만약 그 대상이 사람인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인생을 담아내는 사진의 예술이 뺄셈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 자체도 뺄셈이 되어야 할 때가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인가 꼭 꼭 채워넣으려하는 욕심이 결국 마음을 흐리게 만든다. 흐려진 마음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아는 그래서 뚜렷하지 못하다. 이 빼기의 삶은 그러나 쉽지 않다. 눈으로 보인 모든 것을 다 담고 싶은 욕망이 사진을 망치듯,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할때 삶도 망가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예술작품이 표상하는 세계는 실제로 있는 세계가 아니라 가능한 세계이며 논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앎의 대상으로서의 세계가 아니라 상상된, 머릿속에서 꾸며진 가능한 세계일뿐이다. (107쪽)

욕망을 뺌으로써 충만해지는 삶이 아름다워지기 위한 방법은 바로 상상으로의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뺌으로써 빈 자리를 상상으로 채운다면 삶은 하루하루가 살아갈만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사진하나처럼 우리 인생도 돌이켜보았을때 멋진 감흥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책은 사진 속에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잔잔한 에세이와 함께 실었다. 사진의 실용적 기술보다는 사진과 삶에 대한 성찰을 돕는다. 우리 모두의 삶의 흔적이 아름답기를... 그리고 꼭 기억하고픈 그 무엇이 되기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06-05-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필요 없는 정보를 버리는 것도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 말이야 말로 버릴 것 없는 표현이네요~
아..갑자기...도종환이 접시꽃 당신(?) 시리즈에서였나.....에 나온 시 한구절 생각나는데요... 그릇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뭐 그런.

하루살이 2006-05-1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가 떠오르네요.